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보이던 날
저는 대구에서 고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영어강사예요. :)
7년이란 시간을 고등부를 전담하며 마치 내 학원인듯 6명에서 40명까지 학원을 키워나갔죠, 출산하는 당일까지 일했고 조리원에서도 아이들의 결석을 신경쓰고 30일 만에 복귀를 했습니만 열정의 날개가 꺾이는 보스를 보는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저는 퇴사를 하는 중이예요 :)
제 살과 피같은 딸냄 아들냄들을 위한 제 노력들 :)
이번 주 일요일이 마지막 출근날이라 마치 이별중인 것처럼 저도 퇴사를 하는 중이예요, 어제 포항에서 대구까지 출근을 하며 지는 노을과 계절이 바뀌어가는 공기가 보이더라구요. 아, 내가 마음의 짐이 있었구나. 이제 내려놓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민서는 어떻게 먹여살리지? 정기적금은 어떻하지? 공부방을 바로 차려야 하는건가?
하는 등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머리가 복잡했는데 운전 하는 사이드미러로 노을이 보이더라구요 !
무려 노을이 보이더라구요 !
정말요! 노을을 봤던 것 같은데 지난 몇 달간 정말고 1도 감흥이 없었다구요! 그런데 무려 노을이 눈에 보이고 노을에 제가 흥얼거렸어요!
제가 많이 힘들었나보더라구요, 노을이 보이고 나서야 알게되었어요.
갑자기 어떤 노래가 듣고 싶고, 하고 싶은게 생기도, 삶의 활력이 돋으며 또 알게되었어요,
아- 나 많이 애썼구나, 나 많이 버거웠구나
이젠 조금 비워두고 생각해보자. 하고요
틈틈이 작가님께서 쓰신 글 중에 이 글을 읽고 퇴사를 결심했는데, 다시 한 번 적어보면서 기억해두려구요.
"내가 왜 그렇게까지 나 자신을 날카롭게 찔러대며 애면글면 애를 썼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전합니다. ; 그 모든 소망은 됨녀 좋고, 아니면 마는 것들이었는데;라는 생각을. 내가 그 일을 해내면 좋겠지만, 아니면 마는 것입니다. 내가 그 사람의 마음에 들면 좋겠지만, 아니면 마는 것입니다. 이번의 시도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 좋겠지만, 아니면 또 마는 것입니다. 어쩌다 나의 노력 덕분에 일이 잘 된다면, 나는 작은 자기효능감 하나를 챙기고 다음 일을 도모하면 됩니다. 만약 안 된다면? 그러면, 그냥 마는 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내가 불행해지지 않을 정도로만 다한 후에 '그래서 어쩌라고?' 정신으로 다른 즐거움을 찾아내어 즐기면 됩니다, "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에필로그 중-
노을을 보고나니,
3년전에 작가등록했던 브런치가 생각이 나고
하고 싶은 말이 생기고 읽고 싶은 글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동안은 서점의 책들마저 시끄러워서 가지 않았었구요, 마음이 많이 지쳤던 때 입니다.
노을을 보고, 퇴사를 하고, 더 가벼워진 제가
20살때 썼던 일기처럼 더 괜찮은 어른이 되어보자는 다짐이 문득 생각났던건 우연일까요.
카페에서 제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이 몇 년 만에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