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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Nov 06. 2024

상하이에서 보낸 4박 5일, 감동과 위기의 기록 1


상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이번 일정은 내가 4명의 70대 어르신들을 포함한 5명의 일행을 인솔해야 한다. 혹시라도 다치거나 몸이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나, 약속 시간을 어기면 어쩌나 하는 긴장감 속에서 첫날부터 신경이 곤두섰다.



출발 준비부터 쉽지 않았다. 해외 일정은 5년 만이라 미처 확인하지 않았던 여권이 만료되어 급히 새로 발급받아야 했다. 새벽 5시에 도착한 김해 공항은 이미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오랜만의 출국이라 그런지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티켓팅, 수하물 부치기, 환전, 로밍 등 모든 과정이 처음처럼 어색했다.



비행은 순조로웠다. 1시간 가량 비행기를 타고 밥 먹고 잠시 눈을 붙였을 뿐인데, 벌써 착륙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상하이 푸동공항에 도착하니 입국심사 대기줄이 끝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비행 시간보다 입국심사에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일행 중 3명은 무사히 통과했지만 나머지 3명은 심사에 발목이 잡혔다. 우여곡절 끝에 입국장을 통과하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이번 방문은 상하이 측의 안내로 4박 5일간 진행되었다. 3000병상 규모의 화산병원, 동제초등학교, 소주대학교, 대한민국 임시정부 유적지와 한산사까지 다양한 문화교류와 관광 일정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특히 소주 지방의 전통 예술인 ‘권극’을 관람하며 옛 운하 거리도 걸어보는 등 다채로운 중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상하이타워를 오르던 때였다. 상하이타워는 부르즈 칼리파와 쿠알라룸푸르의KL118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건물로, 높이가 무려 632미터에 달한다. 사람을 실어나르는 엘리베이터는 126층까지 운행되며,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이다. 그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자동 완충 장치, ‘댐퍼’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 댐퍼 위에는 옥돌로 만든 예술작품이 놓여 있었다. 바람의 영향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해주는 이 장치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맞춰 음악이 연주되며 레이저 공연도 펼쳤다. 그 웅장함과 정교함에 모두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리를 안내한 상해직원의 남편이 상해타워에 근무중이라 일반인들은 들어가 볼 수 없는 고풍스런 중국전통정원인 반에이커 정원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52층에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에스라이트 서점도 들어가 보았다. 수직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여행에서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음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기나 생선 등 주재료에 따라 전문 식당이 있지만, 중국에서는 한 식당에서 육해공이 모두 준비되어 다양한 음식을 회전판에 올려 함께 나누어 먹는다. 상하이는 다양한 지역 출신 사람들이 모인 국제 도시답게 음식도 누구나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을 지향한다. 중국 요리는 지역마다 특색이 뚜렷한데, 이를 가리켜 "남담북함 동남서랄"이라고 한다. 남쪽은 담백하고, 북쪽은 짜며, 동쪽은 달콤새콤하고, 서쪽은 맵다는 의미로, 상하이의 음식은 남쪽 지방답게 담백함이 특징이었다.



드디어 4박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 예기치 못한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태풍 ‘콩레이’가 상하이를 강타한 것이다. 공항으로 가는 차창 밖은 비바람이 몰아쳐 앞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연이어 지연 방송이 흘러나왔다. 쉽게 떠나게 내버려 두지 않으려는 듯 상하이의 마지막 인사가 거칠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쳐오고 있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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