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었어요
세 번째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첫 번째는 호기심이었고 두 번째는 고민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휴식 때문이었다. 특히, 아무와도 얽히지 않는 나만의 휴식이 필요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굳이 누군가와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좋았다. 오롯이 혼자인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반전으로 혼자이고 싶어서 떠난 템플스테이에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우리’를 만났다.
우리를 만난 건 스님과의 캠프파이어 시간이었다. 별이 쏟아지는 여름밤 템플스테이의 참여자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의 주제는 여기에 오게 된 이유였다. 주제는 간단했지만 이야기는 간단하지 않게 흘러갔다. 행복한 이유 때문에 이 곳에 온 사람은 없었기에, 각자 가진 고민의 무게가 공유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나이도 다르고, 살아온 시간도 다르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은 나의 과거의 고민, 지금의 고민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었다.
대학생은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노력하면 노력하는 대로 결과가 나왔지만 대학에 오니 그렇지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그녀의 고민은 내가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고민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런 딸을 보면서 매사에 너무 가혹할 정도로 열심히라, 그게 걱정이라는 고등학생 어머님의 말은 엄마가 살아생전 늘 나에게 하던 말이기도 했다.
이직을 앞두고 옳은 선택이 무엇일까가 고민되어 여기를 찾은 직장인도 있었다. 이것은 내가 두 번째 템플스테이를 찾은 이유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스님은 그분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스스로는 이미 답을 내렸을 거예요. 다만 그 선택이 맞는 선택이라고 저에게 확인받고 싶은 거겠죠. 옳은 선택이란 없어요. 옳은 선택이라는 강박관념만 버린다면 모든 선택이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스님의 이 말은 작년의 나, 그리고 삶의 사소한 선택의 순간 앞에서 매번 망설이는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매일매일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기에 쉬고 싶어 여기를 찾았다는 직장인은 이번에 내가 템플스테이를 찾은 이유와 같았다. 큰 언니의 병간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분, 맏딸로서 느끼는 책임감에 대한 무게로 힘들어하는 분은 내 마음을 보는 것 같았다.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아저씨. 그분의 질문은 내가 요즘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던 질문이기도 했다.
요즘 들어 부쩍 비교의 늪에 빠져있었던 나였다. 비교는 부러움을 넘어 나를 한없이 바닥으로 끌어내릴 때도 있었다. 혼자만의 휴식을 갈구했던 이유도 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비교의 대상이 되는 타인도 결국은 우리다. 살아가는 모양이 다르지만 또 닮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가 가진 삶에 더욱 집중해야겠다. 비교해야 할 것은 오로지 나의 어제와 오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