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팀에서 서포트하는 역할이지만...
팀장님의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마치 메아리처럼 같은 말만 반복되어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묵혀두었던 기억들이 강제 소환당했다.
첫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다짐을 하기까지는 수백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직장 내에서 나의 존재 의미, 그걸 찾을 수 없어서였다.
팀에서 나는 유령 같은 서포터에 불과했다. 나는 함께 일하는 나의 상사들이 나를 딱 그 정도로 생각한다고 확신했었다. 행여 그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고 해도 3년 내내 내가 그런 감정을 느꼈다면 나의 기막힌 착각만은 아니었을 터.
그런데 두 번째 직장으로 이직을 하고 같은 팀의 멘토로부터 들은 말은 사뭇 달랐다.
“팀에서 누군가는 꼭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티는 잘 안 나는 그런 일들을 묵묵히 잘해주고 있어서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터져 나올 뻔 한 걸 겨우 억눌렀었다. 전 직장에서와 마찬가지로, 팀 내에서 너무 작고 귀찮은 일들만 잔뜩 맡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랐을 때라 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근원적으로는 팀 내에서 나의 존재가 인정받고 더 나아가 존귀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장님의 ‘너는 팀 내에서 서포트하는 역할’이라는 말은 나의 존재를 딱 거기까지로 선을 긋는 느낌이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것밖에 안 되는 존재로.
사실 곱씹어보면 멘토의 말과 팀장님의 말이 서로 다른 알맹이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말을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한 번은 나의 존재 의미를 찾게 해 주었고 또 한 번은 나의 존재 의미를 또다시 잃어버리게 했다.
살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말들을 무심코 흘리고 있을까. 내가 흘린 말들은 팀장님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가서 두고두고 남아 그 사람을 갉아먹게 하진 않았을까. 말 한마디의 무게가 새삼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