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요즘 인터넷 은행 업무나 쇼핑을 할 때 PC를 켜시나요, 아니면 바로 스마트폰 앱부터 여시나요? 몇 년 전만 해도 당연히 컴퓨터 앞에 앉아 웹사이트를 띄웠겠지만, 이제는 휴대폰 하나로 척척 해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지금, 디지털 서비스의 무게중심은 자연스럽게 모바일 앱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PC 웹사이트의 존재감은 예전만 못하고, “이제 PC 웹이 굳이 필요할까?” 하는 말이 나올 정도죠. 오늘은 이렇게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전환한 국내 서비스들의 채널 전략 변화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모바일 위주로 바뀌면서 등장한 두 가지 전략 – PC를 과감히 없애고 ‘Only Mobile’로 가는 길과, PC 화면도 모바일처럼 구성하는 ‘Multi Mobile’ 방식을 차례로 알아보겠습니다. 모바일이 대세가 된 시대, 기업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요?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 케이뱅크(K Bank)는 한때 PC 웹 인터넷뱅킹도 지원했지만, 2023년 3월부로 모든 개인 대상 PC뱅킹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조회, 이체, 상품가입 등 은행 업무는 모바일 앱에서만 가능하다는 과감한 결정이었죠. 이는 이용 빈도가 낮은 채널을 정리하고 모바일에 집중하기로 한 케이뱅크의 전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실제로 케이뱅크 측은 “모바일뱅킹 이용자 비중이 빠르게 확대됨에 따라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케이뱅크만 이런 길을 택한 건 아닙니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 후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처음부터 아예 PC용 인터넷뱅킹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홈페이지에서는 고객센터 문의나 상품 안내 정도만 제공하고, 계좌조회나 이체 등 핵심 은행 업무는 모바일 앱으로 해야 했죠. 덕분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계좌 개설부터 송금, 대출 신청까지 모든 금융 활동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편리함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모바일 전용 전략은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케이뱅크가 PC 서비스를 접으면서, 이제 국내 주요 인터넷은행 중에서 전면적인 PC 웹뱅킹을 제공하는 곳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케이뱅크의 월간 PC 웹 방문자 수는 약 34만 건으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습니다. 반면, 모바일 앱 기반의 활성 사용자 수는 토스뱅크 213만, 카카오뱅크 205만, 케이뱅크 129만 등으로, 대부분의 고객 접점이 이미 모바일로 이동해 있었음을 보여주는 수치였습니다. 이러한 데이터 흐름은 케이뱅크가 모바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되었고, 이후 앱 중심의 서비스 체계를 빠르게 강화해 나가는 계기가 됐습니다.
결국 ‘Only Mobile’ 전략은 모바일 사용이 압도적인 환경 속에서 채널 운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모든 채널을 동일하게 유지하기보다, 핵심 이용자들이 몰려 있는 모바일 앱 하나에 역량을 집중해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죠. 이에 따라 PC는 주요 정보 위주로 단순화하거나, 브랜드 소개·지원 채널로 역할을 재정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PC 웹은 남겨두되, 화면 구성은 모바일 화면 구성에 맞춰 일관되게 운영하는 전략도 있습니다. 이른바 ‘Multi Mobile’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을 텐데, PC에서도 모바일 화면과 거의 같은 구조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이런 운영 방식이 선택된 이유는 명확합니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모바일을 기준으로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죠. 결국 서비스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주로 보는 화면에 맞춰 PC도 맞추자”는 흐름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또한 따로 PC 전용 화면을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되니 디자인과 개발, 운영 리소스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사용자 입장에서도 익숙한 구조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혼란 없이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최근 CGV가 이 전략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CGV는 2025년 7월부터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하며 PC와 모바일 웹사이트를 하나로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는 PC용 CGV 홈페이지와 모바일 사이트가 각각 분리되어 있었지만, 개편 이후로는 PC에서 접속해도 모바일과 같은 화면 구조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것이죠. CGV 측은 “더욱 안정적이고 편리한 서비스”를 위해 통합했다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방향으로, 패션·쇼핑 분야에서도 모바일 중심으로 설계된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에이블리(ABLY)와 지그재그(ZigZag)입니다. 이 두 서비스는 출시 초기부터 모바일 앱과 모바일 웹만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해 왔고, PC 웹에서는 별도의 전용 화면 없이 모바일과 거의 같은 구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화면 상단에는 “앱에서 더 많은 상품을 볼 수 있어요!”라는 안내 문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앱으로의 이동을 유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죠. 이러한 전략은 이용자 층의 특성과 업종에 따른 선택이기도 합니다. 지그재그와 에이블리의 주 고객층은 10~20대 여성으로, 이들은 스마트폰 쇼핑에 익숙하고 앱 사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두 서비스 모두 이용자에게 익숙한 모바일 환경을 중심으로 설계하면서, PC를 통한 검색 유입이나 상품 조회 같은 기본적인 사용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요약하자면, Multi Mobile 전략은 모바일 퍼스트로 성장한 서비스들이 선택하는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운영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의 화면 구조를 모바일과 PC에 함께 적용함으로써 효율적인 운영과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앱 중심의 사용성을 유지하면서도 검색 유입 등 웹사이트의 강점 역시 놓치지 않는 절충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층을 주요 타겟으로 하는 쇼핑 플랫폼이나 콘텐츠 서비스에서 이런 방식은 하나의 흐름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비스들이 앞다투어 모바일에 집중하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우리 모두의 생활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인터넷 이용 습관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죠. 예전엔 “집집마다 컴퓨터 한 대쯤은 있는 게 기본이지”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PC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일상을 보내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가 되었죠. 실제로 2024년 기준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약 98%, 1인 가구를 포함해 대부분의 세대가 스마트폰을 기본 디지털 기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가구 PC 보유율은 2012년 82%에서 2024년 현재 77% 수준으로 소폭 하락했고, 특히 혼자 사는 가구나 젊은 층은 아예 데스크톱 없이 생활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인터넷을 어떻게 쓰느냐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한때는 쇼핑이나 은행 업무를 보려면 당연히 PC 앞에 앉아야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몇 번만 누르면 결제도 되고, 송금도 되고, 대출 신청까지 가능한 세상이 됐죠. 요즘은 하루에 스마트폰과 PC를 합쳐 5시간 넘게 스크린을 본다고 하는데, 그중 대부분이 손에 쥔 스마트폰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봐도 과장이 아니겠죠.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도 모바일 중심화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이 늘 손에 들고 다니는 기기라는 점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바로 꺼내 쓸 수 있고, 지하철이든 침대 위든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죠. 이는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서비스와 사용자가 만나는 접점이 훨씬 더 자주, 더 깊게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푸시 알림 하나로 “놓친 쿠폰 있어요”, “새 소식
알려드릴게요”처럼 서비스는 사용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게 되었으며, 홈 화면의 앱 아이콘은 재방문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앱 설치를 통해 고객을 락인(lock-in) 시켜 충성도를 높이고, 마케팅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으니 ‘앱 설치 유도’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기술의 발전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과거에는 모바일 기기 성능이 떨어지거나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PC에서만 가능한 기능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성능이 데스크탑 못지않고, 5G와 와이파이 덕분에 네트워크 속도도 쾌적합니다. 무거운 이미지나 동영상도 앱 안에서 빠르게 불러오고, PC에서 처리하던 복잡한 기능도 앱 하나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죠.
이처럼 스마트폰의 보급, 사용 행태의 변화, 기술 발전까지 맞물리면서 서비스들은 자연스럽게 모바일을 중심에 두게 됐습니다. 앱 하나만 잘 만들어도 고객과 자주 만나고,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여기서 이런 질문도 생깁니다. “이렇게까지 모바일이 중심이 됐다면, 이제 PC는 정말 필요 없는 걸까?” 하지만 PC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PC가 어떤 분야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러한 모바일 시대에도 PC 웹 전략을 포기하지 않은 분야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포털 사이트 인데요.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은 모바일 앱과 모바일 웹으로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PC 웹 서비스도 꾸준히 유지·개선하고 있습니다. 포털 입장에서는 뉴스, 실시간 이슈, 데이터성 정보(날씨·환율·시황), 그리고 영상·쇼츠 같은 여러 형식의 콘텐츠를 한 화면에 풍부하게 배치하는 데에는 여전히 PC 화면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카카오는 2024년 2월에 7년 만에 다음(Daum) 포털의 PC 첫 화면을 전면 개편했다는 소식을 전했죠. 실시간 이슈를 한눈에 보여주는 박스를 신설하고, 날씨·환율 정보나 숏폼 영상 코너 등을 PC 화면에 새롭게 배치하는 변화였습니다.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대대적인 PC 화면을 개편한 만큼, 포털은 아직 PC 이용자들을 무시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분야는 블로그·카페 등 커뮤니티 서비스입니다. 네이버 블로그나 다음 카페 같은 플랫폼은 모바일 앱을 제공하면서도 PC 웹 접근성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글 작성이나 긴 댓글 작성 등은 키보드가 훨씬 편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블로그 포스팅을 하거나 카페에 긴 글을 올릴 때는 PC 환경이 더 수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인지 이러한 플랫폼들은 모바일 편의 기능을 강화하면서도, PC용 에디터나 관리화면을 꾸준히 개선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검색을 통한 유입이나 URL 공유를 통한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PC 웹을 완전히 버리기 어렵습니다. 모바일 앱과 달리 PC 웹은 검색을 통해 누구나 유입될 수 있어 신규방문자나 트래픽 확보에 유리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쇼핑몰을 비롯한 일부 앱 중심 서비스들도 검색에 노출될 최소한의 웹 페이지(랜딩 페이지)는 남겨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전한 앱 전용보다는, 검색 결과에 걸릴 수 있는 ‘라이트(light)한’ 웹 버전이라도 만들어두는 식입니다.
결국, 모바일이 일상 대부분을 차지하더라도 PC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여전히 있습니다. 큰 화면으로 읽고, 키보드로 길게 쓰고, 탭 여러 개로 비교·검색하는 일은 PC가 더 적합하죠. 그래서 포털과 블로그·카페 같은 커뮤니티는 앱을 키우면서도 PC 웹을 꾸준히 손보는 겁니다. 중요한 건 “무엇을,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편하게 할 것인가”죠. 이 관점으로 보면 PC 웹 전략을 포기하지 않는 선택은 시대에 뒤처진 고집이 아니라, 사용 맥락에 맞춘 합리적 분배라고 생각됩니다.
모바일 중심으로 서비스 전략이 이동하는 건 이제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채널 전략의 정답이 “무조건 모바일”은 아니라는 점을, 여러 사례가 알려주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채널 전략은 모든 사용자를 한꺼번에 만족시키려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핵심 사용자층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서비스의 주 고객이 어디에 있는지를 냉정히 파악하고, 그들이 가장 편리하게 느끼는 채널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처럼 언제나 중심에는 사용자 경험(UX)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새로운 기술이나 유행에 따라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기보다, 서비스 이용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가장 만족스러울까를 먼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채널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진짜 목적은 ‘만족스러운 경험’을 만드는 데 있으니까요. PC나 모바일, 그리고 앞으로 또 등장할지 모르는 새로운 플랫폼까지, 결국 중요한 건 그때그때 사용자에게 가장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겠지만, “사용자가 중심”이라는 본질만 잊지 않는다면, 어떤 채널이든 우리 서비스에 맞게 공존시킬 수 있을 거예요.
결국 “어떤 채널이 더 좋냐”가 아니라, 이용자들이 진짜로 편하다고 느끼는 경험은 무엇이냐에 대한 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모바일 시대를 살아가는 서비스들이 앞으로도 꾸준히 고민해야 할 방향 아닐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문
- CGV, 고객 편의성 강화 위한 시스템 전면 개편 시행ㅣCJ뉴스룸, 2025
- 가구 인터넷 보급률 및 컴퓨터 보유율ㅣ지표누리 e-나라지표, 2024
- 스마트폰 관련 조사 2012-2024 #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ㅣ갤럽리포트, 2024
- 케이뱅크 PC뱅킹 중단...모바일 집중화ㅣ전자신문, 2023
- “한국인 스마트폰 및 하루 평균 5시간 이용...ㅣ메디포뉴스, 2023
- 대한민국 인터넷,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다ㅣ보안뉴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