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의 일상 큐레이팅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나의 고양이. 똘이의 털은 꽃가루처럼 부드럽고, 눈은 깊은 바닷속 같습니다. 똘이는 고요히 나를 지키느라 분주합니다. 방문을 닫으면 궁금해 견딜 수 없는지 애타게 소리를 내며, 문을 열어달라고 조릅니다. 문이 열리면 밤새 안방을 들락날락하며 나를 지켜봅니다. 내가 눈을 뜨는 순간, 늘 같은 자리에서 눈이 마주칩니다.
'잘 잤어?' 똘이는 묵음으로 인사를 건넵니다.
"너도 잘 잤니?" 나는 소리로 대답합니다.
나는 저기 저 꽃이에요. 저 하늘이에요. 저 의자랍니다. 나는 그 폐허였어요. 한 줄기 바람이었어요. 그 열기였어요. 교묘히 변장하고 있는데도 당신은 나를 한눈에 알아보지 않으셨나요? 당신이 자신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당신은 나를 한 마리 고양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 장 그르니에, 『섬』 中
똘이와 함께하며, 나는 고양이의 특별한 세계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습니다. 똘이는 하루 종일 집 안 구석구석을 누비며 라운딩을 합니다. 그 동선의 중심에는 언제나 내가 있습니다. 똘이의 시선은 마치 세상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내 곁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자유입니다. 내 손을 핥아주다가도, 느닷없이 날카로운 송곳니로 깊숙이 이빨 자국을 남깁니다.
고양이가 모든 사물에 깃들어 있듯이 혹은 모든 곳에 흩어져 있듯이, 나 또한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누가 누구를 책임지고, 누가 누구를 기를 처지가 못된다. 서로 길을 가다 만났으니 가볍게 인사하고, 잠시 담소를 나누고, 같이 머물다 갈 뿐이다. - 림태주, 『오늘 사랑한 것』 中
똘이는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났습니다. 엄마 잃은 작은 아기 고양이가 어느 날 아들을 따라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아들에게 껌딱지처럼 붙어 있었습니다. 아들이 떠난 후에는 딸에게 꼬리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아들도 떠나고 딸도 떠나고, 똘이는 마침내 나를 선택한 듯합니다. 밤이나 낮이나, 나만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똘이가 나에게 기댄 것보다, 내가 똘이에게 기대어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누가 누구를 책임지고, 누가 누구를 기를 처지가 못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서로 길을 가다 만났으며 사랑하는 것들을 떠나보내고 남겨졌습니다. 가볍게 인사하고 서로 기대어 머물고 있습니다.
이제 똘이는 내 삶의 작은 별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곁을 밝혀주는 빛,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존재. 언젠가 별이 흐려지고, 서로를 떠나야 할 날이 온다 해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영원히 가슴속에 빛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