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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Dec 29. 2024

작별하지 않는다

조이북 무지갯빛 독서이야기

12월은 독서 모임 날짜를 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주부, 직장인, 파티시에, 도슨트로 살아가는 친구들은 모두 바쁘다. 그럼에도 힘겹게 일정을 조율해 조이북 독서 모임의 다섯 멤버가 드디어 완전체로 뭉쳤다.

우리 모임은 한 명이라도 빠지면 맥이 빠진다. 모두가 함께할 때 비로소 발휘되는 시너지 덕분이다. 완전체로 결속한 우리의 에너지는 무지개처럼 빛난다. 오늘 만남의 장소는 이름부터 독특한 ‘카페 먹’. 산불로 잿더미가 된 산에 숯처럼 어두운 색감으로 세운 멋진 카페였다. 우리는 소란스러움을 걱정하며 빵과 커피를 사 들고 구석 자리로 향했다. 점심도 굶고 모였으니 4시간 동안 떠들기 위해 간간이 칼로리 충전은 필수이다.



연말을 빛내는 선물 교환과 속 깊은 이야기


오늘은 연말이라 각자 준비한 선물을 나눴다. 한 친구는 정성껏 손으로 뜬 목도리를 내놓았고, 모두가 감탄했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입으라며 조끼를 준비해 온 친구도 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손수 만든 쿠키를, 또 한 친구는 고흐 전시회에서 사 온 기념품과 건강을 챙길 비타민을 선물했다. 나는 다이어리와 자동 와인 오프너, 보온병 등을 준비했다. 서로의 마음이 담긴 선물을 주고받으며 행복이 차곡차곡 쌓였다.


우리는 저마다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어수선한 시국, 한강 노벨상 수상, 가수 이승환 이야기에서부터 등산, 백수 남편 얘기까지 주제는 다양했다. 서로 공감하고 때로는 의견을 나누며 박장대소와 진지한 대화가 이어졌다. 우리 다섯은 서로의 삶을 나누며 다섯 배의 인생을 경험하는 동반자들이다. 10년 동안 이어져 온 우정은 가족보다도 더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책 이야기로 확장된 대화


 시간이 훌쩍 지나, 드디어 책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의 책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였다. 각자 가장 인상 깊었던 페이지를 한 장씩 읽었다.


작년 한강 작가의 강연회에 직접 참여해 받은 서명과 작품 해설 이야기는 모두의 흥미를 끌었다. 특히, 작품 속 제주 4·3 사건 이야기는 묵직한 주제를 던졌다. 아직도 낙인으로 남아 있는 사건과 그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 그들을 다 이해하기에 우리의 앎이 너무 부족하다. 누군가는 “그만 말하라”고 하지만, 우리는 계속 말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는 그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다. 아픈 역사가 글로 써지고 영화로 만들어진 덕분에 우리는 지도자의 폭정이 국민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기억해야만 다시는 그런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작가의 말처럼, ‘이별하지만 작별하지 않는다’는 시간은 지나가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작품 속 ‘눈’은 연약하지만 순환하며 사라지지 않는 존재를 상징한다. 한강 작가는 눈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제주에서 글을 쓰며 눈 내릴 때마다 밖으로 나가 온몸으로 맞았다니, 그의 순수한 심성과 감각이 얼마나 예민한지 느껴졌다. 그런 감성을 속으로 삭여 강력한 이야기로 뿜어내는 작가의 위대함에 존경심이 절로 느껴졌다.


광주사태의 사진첩을 본 열세 살의 기억이 작가의 마음속에 용암처럼 녹아나 '소년의 온다' 책이 완성되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도 하나의 사건이 작가 안에 들어가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고 감성이 비료가 되어 언어를 만들고 꽃을 피우며 이야기로 탄생되었다.


그때 알았어.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 고통인지.


우리는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가 또한 인간이 인간을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작가의 주제의식에 대해 깊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돼.”

“그러니 우리는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해.”

“인간의 폭력과 무지, 광기를 기억해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

우리는 각자 한강이 되어, 작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모임의 마지막, 무지갯빛으로 물들다


책 이야기를 마친 뒤, 무거워진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즉석에서 Ai로 주제가를 만들어 웃음을 나눴다.


“조이북 펼치고 시작된 우리의 이야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함께 써 내려가
행복이 가득해, 너와 나의 시간
서로에게 주는 격려, 영감의 순간.


틀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날아

만날 때마다 웃음이 피어나는 걸

내 인생의 힐링포인트, 너와 나의 세계

함께하는 이 순간, 영원히 함께해.”


4시간 동안 쉼 없이 떠들며 서로를 웃게 하고, 공감하며, 슬프고 아프기도 하며 깊고 풍부한 감정을 공유했다. 카페 먹에서 '근묵자흑'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조이북과 함께 무지갯빛으로 물들어 가는 우리를 다시금 깨달았다.


우리 모두는 조이북의 한 페이지씩을 적어나가고 있다. 조이북 멤버들과 함께한 시간은 단순한 독서 모임이 아니었다. 서로의 삶을 나누고, 위로하고, 기쁨을 더하며 우리는 단단한 우정을 만들어가고 있다. 작별하지 않는 마음으로, 오늘도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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