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낭만괴물 Feb 10. 2020

유기견 입양, 그리고 2년

우리 집 천사, 보우

 



'보우'는 재작년 여름에 만난 가족이다.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유기견 센터에 봉사를 갔던 날, 바로 임시보호를 신청하고 입양까지 결심하게 되었다. 


'보스턴 테리어'라는 애완용 불독계열인 보우는 성격이 워낙 활발하고 관리가 어려운 탓에 유기견 센터에서도 몇 달째 입양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보우를 보자마자 감정이 이입되었다. 


나도 예전부터 늘 매니아 층에 속했다.

다중에게는 인기가 없지만, 언제나 나를 좋아해 주는 특정 매니아 층이 존재하곤 했다. 


나와 보우는 아마 그런 매니아층을 운명적으로 만나야만 하는 존재였던 거다. 


다행히, 나를 선택해준 아내 또한 유독 그 많은 강아지들 중에서 '보우'만 눈에 띄었다고 고백했다. 역시 안목이 특별한 아내 덕분에 우리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다.

약한 피부병도 있었고, 분리불안도 심했다.


의사에게 추천받은 좋은 사료로 바꿔줘도 위장이 좋지 않아 한동안 약을 꾸준히 먹어야 했다. 


편안한 환경이 아닌 걸까.

우리가 잘 못해주는 걸까.

반려견을 잘 기르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개통령 강형욱 님의 책과 프로그램을 모두 섭렵했고, 틈날 때마다 애견 유튜브를 보며 '우리의 방식'이 아닌 '서로의 방식'으로 사랑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보우'와 2년간 교감한 끝에,

이제 '보우'는 아주 건강하고 행복한 강아지로 자라고 있다. 



*기분이 좋으면 늘 이렇게 활짝 웃어준다.


*내 눈에만 이렇게 멋져 보이는 걸까.




사실 유기견들은 한 번 가족에게 버림받은 아픈 기억이 있어서, 작은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걸 극복하게 해주는 건 꾸준한 사랑으로 가족과의 신뢰를 다시 쌓아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 보우가 건강하게 잘 적응해주는 모습을 보며 참 많이 행복했던 것 같다. 


얼마 전 보우의 생일 파티를 열었다. 

정확히 태어난 날은 모르지만, 입양한 날을 생일로 정했다. 


*생일 선물은 가장 좋아하는 간식 세트와 애견 운동장 방문.





반려견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인 것 같다.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보우 덕분에 참 많은 것을 얻었던 것 같다. 


우선 참 많이 웃었다. 

저런 귀여운 생명체가 곁에 있다는 사실 덕분에 행복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필살 애교는 물론, 하루하루 성장하며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과정이 즐거웠다. 

(물론 물어뜯은 소파와 의자도 바꾸고, 아작 난 리모컨을 두 번 교체했으며 모든 옷에는 보우의 털이 사랑스럽게 붙어있다. 아내의 가방에 비하면 나의 장갑과 신발이 희생당한 정도는 감사할 따름이다. 하하. 다행히도 이제는 그런 놀이가 재미없어졌는지 몹시 평화롭다.)


그리고 늘 그냥 지나치던 집 주위의 좋은 공원을 매일 산책하는 귀한 일상을 선물 받았다. 아내와 함께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그 시간이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시켜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걸 차츰 알게 되었다. 




보우와 함께 있다 보면 알게 된다.

'내가 참 생각이 많구나!'


사랑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

늘 여행하듯 산책하는 것.

맛있는 음식 앞에서 언제나 기뻐하는 것.


단순하지만 확실한 보우의 행복 비결 덕분에 오늘도 나는 쓸데없이 복잡한 나를 반성한다. 


물론 지금도 옆에서 살을 비비며 곤히 자고 있는 보우 덕분에 평화로운 저녁이 완성되고 있다. 







얼마 전 보우를 입양하기 전 처음 보우를 알게 된 사진을 다시 찾았다. [유기견의 수호천사]라는 카페 게시판에서 발견한 사진인데, 당시 우리 부부를 심쿵하게 만든 사진이다. 



구조 당시 모습이라고 한다. 

겁에 잔뜩 질려있는 이 모습.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버려졌을까 싶어 한걸음에 달려갔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우리 식구가 되려고 그랬나 보다. 


앞으로 10년 이상 함께 할 보우.

나의 청춘 구석구석 보우의 존재가 스며들 생각을 하면 참 신기하고 감사하다. 


'보호하고 도와주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보우.


우리 집 천사 보우야. 

엄마 아빠가 보우를 많이 사랑해.




(*별첨)



여행을 떠나려고 짐을 싸면 꼭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케리어 속에 들어가 있다. 어찌 이 귀여운 천사를 두고 갈 수 있을까 싶어 자주 함께 여행을 간다. 




튼튼한 허벅지는 운동에서 나온다는 걸 잘 아는 강아지다. 헬스견 인증!



얼마 전 처음으로 바다를 보더니, 보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바다를 본 강아지는, 호수를 보고 바다라 하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누구나 드림카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