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플리트 Nov 10. 2023

난 때론 좋고, 때론 나쁜 사람이지.

넌 틀렸어!

미술에 관심이 덜 하더라도, 몬드리안은 모르더라도, 이 그림은 잘 아실 거예요.

<몬드리안, 빨강 노랑 블루 구성>


몬드리안은 직선과 직각, 삼원색과 무채색만을 사용해 작품을 그렸는데, 이를 통해 ‘질서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표현했습니다. 그런 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네요. 

“곡선은 대단히 감정적이어서 이성적인 본질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동시대에 활동했던 또 다른 추상주의의 대가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에 대해 “질서 정연한 내적 본질 추구가 아닌 곡선과 원, 사각형 등 자연의 외형에만 집착했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칸딘스키, 구성 8>


(두 그림 모두 익숙하죠? 심심풀이로 그림으로 심리검사 할 때 이 두 그림이 꼭 나왔던 것 같아요. 필자는 늘 잘 정리된 느낌의 몬드리안 그림을 택했죠.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아니, 직선이 좋으면 자기 좋은 대로 그릴 것이지 왜 남의 그림에 이러쿵저러쿵 하지? 거 참, 독단적인 사람이구먼!’ 했어요. 그러다 이런 생각이 따라오더군요. ‘뭐.. 이렇게 자신만만하니까 유명해졌나?’ 남들이 뭐라 하건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요. 어찌 됐든 이 사실을 접한 후 [몬드리안 = 독단적인 사람]이라는 공식이 나도 모르게 머리에 심긴 것 같아요.


그림 하나 더 볼까요?

<윌리엄 블레이크, 뉴턴>


객관적 사실 묘사보다 인간의 감성을 중요시했던 윌리엄 블레이크는 뉴턴을 ‘웅크리고 앉아서 컴퍼스를 손에 들고 마치 우주의 이치를 헤아려 보겠다는 듯한 모습으로 측정하는 존재'로 그립니다. 그의 컴퍼스는 많은 이론을 만들어낸 이성의 상징이죠. 블레이크는 ‘감성이 없는 이성은 사악한 지혜’라고 여겼기에 뉴턴을 그림으로 비판했다고 합니다. 


몬드리안은 사적인 자리에서, 윌리엄 블레이크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했습니다. 몬드리안은 감성이 틀리다고, 블레이크는 이성이 틀리다고 주장했네요. 평화주의자인 필자는 타인을 저격했다는 점에서 불편한 감정이 살짝 올라오지만 그건 감정이입해서 그런 거고, 사실 마음 한 편으로는 흥미도 느껴요. 이렇게 티키타카가 있어야 재미도 있고 깨달음도 있고 발전도 있는 거겠죠^^ 



알아야 보이는 것들

마지막으로 그림 한 편 더 볼게요.

<프란체스코 하예즈, 키스>


익숙한 화풍이기에 단순히 남녀가 키스하는 그림이려니 했어요. 해설을 보니 이 그림에서 ‘애국적인 사랑과 자유에 대한 찬가를 묘사’하고 있대요. 전쟁에 출전하기 전 연인에게 굿바이 키스를 하는 찰나를 담은 그림인데 젊은 청년이 입고 있는 초록색과 빨간색은 이탈리아 국기를, 젊은 여인이 입고 있는 푸른색과 하얀색은 프랑스 국기를 상징한다고 하네요. 국가의 독립과 통일을 이룩해 가던 이탈리아와 프랑스, 두 나라 간의 동맹을 암시한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달리 보이죠? 필자는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과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에서 오디오 해설을 다 듣지 못하고 돌아온 게 한일 정도로 해설과 해석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는 만큼 재미가 있거든요. 이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고 나서 ‘역시 제대로 알아야 해.’라는 의식이 더 단단해졌습니다.


필자가 오늘 나누고 싶은 말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몬드리안이 매사에 저렇게 자기만 옳다고 주장했을까요? 자신의 분야인 미술에서는 그랬을지 몰라도 일상에서는 안 그랬을 수도 있죠. 독단적이란 제 말이 억울해 무덤에서 박차고 일어날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그의 한 면만 본 거죠. 윌리엄 블레이크에 대한 제 판단도 뉴턴이라는 그림 한 편에 근거한 게 전부고요.

여러분은 그럴 때 없어요? 누군가가 나를 너무 단편적으로 단정 지어서 당황스러울 때. 사람은 누구나 복잡하고 입체적인 존재입니다. 그 사람은 이러저러한 사람이야, 단정 지으면 그 면만 대하는 관계가 되어버려요. 마주 앉은 이의 복잡성과 입체성을 인정할 때 비로소 깊은 이해야 수용이 가능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순간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 본질의 모습을 궁금해했으면 좋겠습니다. 



상상의 힘이 필요할 때

내가 이렇게 써도 다 받아주실 것 같아 윈디님을 호출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윈디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요? 대표라는 직함을 떼고, 나이도 떼고, 성별도 떼고 한 인격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10살 땐 어떤 꼬맹이었을까? 우리가 학교에서 만났다면 어떤 우정을 쌓았을까? 입사동기였다면 맥주 한 잔 앞에 두고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유플리트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대표와 직원 사이가 아니었다면 다른 모양새의 관계를 맺었을지도 모르죠. 

<우리 사이 어떤 사이?>


우리 모두가 그래요. 마주 앉거나 옆에 앉은 동료를 보세요.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서로가 지금 보는 것과 다른 모습을 볼 테고, 지금과는 다른 사람으로 인식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한 사람을 대할 때 기왕이면 그 사람을 입체적으로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거부감이 들 때면 ‘우리가 하필 지금 여기서 만나는 바람에..’ 라며 이해의 폭을 확 늘렸으면 좋겠어요. 어느 곳에서나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좋은 사람도 없고요. 역할과 입장에 따라 좋은 동료가 될 수도, 꼴 보기 싫은 존재가 될 수도 있는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네요. 그러니 우리, 허물없이 터놓는 동료가 되어 서로를 잘 알아가길, 설령 가까이 부대끼며 다 알아가지 못하더라도 상상의 힘을 발휘하여 이해하고 수용해 가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응원과 격려가 있는 회사에서는 스트레스 지수가 월등히 낮다는 기사를 봤어요. 우리 유플리트가 서로에게 네가 틀렸다며 스트레스를 주는 사이가 아니라 그래서 그랬구나 이해하고 수용해 가며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사이가 되길 응원할게요. 마침 응원과 격려의 마음이 충만한 금요일 오후네요 :)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낙엽의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