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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Nov 10. 2017

늦가을만 되면 왜 이럴까

이문세, 김광석 노래를 달고 살아야 하는 계절



올해도 벌써 끝으로 다가가고 있다.

새해 첫날의 설렘이 아직도 선명한데

시간과 계절은 또다시 소리 소문 없이 흘렀고

올해도 어김없이 늦가을의 아늑함을 만끽 중이다.


뜨거운 여름 뒤에 불현듯 찾아오는 가을은

매년 낯설고 견디기 힘들다.


푸르렀던 나무가 마지막 빛을 밝히며 아름답게 저무는 계절.

피부에 스며든 찬 공기가 겨울을 암시할 때면

문득 떠나보낸 많은 것들이 그리워진다.


이문세, 김광석 노래를 달고 살아야 하는 계절.

요즘은 세대를 초월한 아이유까지 합세해서 아주 마음을 뒤적거려 놓는다.


그리고

이 모든 여운의 감정들 덕분에 나는 가을이 좋다.



한 해가 지나고

또 다른 해가 다가오기 전,

뒤숭숭한 마음 덕에 차분히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가을이란 계절은

바쁘디 바쁜 청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허용된 사춘기이며

약간의 방황까지도 낭만으로 포장되는 보물 같은 시간이다.






예전에는 극단적인 무언가를 좋아했다.


뜨거운 여름을 좋아했고

시작과 끝을 좋아했고

빨강과 파랑을 좋아했다.


기억이 선명하게 남는 이벤트를 좋아했고

굳이 선이 굵은 희로애락을 좋아했다.


근데 요즘은 어느 것 하나 버릴 수가 없다.

스쳐 지나가는 그 어떤 것도 흘려보낼 수 없다.

단어에 깃든 추억들이 하나같이 소중해서

극단적인 감정을 피해 도망치기 바쁘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강한 신념과 비전으로

조금은 극단적으로 사는 게 더 멋있어 보였는데,


지금은 좀 우유부단한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선택이 주는 상실'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일지

삶을 더 알아가는 것일지

아니면 그냥 가을을 만끽하는 것일지

그 답은 떨어지는 낙엽만이 알 수 있으리라.






오늘 따뜻한 카푸치노 한 잔으로 한껏 가을 낭만 타령을 하며 벤치에 앉아서

도현이 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넌 50살이 되면 뭘 하고 있을 것 같아?”


-음. 사실 잘 모르겠어… 형은?


“난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근데 그거 알아? 50살이 너무 멀게 느껴져도 15년밖에 안 남았다. 우리가 직장 생활한 것만큼 두 번만 더 하면 우리 50이 되는 거야.”


-하아… 지난 7년도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는데,, 그거 두 번 만 더 하면 50인 거야? 무섭다 정말..


“그렇지? 나도 놀랐어.. 그러니 우리 행복하자!”


-응, 행복하자!






십 년 전에는 까마득했던 삼십 대 중반이 현실이 되었고 이제 십 년 뒤에는 사십 대 중반의 나를 만나게 되겠지.

계절과 시간은 내가 행복할 물리적 여유를 갖도록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고

그런 여유 따위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슬픔 앞에서

성공과 부는 부질없을 것이고,

쉬지 않고 달려도 종착점이 있을 리 만무한 청춘의 아이러니 앞에서

문득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수많은 일들이 사소하게 느껴졌다.


소통하는 인연보다 그리워하는 인연이 더 많아진 서른 중반의 어느 가을.


그 누구보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에 대한 강한 욕망을 느꼈다.


그러니 민지야, 현택아, 영조야, 정혁아, 도현이형, 재승이형, 광보형,,,

그리고 다 적지 못한 소중한 인연들아.

우리 그냥 행복하자.


사소한 걱정들 앞에서.

남들과 비교하며 무너져내리는 자존감 앞에서.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 앞에서.

우린 그저 행복하자.


뭐든지 들어줄 것만 같은 가을밤,

신께 도와달라 대표로 기도하고 있으니


우리는 그저 행복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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