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여행의 꽃
이른 아침 소렌토의 숙소를 떠나 포지타노로 향했다.
가파른 절벽에 빼곡히 지어진 집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바다를 통해 침략해오는 적들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지어진 생명의 터전이, 지금은 천혜의 절경이 되어 전 세계 수많은 여행자들을 불러들이는 보물이 되었다.
때론 이런 모순이 많은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그래서 바로 지금.
포지타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부 여행의 꽃이 되었다.
(*포지타노를 상징하는 해변의 풍경이다. 이 사진 한컷을 담기 위해 이 먼 길을 달려왔던 것 같다.)
남부 여행의 꽃 포지타노
하지만 모든 꽃에는 그 꽃을 보호하기 위한 가시가 있지 않던가..
포지타노에게 그 가시는 바로 주차였다.
그 옛날 적들이 쉽게 올라오지 못하게 설계된 이 해안가 마을에서 차가 다닌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었고, 주차는 말 그대로 운에 맡겨야 했다.
결국 한참을 돌다가 어느 길가에 운 좋게 주차를 하고 해변까지 한참을 걸어내려 갔다. 좁은 계단길을 따라 내려가는 모든 풍경이 포토존이 아니었다면 자칫 힘들뻔했다.
(*이런 아름다운 포토존들이 있었지만, 저 밑에 보이는 곳까지 걸어내려가야 했다.)
이번 여행은 스마트폰을 두고, 굳이 무거운 DSLR 카메라를 가져갔다. 나름 여행자임을 티 내기 위함이었고, 좋은 사진을 더 많이 간직하고 싶음이었다. 비록 사진 찍는 기술은 부족하지만, 성능 좋은 카메라의 도움을 받아 만족스러운 사진들을 제법 남겼다.
결국 사진만 남는다고 했던가.
시각뿐 아니라 촉각과 후각, 미각, 청각을 활짝 열고 여행하는 걸 좋아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진만 남는다는 그 말의 뜻을 알 것도 같다.
여행을 다녀온 뒤에도 다시 그때의 추억을 쉽게 꺼내어 볼 수 있는 마법.
그 재미를 알고 나서부터는 사진과 영상을 되도록 많이 남기려 노력하는 편이다.
과거의 행복을 언제든 현재로 끌어올 수 있도록.
이번 여행은 우리 부부와 삶의 색이 비슷한 다른 부부가 동행을 했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한다는 건 새로운 시선과 재미를 추가로 경험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시선을 그들과 나누고
그들이 좋아하는 시선을 공유하면서 더 풍요로워지는 여행.
이번 여행이 그랬다.
우리는 주로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참 많은 시간을 수다로 흘려보냈다.
때론 아름다운 풍경들이 배경이 되고, 우리의 이야기가 메인이 된다고 느껴질 만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함께 했다.
(*동행한 부부의 뒷모습. 세 살 난 쌍둥이 엄마 아빠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모델핏이다. 엄마 아빠를 쿨하게 여행 보내준 지블리 꼬마들에게 감사를!)
포지타노 해변에서 반나절을 보낸 뒤
오후에는 현지 사람들에게 새롭게 뜨고 있다는 숨겨진 해변으로 향했다.
이상하게 우리 부부들은 공통적으로 숨겨진 무언가를 좋아했던 것 같다.
위치는 포지타노에서 아말피로 가는 가운데 즈음이고, 가파른 절벽길 가운데 만들어진 다리 밑에 존재하는 작은 해변이었다.
주차장도 없고, 이정표도 없는 작고 아담한 이 해변은 너무나 아름다운 이색의 매력이 있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본 히든 비치의 풍경)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이 해변에서 반나절을 한가로이 보냈다. 태닝도 하고 수영도 하며 느긋하게 지중해 휴양을 만끽했다.
우리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
와이파이조차 희미한 이 작은 해변에서 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보낸 소중한 시간 동안 다시 긍정의 에너지가 채워졌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과 맑은 바다가 선물해준 더없이 좋은 에너지를 받으며, 그렇게 이탈리아 남부의 마지막 일정을 마쳤다.
왠지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여행의 즐거움이 일상으로 고스란히 스며들 것만 같다.
그런 의미에서 만세 한 번 해봤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