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승리 Aug 14. 2022

다시 퀸스타운으로 - 나 홀로 자전거 여행

새벽에 계속 비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비가 그치질 않았다. 다행인 것은 오늘은 버스로 이동하기 때문에 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쉬운 건 내심 좋은 날씨에 버스를 타고 경치를 구경하고 싶었는데 무산됐다. 흐린 날씨 또한 나름 운치가 있으나 사진으로 봤던 좋은 날의 밀포드 사운드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침으로 수프를 먹고 비를 맞으며 짐 정리를 했다. 텐트의 먼지를 털렸는데 비에 젖어 무거워진 탓에 뚜둑하더니 폴대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안돼!! 우리 여태 잘 견뎌왔잖아.' 이런저런 생각할 시간이 없다. 텐트 폴대가 부러진 사이에도 비는 내린다. 

짐을 자전거에 싣고 캠핑장 근처 지붕 있는 곳에 잠시 세워놨다. 캠핑장에 있는 카페에서 모카치노 한잔을 시켜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원래 날이 좋으면 주변을 거닐어 보려 했는데 그럴 날씨가 아니다. 


한참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버스 터미널로 이동했다. 아직도 빗줄기가 굵다. 그렇다고 마냥 이곳에 있을 수는 없으니 짐들이 젖지 않게 방수 작업을 하고 터미널로 출발. 버스 터미널까지 2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가는 사이 청바지가 다 젖었다. 위에는 바람막이 재킷이라 괜찮았는데 젖은 바지 덕에 체온이 떨어져 몹시 춥다. 아침 이후로 먹은 게 없어 배도 고팠다. 참고 가자니 춥고 시간도 꽤 남았다. 결국 카페에 가서 피자 조각을 하나 시켜먹었다. 

배를 채우고 다시 버스터미널로 와서 짐을 풀어 버스에 싣기 좋게 만들었다. 3시가 넘어 어썸 버스가 도착했다. 존이라는 기사가 승객 명단을 체크하고 짐을 차에 실었다. 생각보다 버스가 크고 짐칸도 넓다. 승객도 적어 내 짐들은 들어간 것 같지도 않게 공간이 꽤나 많이 남는다.

버스에 오르니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창밖을 내다봤다. 근 한 달 동안 교통수단이라고는 자전거와 두 다리만 의지하다가 버스를 타니 기분이 이상하다. 모든 게 빠르게 너무 편히 지나간다.

어제 호머 터널을 지나고 다운힐에 취해 제대로 주변 경치를 못 봤는데 버스를 타고 돌아가니 못 봤던 경치들이 보인다. 흐린 날이었지만 구름이 걷힌 곳도 보여 꽤 좋은 경치를 볼 수 있었다. 


새벽에야 잠에 들어 피곤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를 버스에서의 전경을 놓칠세라 잠도 못 자고 창밖을 내다봤다. 버스를 타고 그동안 자전거로 지나왔던 길을 되돌아가니 색다르다. 그러면서도 '아 여기선 뭘 했지. 그래 여기서 바람이 엄청 불었어.' 라며 되새겨 본다. 그렇게 바람이 많이 불던 곳이 오늘은 바람 한 점 없는 듯하다. 


하. 내가 이 길을 통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버스는 휙휙 경사가 있던 없던 부드럽고 빠르게 움직인다.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하며 노래를 듣는 사이 te anau에 도착했다. 20분간 쉰다기에 냉큼 마트에 가서 빵과 바나나를 샀다. 점심을 어설프게 먹었더니 금방 허기진다. 먹을 걸 사서 다시 돌아와 차에 올랐다. 버스는 빠르게 모스번을 지나 어느덧 퀸스타운에 도착했다. 내가 4일에 걸쳐 간 길을 버스를 타고 4시간 만에 도착했다. 하하.


내리자마자 바로 top 10 캠핑장으로 갔다. 가서 텐트를 펼치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시안 마트에 들렀다. 그동안 조그만 애들용 포크를 썼었는데 아시안 마트에서 젓가락도 사고 곧 먹게 될 연어를 위해 초고추장도 준비했다. 그리고 뭐 살게 없나 보다가 미역과 짜파게티, 김을 샀다. 


여행 때 먹을 것을 대강 준비한 것 같다. 이제 저녁으로 다시 고대하던 퍼그버거를 사러 갔다. 저녁 9신데도 사람들이 많다. 그래도 낮 보단 덜 기다려 햄버거를 받고 캠핑장에 돌아왔다. 햄버거를 먹으며 내일 간식으로 먹을 옥수수를 찐다.



매거진의 이전글 흐린 밀포드 사운드 - 나 홀로 자전거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