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임님 축하해요!
이직하고 일 년이 지났고, 승진을 했다. 기분이 좋은데 좋지만은 않았다. 마음을 다잡아봐도 나의 얕은 생각은 자꾸 같은 자리를 맴돈다.
‘진작에 되었어야 하는데’
일 년 전, 이직이 결정되었을 때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경력은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고 대리였던 나는 사원으로 입사했다. 반면에 같은 날 입사한 사람은 주임으로 입사했다. 몇 달의 경력 차이로 인해 우리는 서로 다른 직급으로 일 년의 시간을 보냈다.
비교는 시간 낭비라는 걸 알면서도 주임인 그녀를 보며 속상해했다.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따금 후회를 했다. 주임이 아니라면 입사하지 않겠다고 엄포라도 놓아볼걸 그랬나, 라는 의미 없는 혼자만의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직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평가 점수가 나보다 낮았지만 좋은 팀을 만난 누군가는 나보다 일 년이나 빨리 대리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티 내면서 일하지 못한 네 탓이 크다고 했다. 회사는 팀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자책으로, 이 억울한 드라마를 제멋대로 전개해나갔다.
어렸을 땐 인생의 속도가 모두 같았다. 같이 입학하고 함께 졸업했다. 언젠가부터 속도는 미세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취업, 진급, 결혼, 출산. 시간이 갈수록 시간들이 달라졌다. 각자의 속도가 생겼고 서로의 순간은 어긋났다. 같은 속도로 흘러가던 것들이 앞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이렇게, 매번 겪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이럴 때면, 엄마가 했던 말들을 곱씹는다. 오래도록 취업준비생이던 그 시절. 다급한 건 내 마음뿐이었지 엄만 오히려 조바심이 난 나를 달래주었다. 아무 말 없이 내가 좋아하는 차돌박이를 사주실 뿐. 그리고 인생의 속도가 다른 거라고 나를 토닥여주셨다.
인생에 정박자란 없다. 엇박자처럼 느껴지는 지금도 지금의 나에게만큼은 정박자이다. 그러니 비교나 후회 없이 나만의 속도로 성실하게 나아가야지. 엄마, 오늘 주임이 되었어요. 같이, 많이 축하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