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생존기 (feat. 4년째)
우리나라에는 스타트업의 순위를 매겨주는
스타트업 포털 플랫폼인 '데모데이'가 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등록되어있는 이 플랫폼에서는
매주 [스타트업 랭킹 TOP 300]을 업데이트해주는데,
이럴 수가...
우리 회사가 월간 순위 4위, 누적 순위 5위에 랭크되었다.
여전히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4위라니..
아무리 회사 이야기를 해도 관심 갖지 않았었는데,
작은 오피스텔에서 4명이 모여
밤새 고민하고 발로 뛰어다니며
더 잘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객들에게 사과하는 게 일이었는데,
하루를 무사히 버티게 해 준 것에 대해
감사기도를 드리는 게 일이었는데,
어느덧 4위가 되었다.
(*물론, 우리의 능력보다는 더 과장된 것 같긴 하다.
데모데이 땡큐!)
스타트업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지 4년이 지났다.
아마 뭔지 알았더라면
쉽게 시작하지 않았을 테지만
모르는 게 가장 용감하다는 말이 딱 맞았던 것 같다.
낙후된 국내 여행 시장을 바꿔보자 다짐하며
전국을 뛰어다녔는데,
여행시장이 개선되는 만큼
내 삶은 점점 낙후되어 갔다 ㅎㅎ
가진 거라곤 열정과 체력밖에 없었는데,
열정은 오기가 되었고
체력은 맷집으로 변하며
이제는 제법 굳은살이 박혔다.
스타트업은 꿈을 먹고 산다고 했건만
스타트업에서 살아남고 버틸수록
자꾸 오늘만 살게 되는 건 왜일까 싶다. ㅎㅎ
우리 회사의 입구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국내여행 시장이 너무 협소하다. 통일까지 잘 버티자.
생존을 위한 우리의 간절한 슬로건이었는데
협소하다고 생각했던 국내여행도 4차 산업혁명의 기류를 타고 점점 더 활성화되고 있으며,
이제는 여기저기서 함께 프로젝트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이 온다.
이제 곧 스타트업 5년 차가 되지만
여전히 주위 사람들은 회사 이름을 모르고
내가 하는 일을 모르고
심지어는 알려줘도 모른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더 겸손해졌고
소박한 하루에 대한 감사를 느끼게 되었으며
올지 모르는 내일에 대한 걱정보다
소중한 '오늘'을 더 즐겁게 살고자 발버둥 치고 있다.
누군가가
직장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해보겠다고 한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다시 잘 생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