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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가 최재철 Mar 06. 2017

최재철의 목조건축 강의노트

나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2

나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머리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요소는 '화재'였습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지난번 강의노트에서 나무는 불이 붙었을 때 표면에 탄화층이 형성되어 열기가 나무 속까지 전달되는 시간을 지연시킨다는고 설명했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라이트(Frank Wright)는 "우리가 나무를 이해할 때 비로서 나무를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무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나무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네요. 자 그럼 이제부터 나무에 대해 우리들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편견과 선입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나무는 썩는다.

나무는 썩습니다. 이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만약, 나무가 건축물의 구조를 담당하는 보나 기둥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썩는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무가 썩으려면 조건이 필요합니다. 공기, 수분, 영양, 온도의 4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비로서 나무는 썩습니다. 몇 백년이 지난 난파선이 지금도 바다속에서 그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위의 4가지 조건 중 어느 하나를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나무로 만든 가구를 집 밖에 방치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밖은 습하고 밤이면 어두침침해서 곰팡이가 자라기 딱 좋은 환경이죠. 그늘지고 습한 곳에 방치된 나무는 쉽게 썩습니다. 썩은 나무를 만져보면 푸석 푸석하지만 물기가 어려 있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나무가 수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함수율이 높아지는데 함수율이 높아지면 나무를 썩게하는 균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사진1 외부 환경에 노출된 나무벤치

외벽에 설치한 데크나 발코니와 같은 부분에 사용하는 나무도 항상 외부에 노출되기 마련이죠. 이런 환경에서 일반적인 나무를 사용한다면 곰팡이와 같은 부후균 때문에 언젠가는 썩게 될 겁니다. 위에서 언급된 습하고 그늘진 환경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는 곳에 사용되는 나무는 조금 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특히 수분에 무방비로 노출된 환경에서는 일종의 방부페인트인 오일스테인으로 나무 표면에 칠해주어 수부의 침투를 막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사진2 오일스테인 처리된 목재 데크

목조건물 시공 시 콘크리트 기초 위에 가장 먼저 설치되는 나무를 토대(Sill plate)라고 합니다. 토대는 수분을 머금고 있는 콘크리트와 항상 접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방부페인트를 도포하기 보다는 다른 방법을 사용합니다. 거주자의 안전이 달려있기 때문에 구조적인 성능을 발휘해야 하는 나무는 썩지 않도록 반드시 보호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건축구조기준에도 목조건물의 토대는 반드시 방부목재(防腐木材)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방부처리 목재는 부후균의 번식에 필요한 공기, 수분, 영양, 온도 중 어느 한 가지의 공급을 막아서 부후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방부처리 방법 중 가압주입법(pressure-treated)이 주로 사용됩니다. 목재를 가압탱크에 넣고 방부용액을 가압해서 목재에 방부제가 일정부분 침투되도록 하는 것이지요.

사진4 가압주입법으로 방부처리된 목재의 단면

사진4에서 볼 수 있듯이, 노르웨이 Stave 교회는 세상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중 하나입니다. 11세기에 지어졌다고 하니 거의 1,000년의 세월을 이겨낸 셈이네요. 그 옛날에는 방부처리 약품이나 오일스테인과 같은 방부페인트도 없었을텐데 어떻게 이처럼 오랜 시간동안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을까요? 이 글을 읽는 동안 '나무는 썩는다'라는 두 번째 편견과 선입견이 조금이나마 사라졌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네요.

사진4 목조로 지어진 노르웨이 Stave교회는 11세기에 지어져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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