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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라 Feb 21. 2019

제주 올레길 6코스 > 쇠소깍 ~ 서귀포 어반스케치

제주살이 백 일흔날 190220

오늘은 올레길 6코스.


올레길 6코스는 아껴 놓았던 코스다.

오늘 일기 예보를 확인 해 보니

서귀포가 제일 따뜻하고 바람도 없다.

오늘 날씨에 걷기 제일 좋은 곳을 걷자.


아끼다 똥 된다.



올레 6코스의 거리는 11km 이다.

오늘은 거리도 짧고 날씨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쇠소깍과 정방폭포, 이중섭 거리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이 환상적이다.



6코스를 시작하자마자 만나는 쇠소깍.


물 빛이 신비롭다.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군!


쇠소깍의 물 빛은 조색 없이

프탈로 그린을 바로 채색할 만큼 강렬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보니 너무 과장되게 도드라져 보인다. 갑자기 마음이 쪼그라든다.


허나,,, 이 그림은 어반스케치다.

현장의 느낌이 그래서 그렇게 그렸으면 그런거지 뭐. 똑 같이 그릴 필요도, 누구한테 검사 받을 필요도 없는 어반스케치이다.

자연의 색은 광량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니

그때 그때 느낀 나의 인상을 남기면 된다.

(누가 뭐래? 아직도 남아 있는 내 안의 검열관 ㅠ ㅠ나는 시험 감독관도 학생도 아닌 어반스케쳐다!! 왜 그렇게 그렸는지 증명할 필요가 없어, 나의 느낌을 표현하고 나누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전지적 작가 시점의 어반스케치라서 자유롭다.


막내는 에메랄드 빛 물색이 너무 이쁘단다.

실은 나도 그래~ 히힛.




해안 도로도 지나고 마을도 지나는 올레길.


제지기 오름을 오르니 한라산이 딱 보인다.


오르는 길도 산책길 마냥 완만하고 해발고도가 100m도 채 되지 않아 귀여운 오름이다 생각했는데,,,

하산길에 나있는 샛길로 전망대 바위에 오르니 입이 떡 벌어지는 풍경.  


사진으로는 담아지지 않는 ,,,


왼쪽 바다에서 시작된 능선이

한라산 정상을 지나

오른쪽 끝과 만나는 바다 까지,,,

한라산의 시작과 끝이 다 보인다.


한라산은 어디 한군데 끊긴 곳 없이 해변에서 부터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중간중간 작은 오름들이 있지만 한라산 능선을 가리지는 않는다.


제주도가 바로 한라산 그자체로구나!

내가 지금 한라산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구나.

감탄을 백만번 하고 내려 온다.


놀라운 풍경을 담아 낼 방도를 찾아 또 오리라!



햇살이 따스한 보목 포구에서 성게미역국 배불리 먹고 힘내서 또 걷는다.


카페 섶섬지기 위로 언덕을 오르니 전망대가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여기 다 있네.


완연한 봄이다!

햇살이 기가막힌다.

걸으며 외투를 한겹 한겹 벗어 가방에 넣고 간다.

오늘은 반팔 입어도 되겠다.




소라의 성 앞에 있는 중간 스템프.







앗!!! 정방폭포닷!

나는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정방 폭포를 좋아한다.

도시에 저런 비경이 있다는 것이 정말 놀랍다.

제주의 자연은 정말 환타스틱!!!

신나게 그리고 있는데 유치원 꼬마가 와서


"우와! 엄마 여기 와서 이것 좀 봐.

기계보다 잘 그려!"


푸하하. 빵 터짐!

고맙다, 어린이! 최고의 찬사였어. ㅎㅎㅎ


서복 전시관 앞에서 만난 봄.

진시황의 사자가 불로초를 구했다는 영주산에 꼭 가보리~


드디어 이중섭 미술관 도착.


2016년에는 이중섭 미술관 전시물이 아트숍에서 파는 포스터 보다도 질이 떨어져 너무 짜증이 났다.


그런데 오늘은 눈이 번쩍 뜨인다!

은지화 작품이 여러점 있다.

이중섭 생전에 쓰던 커다란 팔레트도 전시 되어 있다. 부인이 이중섭의 유일한 유품으로 간직하고 있다가 기증했다 한다.


옥상에 올라가 그림을 그린다.



이중섭의 '섶섬이 보이는 풍경'과

나의 섶섬이 보이는 풍경.

건물들은 다 바뀌었어도 섶섬은 그대로네.




어반스케치를 마치고

1층 아트숍에서 드로잉 북 구매.

이중섭 거리를 지나

서귀포 매일 올레 시장을 지나

올레 6코스의 종착점 제주 올레 여행자 센터 도착!


시내 구간은 올레 리본 찾기 힘들어서 피곤하다.

레몬차 한 잔 마시며 쉬는데

누군가 들어와 올레 인증서를 받아간다.

큰소리로 낭독하며 건네 주고, 모두 박수로 축하해 주는 감동의 현장. 두 발로 제주를 한 바퀴 돌아온 그분의 발걸음에 내 가슴이 뭉클하다.


26개 올레 코스 중 오늘 15번째 올래길을 걸었다.

어반스케치 할때 체온 유지를 위한 옷과 그림 도구가 들어있는 묵직한 배낭을 메고서

그리며 걸으며 여기까지 왔다.




집에 와서 여지껏 그린 올레 그림들을 정리하며 세어보니 올레 여행자 센터의 그림이 99번째 어반스케치였다.


제주에서 100번의 어반스케치를 하면 좋겠다는 터무니 없이 방대한 소망이 있었는데!

벌써 99번을 그렸다고?

오마이갓!


내가 좋아하는 화가 이중섭의 열정에 힘입어

백 장을 넘어 천 장까지 즐거움이 계속 되기를 기원한다. 육지에 돌아 가서도 틈틈이 제주에 와서 그림 그리며 올레길을 걷고 싶다.



오늘 올레길 6코스를 걸으며

이중섭 미술관도 가고, 드로잉 북을 산 것이며,

올레 여행자 센터에 들어와서 인증서를 받아가는 것도 보고, 99번째 어반스케치를 한 것이


모두 한 곳을 향한 화살표 같다.

올레 화살표 처럼.




6개월 동안의 꿈 같은 제주 여행.

이제 슬슬 갈무리 하라고 싸인을 보내 주시네.


수신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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