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어릴 적 "너 꿈이 뭐니?"라는 질문을 받으면 참 난감했다. 그때마다 대답은 달랐다. 선생님이 될 거라 했다가, 간호사, 또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때 그때 생각나는 대로 대답했지만, 솔직히 말해 진짜로 되고 싶은 꿈은 없었다.
대학 학과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정한 꿈이란, 그저 세상에 도움이 되고, 세상을 많이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회학과를 선택했다. 학문을 깊이 알아갈수록 세상은 부조리함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점점 자기계발서를 싫어하게 됐다. 자기계발서는 늘 비슷한 말들로 시작했다. "명확한 목표를 가져라. 꿈을 꿔라. 그 꿈을 이룬 것처럼 상상해라." 게다가 인간관계는 이렇게 저렇게 하라,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나는 그런 조언들이 답답했다. 꿈이 없는 내가 뭘 상상하겠는가. 그렇게 살라는 것도, 나에겐 다 허무하게만 느껴졌다.
살다 보니 종교와 철학에도 잠시 빠져본 적이 있다. ‘삶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했지만, 답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성실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길가에서 아무 이유 없이 죽음을 맞는 세상. 이 부조리한 세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때 만난 책이 바로 미움받을 용기였다. 이 책은 말했다. "인생은 찰나의 연속이고, 목표는 없어도 된다." 마치 춤을 출 때 춤 자체가 목적이듯, 인생도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 말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동안 내가 찾고 있던 답이 바로 여기 있었다.
이 책은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알프레드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을 풀어냈다. 책은 우리 삶의 고민이 모두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강조한다. "타인의 인정은 필요 없다.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그것은 그들의 과제일 뿐이다. 나는 나의 과제만 충실히 하면 된다." 그 말이 내 마음 깊숙이 꽂혔다.
사실 나도 늘 타인의 인정에 목을 매고 살았다. 칭찬을 받기 위해 애쓰고, 부정적인 말은 두려워했다. 하지만 책은 말한다.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받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할 것이다. 그건 그들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은 내게 평범해질 용기를 주었다. 우리는 굳이 특별해질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진지하게 살아가는 것, 그게 인생의 전부다. 마치 춤을 추듯, 현재에 충실하라. 목표가 없어도 괜찮다. 인생의 의미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세상은 단순하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최근 다양한 책들을 읽었지만, 이 책은 나에게 더 큰 울림을 주었다. 이 책은 이제 나의 길잡이 별이 될 것이다. 앞으로 나는 ‘하루는 열심히, 인생은 되는 대로’ 살 것이다. 목표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지금 내게 주어진 일에 춤추듯 진지하게 임하며 살아보자.
삶은 그 자체로 축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