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방향을 잃기도 하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을 때도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무겁고 지친다면 비우라는 신호를 보내는 건데 어떻게 비워야 할지, 비워지기나 할지 의구심이 듭니다. 뜻하지 않게 자연으로부터 답을 얻을 때가 있는데, 그 어느 때보다 하늘과 바람과 나무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니 자연 안으로 들어가 보세요. 그저 그 안에 함께 존재하기만 해도 마음의 짐이 덜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빌딩숲에서는 내가 가진 게 있어야 교환가치가 있고, 나무숲에서는 내가 가진 게 없어도 누릴 수 있어요. 빌딩숲은 내게 채우라 하고, 나무숲은 내게 비우라 합니다. 채우고 사느라 버거울 땐 나무숲으로 가시고, 가뿐하게 비워졌을 땐 다시 채우러 빌딩숲으로 가면 됩니다. 정말 간단하죠? 나무숲을 자주 찾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에요. 나무숲을 자주 찾는데도 불행한 사람은 없습니다. 단언컨대 자연에는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사람과 자연의 이치에 공통점이 많아서 그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깨달음을 얻을 때가 있는데요, 필자는 얼마 전 낙엽을 밟고 걸으며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을 다시 한번 깨닫고 마음이 한없이 가벼워졌습니다. 사랑하는 유플리더분들께 나누고 싶네요.
날지 않는 새가 없고 헤엄치지 않는 물고기가 없습니다. 움직이지 않는다면 병들었거나 죽었다는 거겠죠. 우리 사람 역시 걷는 존재입니다. 걸은 수 있는 만큼만 존재한다는 말도 있더군요. 머리로 일하는 걸 비싸게 쳐주는 세상을 살고 있지만 그 이전에 우리는 태생적으로 걷고 움직여야 하는 존재라는 걸 잊으면 안 되겠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이유가 움직이지 않아서란 걸 알고 난 후 열심히 걷기 시작했습니다. 몸건강은 물론 정신건강까지 함께 얻었지요.
요즘은 낙엽과 함께 걷습니다.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참 황홀해요. 정해진 시간도 없고 정해진 방향도 없어 지루하지 않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가 문득 ‘나무는 나뭇잎이 떨어지는 걸 수치스러워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 자연에는 일절 수치가 없더군요!
나무는 기한이 다한 나뭇잎을 떨궈내지만 그것은 죽음이 아니라 다음 생을 위한 준비입니다. 내쳐버림이 아니라 길어올림입니다. 오직 사람만이 허물을 수치스러워합니다. 나비에게는 번데기가, 매미에게는 껍데기가 수치가 아니라 새 존재로의 탈피입니다. 오직 사람만이 허물을 붙잡고 한탄하느라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자연은 수치도 없고 미련도 없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더군요. 내 허물을 붙들고 수치스러워하는데 공을 들입니다. 내가 얼마나 비참한지,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인지 곱씹느라 어둠 속에 주저앉곤 합니다. 앞으로의 10년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지난 10년을 후회하는데 에너지를 다 쓰면 손해겠지요. 그러니 우리, 수치는 짧게 희망은 길게 갖기로 해요.
낙엽을 보면서 내 수치를 하나씩 내려놓았습니다.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감, 재능이 없다는 불안감, 나는 이것밖에 안된다는 자괴감 모두 내려놓습니다. 버리면 그만이거든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모두들 버리라고 할 거예요. 더 들고 있으라는 사람은 옆에 둘 사람이 아닌 거죠. 그러니 유플리더 여러분. 나를 비우게 하는 자연으로, 나를 긍정하는 사람 앞으로 가길 바랍니다.
잘못된 건 고치고 가야죠. 나를 어둠 속에 붙드는 게 뭔지 알아봅시다.
나의 단점 3가지를 떠올려 볼까요? 필자는 자책하는 습관,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은 마음, 먼저 연락하여 안부를 묻지 못하는 습성을 단점으로 꼽았어요. 이제 빨간펜을 쥐고 고쳐봅시다. 감사의 안경을 쓰고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보는 거예요. 앞의 두 가지는 쉽게 되더군요. 자책하는 습관은 ‘나의 부족함을 섬세하게 알아채고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으로 삼아갈 수 있음’으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은 마음은 ‘정의로움’으로 바꿔봤어요. 마지막 게 잘 안되더라고요. 친구가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넌 이게 불편해?” 저는 불편하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주위사람들에게 서운하다는 말, 핀잔하는 말을 듣곤 했기에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인지하게 되었으나 연락 없이도 잘 지내는 내가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랬더니 친구가 시원하게 고쳐주더군요. “그럼 됐어. 그건 단점이 아니야. 단점에서 빼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
허물없고 단점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요. 참 위안이 되죠. 나도 그렇고 남도 그렇다는 거. 내 허물과 단점은 망원경으로, 장점은 현미경으로 보며 살아봅시다. 사람은 생각보다 표현에 인색합니다. 그러니 내가 해줘야 해요. “잘하고 있어. 못해도 괜찮아. 넌 존재만으로 이미 완성형이야.”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옆사람에게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이잖아요. “이야~ 너 멋지다! 오~ 좀 하는데? 내 친구라서 고마워.” 우리는 내 수치의 바다에서 벗어나 이런 사람들 곁에서 머물러야 해요. 그래야 더 나은 사람으로 무럭무럭 자랍니다.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