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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괴물 Jan 30. 2020

이탈리아 남부, 소렌토(Sorrento)

지중해가 준 선물 같은 도시




로마에서 기차를 타고 나폴리로 이동 후, 이탈리아 남부 투어를 함께 할 차량을 렌트했다. 


이탈리아는 워낙 운전이 거칠기로 유명하고, 특히 남부는 절벽 옆으로 이어진 도로 때문에 더 어렵다고들 하지만, 사실 대중교통으로 더 가기 힘든 곳이 이탈리아 남부이기도 하다. 


꼭 자유여행으로 남부를 여행하고 싶었고, 운전의 어려움 또한 여행의 추억이 되리라 생각하며 우리는 처음부터 렌트를 결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무사히 렌트 여행을 마쳤고, 역시나 차를 빌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신 구글맵의 정교함에 감탄하며, 신호등 하나 없이 모든 소통이 이루어지는 이탈리아 남부의 교통 시스템에 적응해갈 때쯤 아쉬운 마음으로 차를 반납했던 것 같다. 


(*나폴리에서 소렌토로 가는 절벽 도로 위에서 찍은 소렌토 항구의 풍경. 차를 갓길에 세우고 이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유럽의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소렌토 같은 도시 느낌은 처음이었다. 


유럽 전역에서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과 여유 넘치는 현지인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화려한 도시 분위기에 압도당하며,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설렘 가득한 미소가 지어졌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늘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 그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즐기기 위해 모여든 대표 휴양도시.

활기찬 소렌토의 분위기 덕분에 이탈리아 남부의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소렌토가 왜 인기 있는 곳인지는 하루만 머물러 봐도 알 수 있다. 


아기자기한 상점과 골목.

절벽 위에 지어진 예쁜 집들.

푸른 지중해 바다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남부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저렴한 물가.


소렌토에서 보낸 며칠 동안, 나와 아내의 시선이 참 많이 넉넉해졌다. 


이런 여유로운 도시에 있을 때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조급한 마음으로 살고 있었는지가 더 실감 난다. 

무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감들, 앞만 보고 달려온 좁은 시야들이 부끄럽게 느껴지곤 한다. 내가 쫓던 행복의 기준이 과연 옳은 것인지, 삶의 우선순위대로 잘 살고 있는 건지를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한 없이 느리게 걷는 사람들.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해변에서 하루 온종일을 보내는 사람들.

노천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소중한 사람들과 몇 시간씩 수다를 떠는 사람들.


이 곳에선 조급함과 긴장은 사치가 분명했다.


오로지 비교하지 않는 저마다의 행복을 누가 더 잘 만끽하고 있는지가 유일한 과제인 것처럼 여겨졌다.


잠시나마 긴장을 풀게 해주는 이런 너그러움이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소렌토에서 이번 이탈리아 남부 투어의 첫 지중해 해수욕을 했다. 


현지인들에게 제법 유명한 이 해변은 차에서 내려서도 언덕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히든 비치였다. '가장 소렌토스러운 해변'이라는 호스트의 추천 덕분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무와 작은 절벽으로 둘러싸인 이 작고 신비로운 해변은 소렌토의 또 다른 선물 같았다. 

다이빙 시합을 하던 동네 청년들. 예쁜 수영복을 입고 사진 찍기 바쁜 여행자들. 그리고 느긋하게 물속에 둥둥 떠있던 우리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작은 히든 비치를 즐겼다. 

앞으로 남은 여행 동안 원 없이 만나게 될 지중해 해수욕의 시작. 역시 여행은 바다와 함께할 때 더 즐거운 것 같다.







'언젠가 다시 오고 싶은 여행지'


여행지를 떠나올 때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다시 안 와도 좋을 곳과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 여행지가 주는 색깔과 나의 색이 맞아야만 '행복한 아쉬움'이 작동하게 되는데, 소렌토가 그랬다. 도시의 향기에 취해 몇 달이고 머물고 싶을 만큼 우리 부부의 마음에 쏙 들었다. 


지중해가 준 선물 같은 도시, 소렌토.

인구 2만도 되지 않는 작은 도시가 왜 남부 지중해의 상징이 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천만명이 살고 있는 서울에서는 쉽게 느껴보지 못한 소렌토만의 오감은 기분 좋은 치유제가 되었다. 답답하고 힘든 누군가에게 치료제를 주고 싶다면 소렌토 여행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가장 소렌토스러운 거리의 풍경. 일부로 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필터를 얹어보았다. 낡은 옐로우 스톤의 건물벽, 초록의 식물, 꽃과 자전거, 벤치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이런 거리의 풍경에선 셔터를 누르기만 해도 영감이 가득 채워진다.)




(*그리고 역시나 두 손 꼭 잡고 하루 종일 소렌토를 함께 걸었던 아내. 우리 부부는 참 걷는 걸 좋아한다. 여행지의 향기를 우리의 두 발로 직접 구석구석 느끼고 싶어서 그렇게 하루 종일 걷고 또 걷는다. 언제나 이 순간처럼 두 손 꼭 잡고 함께 걸어가길 달콤한 마음으로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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