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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Jan 05. 2018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이가 들어도 철들고 싶지 않은 마음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강세형


이른 아침, 잠에서 깬 아저씨는 생각했다.
"이제 내 청춘도 끝나는구나."
그날은 아저씨의 마흔아홉 번째 생일이었다.


어떤 드라마 속 한 장면.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도
이제 내 청춘도 끝나는구나 생각했고,
대학을 졸업하면서도,

긴 연애에 마침표를 찍으면서도,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는 해에도,
그리고 최근까지도 시시때때로 생각했다.

이제 내 청춘도 끝나는구나.


그래서 그 드라마 속 아저씨의 대사가 마음에 남았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언제나 청춘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다만 열아홉에도 스물아홉에도 서른아홉에도 마흔아홉에도 이제 내 청춘도 끝나는구나 생각하며 나의 청춘을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약 내가 계속 무언가를 쓰면서 살게 된다면 죽을 때까지 '젊은 글'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언제까지 이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 보다 싶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한 해가 지나갈 때면 이따금씩 책 속의 문장을 끄집어내곤 한다.

제목부터가 아주 마음에 든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행여나 쓸쓸해질 수 있는 나를 보듬어주는 강세형 님의 저 글은 지나가는 청춘을 붙잡아주었다.


늘 삶의 속도보다 빨리 흘러가는 시간.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며 또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과연 내 인생의 어디쯤 와있을까.'


그러면서

새삼스레 지나온 과거를 떠올려보고

다가올 미래를 잠시 그려보다가

결국 현재가 가장 소중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 과정을 벌써 몇 해 동안 반복하고 있다.





오늘은 문득 ‘청춘’에 대한 생각을 했다.


나이 들고 싶지 않은 마음.

나이가 들어도 철들고 싶지 않은 마음.

늘 도전하며 설레는 삶을 살고 싶은 마음.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나이 듦을 강요당해왔다.

한 살 더 먹게 되면 마치 그에 걸맞은 삶이 존재라도 하듯 성숙과 책임이라는 단어 앞에 동심과 청춘, 자유와 행복을 반납하곤 했다.


줄곳 우리가 나이 듦에 대해 일방적으로 들어왔던 말들은


'철들어야 한다'

'안정된 삶이 필요하다'

'평생직장이 있어야 한다'

'탄탄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

혹은 그 보다 더 보수적인 몇몇 문장 들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부모세대들이 강요받아온 것처럼

젊었을 때는 고생하고 노후에는 안정된 삶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표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이런 우리나라는

할아버지가 되어 빨간 스포츠카를 타는 것을 못마땅해하고

중년의 여자가 타투를 하면 눈살을 찌푸리며

버젓이 다니던 안정된 직장을 뿌리치고

더 즐거운 일을 찾아 나설 때 철없다고 생각한다.


자기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타인의 행복을 못마땅해하는 문화.


우리는 그렇게 우리 스스로의 청춘을

흐르는 세월 속에 보내버려야만 속이 시원하다.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과연 그게 정답일까.


나는 오늘 문득

온전한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을 뿌리쳐야만 한다는 강한 다짐이 들었다.


가끔은 남들에게 손가락질받는다 하더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나이 듦은

중년의 여자가 멋진 타투를 하고

백발의 할아버지가 빨간 스포츠카를 타며

누구나 새로운 일을 찾으며 설렘을 느끼는 삶이다.


..


제주도나 내려갈까 보다.


나도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 보다.




<The selby House> ; 즐거운 나의 집 - 토드셀비(toddselny) 전시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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