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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플리트 Nov 17. 2023

행복이라는 미끼

(feat. 행복의 기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물으면 얼추 사랑, 가족, 부, 자유, 성공 정도에서 답이 나옵니다. 이들이 향하는 단어는 아마도 ‘행복’이겠죠. 우리는 모두 [행복은 많이, 불행은 조금]을 바라며 살고 있습니다. 



행복은 미끼일 뿐.

얼마 전 [행복의 기원]을 읽었어요. 도서관에 3권 비치된 책인데, 15번째 대기 후에야 받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어마어마하더군요. 그동안의 책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how)’를 말해왔다면, 이 책은 ‘왜(why) 행복이라는 경험을 할까’를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오우! 그동안의 관점과 달라서 무척 흥미로웠어요. 이 책의 주장을 다음 문장으로 소개할게요.

“꿀벌은 꿀을 모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도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벌도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이 자연법칙의 유일한 주제는 생존이다. 꿀과 행복, 그 자체가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 둘 다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간단히 말해,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 인간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행복이 최상의 선’이라고 규정하며 존재의 최종적인 이유와 목적이 행복이라고 주장했고, 이후 우리는 이러한 맥락에서 행복을 정의하고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인간중심적이고 비과학적인 생각이며, 사실 행복은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신적 도구일 뿐이란 주장이 나옵니다. 진화론에 근거한 관점인데요,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던 거라고 주장하죠. 어찌나 입담이 좋은지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술술 읽혔어요.


(*대체 왜 재밌다고 하는지, 맛보기로 보여드릴게요. 

공작새의 꼬리는 눈에 잘 띄니 잡아먹히기 딱 좋습니다. 진화론에 의하면 화려한 꼬리는 퇴화되어야 하는데 왜 아직 화려할까요? 화려할수록 짝짓기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오직 짝짓기만을 위해 설계된 매우 거추장스러운 도구인 셈인데, 바로 이 공작새 꼬리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래요. 멋진 꼬리가 공작새들의 짝짓기 경쟁에서 승부를 가르듯, 멋진 마음을 가진 자들이 인간의 짝짓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게 됩니다. 위트와 창의성 등을 소유한 자는 ‘인간 공작새’가 되는 셈이죠. 피카소가 5만여 점의 미술작품을 남겼는데, 그는 한결같은 꾸준함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고 해요. 붓을 한참 내려놓고 있다가 갑자기 예술적 창의력이 폭발하곤 했는데, 이 광적인 시기는 그의 삶에 새로운 여인이 등장하는 시점과 일치했대요. 창의성과 로맨스의 궁합은 살바도르 달리, 단테, 구스타프 클림트, 일반 대학생들.. 모두에게서 증명됩니다. 여성들은 남자가 왜 그렇게 애써 썰렁한 농담을 하는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라고 작가가 당부하네요. 공작새의 꼬리마냥 구애의 꼬리를 활짝 펴는 중이랍니다 ㅎㅎ)

<다..당신을 사사.. 사랑합니..다다다다다다다다... 뚝닥뚝닥 구애 중>



행복에 유효기간이 있는 이유

우리가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은 왜 빨리 소멸되는지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오늘 아무리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어도, 살기 위해서는 내일 또 사냥을 해야 합니다. 사냥에 대한 의욕이 다시 생기기 위한 필요조건이 있는데, 오늘 고기를 씹으며 느낀 쾌감이 곧 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쾌감 수준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초기화’ 과정이 있어야 그 쾌감을 유발시킨 그 무엇(고기)을 다시 찾는 거죠. 쾌감이 소멸되지 않으면 동굴에 마냥 누워 있을 테고, 계속 누워 있다 보면 결국 영원히 잠들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행복하려면 이 문장에 주목해야겠습니다.

“그래서 행복은 ‘한 방’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쾌락은 곧 소멸되기 때문에, 한 번의 커다란 기쁨보다 작은 기쁨을 여러 번 느끼는 것이 절대적이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로또나 사랑, 성공이 내게 찾아오면 평생 행복할 것 같지만 아무리 이런저런 연구나 추적을 해봐도 그게 아니래요. 그러니 순간순간 행복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소소하게 실천해 보는 게 중요하겠네요.



한국인은 왜 불행한가.

2006년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기 중, 프랑스 선수 지단이 갑자기 이탈리아 수비스 마테라치를 박치기 한 사건이 있었죠. 지단은 퇴장당했고, 프랑스는 결국 이탈리아에 패했습니다. 알고 보니 마테라치가 지단의 여동생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서 지단의 기분을 긁었다고 하네요. 우리 같으면 사사로운 감정에 휘말려 대의를 그르쳤다며 비난했겠죠? 그런데 프랑스는 이 사건 이후 지단을 영웅으로 대접했습니다. 그의 박치기 장면을 조각 작품으로 만들어 프랑스 지성의 상징 퐁피두 박물관 앞에 세워두었죠. 시라크 대통령은 지단에게 “당신은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람, 그래서 프랑스가 당신을 사랑하네.”라고 말했습니다. 

<난 참지 않아!>


문화적 차이 또한 행복에 영향을 미칩니다. 세계에서 높은 소득을 가진 나라임에도 한국, 일본, 싱가포르의 행복도는 이상할 정도로 낮습니다. 개인과 집단의 뜻이 정면충돌할 때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문화의 핵심적인 차이인데, 아시아는 집단주의 성향이 강해서 집단이 개인에게 때로 과도한 요구를 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는 사람은 철없고 이기적이라는 낙인을 찍습니다.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는 선수에게 낙인을 찍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는 그런 선수에게 영웅이라는 명찰을 달아주네요. 필자는 이 대목에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유플리트라는 회사에 소속된 팀원으로 사는 게 맞나, ㅇㅇㅇ이라는 이름의 개인으로 사는 게 맞나. 정반합의 힘을 믿기에 정이 있으면 반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렇게 새로운 합을 만들어가며 결국은 발전하겠지 하려고요. 성장통을 크게 앓으면 훅 크듯, 우리의 몸살이 헛되지 않길 바라게 되네요. 우리 문화가 수용할 수 있는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 만들어 나갈 행복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경험하고 또 경험하라.

필자는 살면 살수록 가성비보다는 경험의 범위가 중요해지더라고요. 이제는 비싸더라도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경험이라면 도전해 보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런 제 생각이 맞다고 지지해 주는 것 같아요. 그동안 우리는 내일 없이 즐겁게 사는 여름 베짱이를 한심하게 생각하도록 세뇌받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을 오랜 시간 추적한 연구들을 보면 행복한 사람일수록 미래에 더 건강해지고, 직장에서 더 성공하며, 사회적 관계도 윤택해지고, 더 건강한 시민의식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의 결론을 소개할게요.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다. 그것인 쾌락에 뿌리를 둔, 기쁨과 즐거움 같은 긍정적 정서들이다. 이런 경험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인이 하루 동안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는 두 가지로 나타났다. 먹을 때와 대화할 때."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도구는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동의할 수 없더라도 새로운 관점, 흥미로운 사례, 화려한 입담을 접하며 반나절 정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지성인답게, 문명인답게 오늘은 서점이나 도서관에 들러 행복의 기원을 알아보시렵니까?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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