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사항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필자가 쓴 글 중 역대급인 듯합니다. 그럼에도 필자의 속도로 읽어보니 7분 걸리더군요. 7분이면 생각할 거리 하나 건질 수 있으니 투자해 보시죠!
나이가 들수록, 연차가 쌓일수록 ‘이게 정답이야!’ 확신하지 않게 됩니다. 뭐든 빠른 속도로 변하는 세상이니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게 수두룩하니 쌓여가고, 이해관계 또한 복잡해 어디에나 들어맞는 정의나 상식은 점점 줄어듭니다. 확신하며 살기 힘든 때입니다.
그래서 찾아보고 알아보고 공부하게 됩니다. 지식이나 정보라면야 얼마든지 바로바로 검색해서 체크할 수 있지만 가치 판단이 필요한 영역일 경우엔 인문학적 소양도 필요해요. 무엇이 옳은 것인가, 무엇을 취할 것인가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이왕 태어난 김에 한가락하고 가려면 집요하게 답을 찾는 경험을 많이 해봐야겠습니다.
필자는 정반합의 힘을 믿습니다. ‘헤겔에 의하여 정식화된 변증법 논리의 3단계’라고 소개되었는데, 깊이 들어가진 말자고요. ‘정이 있으면 반이 있기 마련이고, 그래서 정과 반이 치열하게 공생하다가 새로운 합이 나오더라.’ 정도로 하죠. 인류의 역사를 봐도, 사회의 주요 쟁점을 봐도, 내 인생을 봐도 정반합이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어떤 현상이 발생하고 격렬한 논쟁이 일어나도 ‘어떻게 정리되어 어떤 합이 나올지’ 나름 기대하며 인내하게 됩니다. 이런 프레임이 있는 필자라서 AI 역시 정반합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AI가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거스를 수 없고, 거스를 이유도 없거든요. 1~2년 전만 해도 “엄청난 녀석이 온대!” 약간의 의구심과 불안함을 곁들여 기대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실체를 보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본인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실질적인 고민을 하고 있으며, 개개인들도 일상과 일터에서 크고 작게 AI를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AI의 실체를 모아봤습니다. 앞으로 소개할 영상 몇 편만 보아도 코 앞에 다가온 AI를 체감할 수 있을 거예요.
생성형 AI가 핫하죠. 분야별로 구글 생성형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아, 진짜로 다들 AI를 받아들이는구나.’ 실감할 수 있어요.
https://youtu.be/iZPn_1EU6EQ?si=UBYWKZURkGIvMMNq
영상 편집의 신세계를 보았어요. 없던 것도 만들어줍니다. 옷도 갈아입혀줍니다. 바쁘시면 2배 속도로 빠르게 재생해서 보세요. 놀랍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1mo3_OMVko4
필자는 주로 PPT로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ChatGPT(챗지피티)로 만드는 PPT 작업이 매력적으로 와닿네요. 당장 활용 가능한 팁이 있으니 한 번 훑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앞선 영상이 ChatGPT를 활용한 PPT 제작 영상이라면, 이번 영상은 MS사의 Copilot(코파일럿)을 활용한 PPT 제작 영상입니다. 본 영상을 제작한 유튜버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해 준다는 점에서 놀랍습니다.
영상 몇 편을 본 후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내 일자리를 뺏기는 거 아닌지 걱정하셨나요, 아니면 영상 안의 유튜버가 ‘이제 우리는 AI에게 일을 시킬 거예요.’ 말한 것처럼 강력한 무기가 생겨 설렜나요?
마지막으로 영상 한 편 더 추천합니다. 시간 내어 정속으로 보셨으면 좋겠어요. [AI 2024 트렌드&활용백과] 책을 펴낸 김덕진 소장의 인터뷰인데, 비전문가여도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 주네요. AI 활용사례와 그에 따른 이슈들, 해결방안 등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필자는 이 영상 한 편에 AI에 대한 의구심과 두려움 대신 설렘을 갖게 됐는데 여러분께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하네요.
(※ 영상을 보고 바로 책을 구매했습니다. AI에 대한 막연함을 정리해야 할 때가 온 거 같아서요. 이제 슬슬 좋은 가이드가 꽤 나오는 때라서 잘만 따라가면 도태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zZ1OGpQGrWg?si=ejuBjv0qlKe-2R4P
영상 본문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일을 할 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형태나 내가 일을 하는 포지션이나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의 자산이나 자원이나 아이디어에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는 AI가 너무 좋은 도구고, 어떤 사람에게는 위협받는 도구가 될 거예요.”
AI로 인해 사라질 직업을 걱정할 때 김덕진 소장은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의 성격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일을 시키는 분이 있고 아무 생각 없이 받아서 주어진 일만 하는 분들이 있잖아요. 안타까운 얘기지만 후자는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거예요. 일을 지시하는 분들은 챗지피티 생성형 AI를 너무 좋아해요. 회사 임원급분들을 만나서 1:1로 챗지피티 코칭을 해드릴 때가 있거든요. 그분들이 쓰시는 걸 보니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너무 잘 쓰시는 거예요.
경륜이 쌓이면 신입사원이 갖다 준 보고서만 봐도 다시 고쳐와, 이렇게 시키는 걸 잘하잖아요. 그분들이 귀찮아하는 건 초안을 만들고, 보고서의 기본틀을 만들거나 “요즘 새로운 것들을 잘 모르겠어, 요즘 트렌드 모르겠어, 그러니까 네가 만들어와.” 이거지 완성시키라고 안 하잖아요. 완성은 본인이 보고서 본 후 하는 거예요. 그런 관점으로 챗지피티를 쓰는 거예요, 신입사원 부리는 듯이.
챗지피티는 불평도 안 해, 끊임없이 고쳐줘, 새벽 3시에 시켰는데도 해. 그러니 이들은 신난 거예요."
그렇다면 신입사원의 자리가 없어지느냐, 그것은 영상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AI’ 하면 본능적으로 떠올리는 질문이 ‘내 일자리는 괜찮을까? 난 먹고살 수 있는 거야?’가 아닐까요?
다시 김덕진 소장의 입을 빌려 결론을 말하자면 ‘업에 대한 본질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어느새 먼 옛날이 된 2016년, 알파고가 나왔을 때 웹툰 ‘가우스전자’의 곽백수 작가는 “미래에는 좋은 질문을 만드는 사람이 세상을 이끈다. 답을 찾는 일은 AI가 할 테니까.” 말했다고 하네요. 막연하게 그려보던 그때보다 코 앞에 닥친 지금 더 공감되고 체감되는 말입니다.
내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AI로 대체되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 번 짚고 넘어가 볼게요.
하루아침에 사라질 직업도 있겠지만 서서히 형태가 달라지는 직업도 있습니다. 우리 업도 달라지겠죠.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일하게 될 텐데, 그게 어떤 모습인지 상상해 보셨나요?
우리 잠깐, World Economic Forum의 ‘미래직업 리포트 2023’ 내용을 보고 가겠습니다.
출처 : https://www3.weforum.org/docs/WEF_Future_of_Jobs_2023.pdf
빠르게 성장하는 일자리 top 10
1. AI와 머신러닝 스페셜리스트
2. 지속가능성 전문가
3.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
4. 정보보안 애널리스트
5. 필테크 엔지니어
6. 데이터 애널리스트 및 과학자
7. 로보틱스 엔지니어
8. 빅데이터 전문가
9. 농업장치조정자
10.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가
2023년 Top 10 기술들
1. 분석적 사고
2. 창의력
3. 회복탄력성
4. 동기부여와 자기인식
5. 호기심과 평생교육
6. 기술적 리터러시
7. 의존성 및 세부사항에 유의
8. 공감 및 액티브 리스닝
9. 리더십과 소셜인플루언스
10. 품질제어
필자가 10분 걸어서 장을 보는 동네 마트에 어느 날 셀프계산대가 생겼습니다. 계산하며 인사한 직원 몇 분이 안 보이기 시작했죠. 또한 언제부턴가 식당 테이블마다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주문하기 편하다, 했는데 동네 조그마한 식당에도 전부 키오스크 주문으로 바뀌더군요. 처음에는 편해졌다 생각했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사라져 간다는 서글픔도 찾아왔어요. 직업이 사라진다는 걸 직접 목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이 있어요. '사라지는 직업보다 더 많은 ‘새로운 직업’이 생길 것이다.'
어떤 일자리가 뜰지, 어느 기술이 뜰지, 그래서 내 일자리는 괜찮은지 등등 살펴보시라고 소개한 자료인데 당장 와닿을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아는 것이 힘이니 포브스의 글 하나 더 소개할까 해요. 통으로 붙여 넣을 건데, 글이 길어질까 봐 걱정이네요. 그래도 한 번 스윽 읽어보시죠.
제목 : 리스킬링 (Reskilling) 혁명 - 인공지능과 제너레이티브 인공지능이 미래의 직업을 재구성하다.
출처: 포브스
노동 시장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과 강력한 동맹인 제너레이티브 인공지능(Gen AI)은 우리가 일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일 자체의 본질마저도 변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실제 상황은 훨씬 더 미묘합니다. 인공지능과 제너레이티브 인공지능은 도전과 기회 모두를 제시하며, "Reskilling 혁명"을 향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합니다.
자동화의 이점
인공지능의 가장 중요한 영향 중 하나는 자동화입니다. 반복적인 작업, 데이터 분석, 심지어 특정 고객 서비스 상호 작용까지도 인공지능에 의해 점점 더 자동화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인간 근로자들은 창의성, 비판적 사고, 복합적인 문제 해결과 같은 상위 레벨의 기술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인간-인공지능 협업의 부상
미래 노동 환경은 인간과 기계 간의 전투가 아니라 협업이 될 것입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와 패턴 식별에 탁월한 반면, 인간은 공감, 판단력, 전략적 사고에 뛰어납니다. 디자이너가 생성 AI를 활용해 디자인 버전을 만들고, 의사가 AI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변호사가 AI를 활용해 판례를 검토하는 등 인간 전문성과 AI가 협력해 더 나은 결과를 얻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재능 개발의 절대 명령
인공지능이 작업을 자동화함에 따라 새로운 기술 세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입니다. 적응력, lifelong learning,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교육 시스템과 직장은 지속적인 학습 및 재능 개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적응해야 합니다.
일의 기업화
제너레이티브 인공지능은 작업 내 특정 작업을 자동화하여 기업 경제를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더 많은 프로젝트 기반 작업과 독립 계약자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자기 관리, 시간 관리 및 클라이언트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윤리적 고려 사항
인공지능과 제너레이티브 인공지능의 부상은 윤리적 함의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필요로 합니다. 알고리즘의 편견, 일자리 이동, 인공지능 악용 가능성은 모두 책임 있는 개발 및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미래는 밝습니다
인공지능과 제너레이티브 인공지능을 활용한 미래의 일은 디스토피아 악몽이 아닙니다. 재능 개발을 수용하고, 인간-인공지능 협업을 촉진하며, 윤리적 고려 사항을 우선순위에 둠으로써 인공지능의 힘을 빌려 더 생산적이고 혁신적이며 궁극적으로 더 인간 중심적인 작업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준비와 인공지능이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강화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업에 대한 본질적 접근이 필요하다.’, ‘Reskilling이 필요하다.’ 등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에 대해 AI와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 그러기 위해 어떤 기술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등 큰 고민이 필요한 때입니다.
서두에 ‘정-반-합’ 얘기를 했죠. 이제 ‘반’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해요. AI에 대한 명백한 ‘반’이라기보다 이상적인 ‘합’을 위해 한번쯤 쉼표를 찍자는 마음에 준비한 ‘반’입니다. AI를 공부하려고 도서관에 들러 책장을 훑다가 우연히 시선에 꽂힌 책,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작가 데이비드 색스는 코로나 시기에 갇혀 지내며 엄청난 답답함을 느꼈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혼자만의 감정이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천천히 다가오던 기술을 휙 앞으로 끌어당겨 쓸 수밖에 없었던 코로나 시기에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발견한 작가가 요즘 대세에 반하여 내놓는 목소리에 필자도 크게 공감했고, 간단히 공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는 왜 힘들었는가?
책의 서두는 코로나 시기에 갇혀 지낸 경험에 대한 토로부터 시작합니다.
‘일하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성과는 떨어졌다. 불안과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2020년 4월 이글힐컨설팅의 설문 조사에서는 미국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가 탈진 상태로 나타났다. 2021년 미국정신의학회의 설문 조사에서는 재택근무 근로자 대다수가 온라인 근무로 전환하면서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보고했고, 영국이나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이메일 알림음이나 슬랙 메시지 알림음이나 새 화상회의는 모종의 두려움을 자극했다. 눈이 시리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머리가 지릿하게 아플 때도 있지만 뒤에서 묵직하게 욱신거려서 타이레놀을 아무리 먹어도 두통이 가시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다들 녹초가 되었다. 작가이자 조직심리학자인 애덤 그랜트는 이런 상태를 나른함 languishing이라고 불렀다. 우울한 느낌과 신나는 느낌 사이의 공허감, 곧 안녕감의 부재를 의미한다.
범인은 코로나 19 범유행과 그로 인해 우리 삶에서 일어난 온갖 끔찍한 상황이다. 대다수 사람이 강제로 집에 갇혀 지내야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이 남아도는데도 로런은 많이 지쳤다. “그냥 너무 피곤해요.” 로런이 신경질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중략… 원격근무로 바뀌면서 업무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한없이 지루해졌다. 원격 근무로 전환하고 몇 주 만에 줌 피로 Zoom fatigue라는 용어가 유행하면서 심상치 않은 뭔가가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했다. 디지털 소통의 반응 시간이 미세하게 지체되는 탓일까, 속도 탓일까, 용량 탓일까? 진실한 눈 맞춤이 없어서일까, 인지 부하가 늘어나서일까, 디지털 처리 과정에서 오디오 신호가 단조로워져서일까? 누구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고, 원인이 무엇이든 그로 인한 불편감은 갈수록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그런 만남이 얼마나 단조로운 건지 단박에 알았어요. 에너지가 바닥이었어요. 다들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데 지친 겁니다. 그러다 대화가 사라졌어요. 주변의 자극이 사라지고 우리 앞의 그 직사각형 모니터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도 놓치는 겁니다.’
우리도 경험했고, 느낀 바입니다. 줌 회의가 일상화되면서 적응한 것뿐이지 집중력도 몰입감도 흐트러진 게 사실이며, 사람을 앞에 두고 일하는 것과 비할 바가 없음을 모두가 깨달은 바 있죠. 그렇다고 다시는 디지털로 돌아가지 말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왜 디지털로’만’ 일할 수 없는 건지 그 이유를 작가가 친히 들려줬으니 우리도 알고 가는 게 좋겠습니다. 역시 작가의 문장으로 대신할게요.
알고 보면 ‘일의 영역’인 우리의 ‘사적인 영감과 경험’
‘원격 근무와 모바일 근무, 일정한 사무실 없이 일할 때 문제는 사무실이나 기타 업무 전용 공간이 주는 견고함과 균일함이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실리콘밸리 컨설턴트 방에 따르면 사무실의 중요한 물리적 기능은 업무와 생활을 명확히 나눠주는 물리적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잘 설계된 좋은 사무실이라면 근무 중에는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사무실을 나설 때 업무를 남겨두고 떠날 수 있어야 해요.” 방은 말했다. “지난 20년간 우리가 저지른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일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게 해주는 기술과 가정 및 직장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정언 명령을 혼동했다는 겁니다.” 일의 물리적 공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면 일이 모든 가능한 공간으로 퍼져나가서 전에는 ‘가정’으로 보이던 삶의 영역(여가, 가족, 자연, 사랑)에 투자할 시간을 빼앗는다. “이 모든 현상을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해요.” 그리고 방은 이렇게 말했다. ‘넥타이를 매고 사각팬티를 입고 중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쿨’ 해 보여도 어느 한 공간에 들어가 여섯 시간 집중하다가 그곳을 떠나는 것만큼 ‘쿨’ 하지는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신호죠.”’
‘재택근무로 쉽게 전환할 수 있는 전문 직업인들은 주로 ‘지식 작업’을 처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실제 물건(상자, 기계, 음식, 해머)을 다루기보다 이미 업무를 주로 머릿속으로 처리하고 컴퓨터로 작업하던 사람들을 비롯해 광범위한 경제 활동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지식 노동자 중에서 혼자 고도로 집중해야 성과를 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작가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대다수는 동료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일해야 한다. 마케팅, 영업, 전략, 관리, 그 밖에 사무실의 다양한 경제 활동은 더 유동적이어야 하고 덜 개인적이고 덜 직접적이며 기본적으로 대화를 많이 요구한다. 이런 업무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가까이 붙어서 일할 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허친슨은 말했다. “원격근무로 전환한 뒤로 좋은 아이디어를 얼마나 잃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린 공간에서 일하지 않은 탓에 얼마나 많은 좋은 아이디어가 탄생하자마자 제대로 형체를 갖추지도 못한 채 사장됐을까요? …중략…온라인으로는 이런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수가 없어요. 최고의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다고 해도 다 임시방편일 뿐이에요. 실질적인 기능을 하지 못해요. 서로 마음을 맞대고 함께 일을 처리하지 못해요. 디지털 도구는 서로 간의 정서적 격차를 메워주지 못하니까요.”’
‘출퇴근길에는 어떤 일을 깊이 생각할 시간,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되는 시간,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영감을 얻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사물실로 출근하는 사이 부지불식간에 들어오는 무수한 정보가 우리의 뇌를 자극하고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외부 세계에 대한 감각을 제공합니다.’
‘”다채로운 경험이 아쉬워요. 우리의 마음은 모든 것을 몸으로 체화하면서 인지해요. 내 마음은 주변의 세계와 연결해요. 그러니까 우리 마음은 우리 주위의 세계와 연결해서 그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의식 차원에서는 인지하지 못해도 의미 있는 정보를 받아들이죠. 하지만 한 장소에 틀어박혀 있으면 이런 경험을 하지 못해요.” …중략…일종의 감금상태가 되기 쉽다. “재택근무는 인간의 경험을 축소시켜요.” 하이트가 말했다. “저는 감각 위축증이 우려됩니다. 호기심을 잃을까도 걱정되고요. 호기심을 잃는 순간 죽음이 시작되니까요.”
‘콜스테드는 말했다. “전에는 함께 있는 것과 그에 따르는 효과를 과소평가했어요. 그렇다고 매번 함께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문제나 프로젝트에 따라 그게 올바른 해법이 될 수도 있어요.”’
‘공동지식이 되려면 정보를 실시간으로 경험해야 한다. 이메일과 메모와 메시지는 벽에 걸어둔 사훈(성실! 팀워크! 고객 서비스!)만큼이나 문화를 형성하지 못한다. 이론상 화상회의로도 메지시가 전해지는 것 같지만 사실 직접 만나야 강력하게 전해진다. 슈테인버그가 말했다.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게 만드는 최선의 길은 공간을 함께 쓰는 것입니다. …중략…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분열하면 이렇게 공동 지식을 쌓는데 방해가 되죠.”
‘코로나 19 범유행 이전의 어느 평범한 하루, 우리는 사무실로 가는 길에 모르는 사람들을 비롯해 모두 11~16명과 소통했습니다. 럿거스 대학교 인적자원 관리학과 부교수인 제니카 메소트의 말이다. “이처럼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소통이 우리의 긍정적 정서를 끌어올리고 일을 대하는 자세를 바로잡아줬습니다.”'
‘메소트는 전공분야인 인맥 연구에서 두 가지 측면에 주목한다고 했다. 바로 폭(다양성)과 깊이 (관계의 의미)다. “디지털에서도 폭은 비슷해 보여요. 더 많은 사람과 더 쉽게 대화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깊이를 잃고 있다. ”대화가 더 사무적이고 의도적이고 계획적으로 흘러요. 마주쳤다고 해서 아무하고나 대화를 시작하지 않는 거죠. 하나하나 일정을 전해서 만나요.” …중략… “사람들의 사회적인 행동이 날마다 줄어들었어요. 인맥도 감소하고 소속감도 약해지고요.” 재택근무가 대개 외로움으로 이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연구에 따르면 전면 재택근무로 전환하면 사무실 근무에 비해 외로움이 67퍼센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주는 힘이 있습니다. 출퇴근 길이나 휴식 시간에 만나는 사람, 풍경, 사건사고들이 영감을 주기도 합니다. 함께 모여 있을 때 공동의 목표가 공유되고, 아이디어가 살아나고, 의지 또한 견고해집니다. AI가 아닌, 우리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있고 인간의 창의력이니 통찰이니 하는 것들이 어디서 오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우리 유플리트에서 많이 하는 작업 중 하나가 스크럼, 스프린트입니다. 공동의 목표를 체크하거나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인데, 이런 행위가 얼마나 소중한지 [디지털이 할 수 없는 것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소소하지만 공감이 가는 사례 하나 소개할게요.
‘제니퍼 콜스태드의 포드자동차 설계팀은 몇 달 동안 디지털 도구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콜스태드는 2021년 6월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핵심 직원 여덟 명에게 백신 접종을 마치고 마스크를 쓰고 디토로이트의 회의실로 나오게 해서 오프라인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우리는 일을 마무리했어요.” 콜스태드가 환하게 웃었다. “세 시간 만에 끝내버렸죠!” 나는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간단했다. 콜스태드는 회의실 벽을 이용했다. 온라인에서 찾아낸 온갖 아이디어를 인쇄해서 모두가 볼 수 있게 회의실 벽에 붙였다. “벽을 보면 돼요, 벽을!” 클스태드는 감격한 표정으로 그때를 떠올렸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결코 안 되죠. 그 회의실 벽에 인쇄한 종이를 핀으로 꽂아놓고 그 위에 뭔가를 적고 그걸 다시 옮기는 거예요. 머릿속이 뒤엉킨 창조적인 사람들에게 그만한 방법이 없어요. 그런 건 디지털로 복제할 수 없어요. 우리에겐 그 벽이 필요했어요. 벽에 꽂을 핀이 필요했어요. 사람들이 필요했어요.” …중략… 포드자동차의 신경학자가 코로나19 범유행 중 진행한 연구를 근거로 우리가 다른 사람과 가까이 있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 대해 설명했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엔도르핀이 샘솟아, 말하지 않아도 냄새를 비롯한 신체 언어로 소통하게 된다고 했다. 콜스태드가 말했다. “우린 그런 걸 놓치는 줄도 모르고 있어요. 전에는 함께 있는 것과 그에 따르는 효과를 과소평가했어요.”’
조직을 하나로 연결하는 핵심은 신뢰입니다.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는 공간과 도구가 디지털 너머의 진짜 세계, 아날로그에 있음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또한 인간이 인간다운 이유 '창의력, 통찰력, 공감' 등은 우리 인간들이 서로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경험하는 것들이 얽히고 융합하여 만들어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이게 AI에 대한 ‘반’이냐고요? 아니요. AI와 상생하기 위해 놓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음을 '코로나19로 인해 강제적으로 흩어져야 했던 우리들의 경험'을 통해 함께 나누고 싶었어요. 세상이 소용돌이치는데, 이상적인 ‘합’이 무엇인지 진득하게 고민하는 분들께 필자의 작은 인사이트 하나 얹어보았습니다. 유플리트라는 회사에 모여 일하는 사람들 모두, 현장에서 우리 사람들과 함께 하는 힘을 믿으며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슬기롭게 엮어 저마다의 인사이트를 발휘하여 고객사와 대중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길 소망하며 오늘의 인사이트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