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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 Sep 19. 2016

5년의 사랑과 1년의 이별(2)

그저 눈을 감아요,



이별 통보를 받은지 10일만에 7키로가 빠졌다.

초등학교 때 몸무게로 돌아간건 처음이었다.  밥을 목으로 넘길 수 없어 물만 마셨다.

물만 마셔도 숨이 막혔다.


친구들의 위로도 받을 수가 없어 한동안은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다.

그 위로가 우리의 이별을 인정하는 것만 같았으니까.

나는 그 괴로운 시간을 온전히 혼자 버텨야만 했다.






우리가 끝났다는 사실 보다도 슬펐던 것은 그가 내게 매달릴 기회 조차 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너가 싫어졌어, 지겨워, 권태기같아, 이 관계에 회의감을 느껴,

차라리 이런 말이 더 나았을 것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나의 상황들,

부모님의 이혼과 경제상황은 어찌 바꿔보려 노력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내가 그에게 최선으로 매달릴 방법은 내가 변해볼게 기회를 줘. 내가 더 잘할게. 이런 말들로 빌고 또 빌며

우리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갖은 노력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 주변상황이 싫다고 말했다. 사실 그의 맘이 떠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용감하지 못했다. 너가 싫다고 솔직히 말할 용기가 없었다.

헤어지는 순간까지 자신의 감정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 몰랐을까.

어떤 말이 나를 더 아프게 할지.

아니 알고 한 말이었을까.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나의 상처를 이별이유로 들어 나를 소용돌이로 밀어 넣은 그를 나는 붙잡을 수는 없었다.

여전히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 잠에 들기 전 그의 집으로 달려가 아무렇지 않게 그의 옆에 누워, 잠든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는 상상을 했다.

곧 상상의 마지막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가 있었다.

그 밤의 나는 맨발로 고속도로를 뛰고 산을 넘고, 지하철을 타고 거칠어진 마음대신 거칠어진 발로 그의 집에 다녀오는 상상을 했다.




오년이 넘는 시간동안 우린 수백번을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웠지만,

이번은 정말 끝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내게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라고 재촉했다. 나는 그 강을 건너야만 했다.

온갖 아픈 말들로 떠나라고 밀어내는 그에게 매달릴 수 없었다.








한 달 뒤,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강을 건너 다시 돌아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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