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다. 무슨 일이든 쉽게 질리는 내가 유일하게 오래 하고 있는 것이 책 읽기이다. 독서를 통해 인풋은 쌓였지만, 아웃풋이 없다 보니 늘 허전했다.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의 초보작가이지만 이제는 ‘작가’라는 이름을 스스로 부여할 만큼 글쓰기를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 자체로 작가일 수 있다고 믿는다.
돌아보면, 나의 글쓰기 시작은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 덕분이었다. 15년 전, 이 책을 처음 읽고 12주 과정에 도전해 보았다.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40분가량 ‘모닝 페이지’를 쓰는 습관을 들였다. 머리맡에 공책을 두고 꿈속에서 있었던 일, 전날의 감정, 그리고 평소 쉽게 꺼내지 못했던 내면의 소리를 풀어냈다. 처음엔 그저 낙서에 가까운 글들이었지만, 점차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진정한 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은 글로 하는 명상처럼 내 감정을 정화시켜 주었다.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
이 질문을 던지며, 책은 또 하나의 과제를 내게 주었다. 바로 ‘아티스트 데이트’. 평소 가지 않던 곳을 찾아가고, 해보지 않았던 일을 경험하면서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라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같은 길을 걷고, 익숙한 사람들을 만나며 일상을 반복하지만, 이 데이트는 내게 낯선 세계를 선물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새로움을 마주할 때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예술가가 깨어나는 순간을 경험했다.
진정한 아티스트가 되느냐, 아니면 그저 꿈을 숨기는 그림자 아티스트로 남느냐는 재능이 아니라 용기의 문제다
매일 모닝 페이지를 작성하고 주기적으로 아티스트 데이트를 하며 나는 점점 더 내 안의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를 가둬 왔던 껍질이 조금씩 깨어졌고, 세상은 생각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꾸준히 실천하다 보니 마치 ‘우연의 동시성’이 찾아오듯 생각했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12주 과정을 마친 후, 나는 내 안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변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존재 자체로 나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경험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 있다. 흔적처럼 남아 매일 나를 물들인다. 마치 오랜 시간을 지나온 물결이 내 삶에 다시 닿는 것처럼, 아티스트 웨이에서 시작된 작은 실천들이 여전히 내 안의 예술가를 꿈틀거리게 한다.
나에게 글쓰기는, 그저 꿈이 아닌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부족하지만 매일 글을 쓰고, 새로운 경험을 마주하며 나는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무한한 내면의 자원을 발견한 지금, 나는 앞으로도 글을 통해 나를 이어갈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나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