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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 Oct 04. 2016

5년의 사랑과 1년의 이별(3)

당신이 행복하기를


그의 돌아오라는 말은 무척이나 가슴 아팠다.

나는 돌아가지 않았다.






엄마는 딸이 오 년 넘게 한 남자에게 이쁨 받으며 지내온 줄로만 아셨다.

헤어짐을 통보받은 그 새벽, 온 동네 사람들이 내 이별의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을 정도로 오열했다.

엄마를 붙잡고 울었다. 엄마도 울었다. 당신의 탓이라고 하셨다.

내가 돌아갈 수 없는 첫 번째 이유였다. 



그는 내가 당연히 돌아올줄 굳게 믿고 있었다.

한 달 동안 소개팅도 해봤지만, 너만 생각났다. 하였다.

나를 잊으려, 헤어짐을 고하고 다른 사람까지 만나봤다니. 

정말 나를 잊으려고 작정했구나 싶었다.

내가 돌아갈 수 없는 두 번째 이유였다.



그가 권태를 느끼며 버텨온 2년 남짓의 시간들.

순간이 살얼음판 같고, 지쳤던 순간들.

나 왜 그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며 견뎌왔을까.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

내가 절대로 돌아갈 수 없는 마지막 이유였다.




나는 잔인하게 그를 거절했다.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지던 권태의 나날 동안,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나의 집을 그가 처음으로 찾아왔다.

멀다고, 귀찮다고 찾지 않던 그는 

수시로 나를 찾아와 잘못을 빌었다.

마음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가 나를 찾고 있는 이 순간보다, 부족한 감정으로 찾지 않던 순간들이 내게 가시가 되어 박혔다.

죽을 때까지 그를 찾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를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그는 백일이 넘게 나를 찾고 내게 잘못을 빌었고 나를 기다려줬지만

나는 그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세상 누구보다도 이성적이고 칼 같던 사람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그가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느꼈지만


나는 이미 내 상처에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귀가 멀어 들리지 않았다.

나도 그를 벗어나고 싶었다.


억지로 끌고 온 내 사랑을 이제 나도 끝내고 싶었다. 


여전히 그를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랑을 시작했다. 그와는 전혀 다른 사람을 만나서.

사람들에게 행복하다 말했다.

그를 벗어날 수 있어서.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와 함께 보던 영화를 다시 보지 못하고, 함께 가던 영화관을 가지 못하고,

함께 거닐던 서울 그 거리를 다시 걷지 못했다.

문득 나는 그에게서 한 순간도 벗어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나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결국 다시 혼자가 됐다.

이별을 통보받던 그 순간의 나로 다시 돌아왔다.

그 순간의 감정과 그로 인한 슬픔. 다시 원점이 되었다.

그 사실이 견딜 수 없게 슬펐다. 

그에게 전화를 걸고 싶으면 손가락을 자르고, 달려가고 싶으면 다리라도 부러지기를 바라며

견뎌왔던 내 순간들이 물거품이 된 것이, 나 자신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

나는 곧 아프기 시작했다. 

죽어야만 이 슬픔이 끝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헤어지고 단 한 번도 먼저 걸지 않았던 전화인데.

일 년이 넘었는데도 그의 번호가 선명히 떠올랐다.

마치 어제 전화로 사랑을 속삭였던 것처럼.




누구세요. 말씀하세요.

여러 번 묻던 그에게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네다섯 번을 더 묻고 기다리는 그에게 말했다.

나야.







전화 너머로 그의 눈물이 보였다.

그는 울고 있었다.



왜 전화했어? 나 너 이제 겨우 잘 잊고 지내는데.

그리고 왜 나야 라는 한마디에 나는 너를 바로 떠올린 걸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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