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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변호사 Nov 24. 2020

검찰총장 직무정지, 주목할 점

정말로 '판사 사찰'이 있었을까

1.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11월 24일, 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찰총장의 직무를 배제시켰다. 검사징계법상 법무부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징계혐의자에게 직무집행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제8조 제2항). 이는 즉시 발동되며, 징계 절차와는 달리 검사징계법상 절차로 다툴 방법이 없다. 행정소송을 통해 이를 정지·취소해야 한다.


해당 조항에서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라는 부분은 해석이 갈릴 여지가 있지만, 추 장관이 제시한 사유들이 모두 징계청구의 이유로 제시된 것이란 점에서 검사징계법 제2조의 항목(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하였을 때 내지 직무 관련 여부에 상관없이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를 하였을 때)에 준하는 경우여야 할 것이다.


결국 관건은, 직무를 정지당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행정법원에 낼 직무정지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에서, 법무부장관이 윤 총장에게 한 직무정지 처분의 근거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이를 어떤 증거로 소명할지다. 


특히 오늘 추 장관이 '판사 사찰'이라고 주장했던 문건은 흥미롭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의혹이다. 추 장관이 주장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윤 총장에게)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책임이 있습니다. 2020년 2월경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울산사건 및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와 관련, ‘주요 정치적인 사건 판결내용, 우리법연구회 가입 여부, 가족관계, 세평, 개인 취미,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이 기재된 보고서를 작성하여 보고하자,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함으로써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할 수 없는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사찰이란 건 결국 정보수집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법성이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우선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작성한 보고서 중 상당 부분은 여러 네트워크와 공개된 언론 보도를 통해 구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법조인대관이나 각종 네트워크, 언론 보도 검색을 통해 가능한 부분이다.


그런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말 안 듣는 판사들에게 인사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부분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물의 야기 법관의 '전체 명단'은 사법농단 수사 당시부터 기소에 이르기까지 언론에 공개된 적이 없다. 추가로 추 장관이 언급한 해당 사건 2건은 모두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가 맡고 있는데, 해당 재판부와 구성원들과 관련해 물의 야기 법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언급한 당시 기사는 검색되지 않는다. 즉 이는 언론을 통해 알기 어려운 부분이다.


담당 판사들의 물의야기 법관 해당 여부가 언론에 나온 적이 없는데도, 수사정보정책관실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면 이는 사법농단 사건 당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물의야기 법관 자료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공유되어 검찰의 내부 자료(수사 외 용도)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징계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기소가 가능한 사안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가능성의 문제이고, 이는 윤 총장의 직무배제와 징계를 따지는 것과는 다른 결이다. 또 그런 증거들이 모였다면 추 장관의 성격상 기소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오늘 주장을 보아도 윤 총장이 보고서의 작성을 수사정책관실에 지시했는지 여부는 나와 있지 않다. 또 추 장관은 '사찰'이라고 주장하지만, 윤 총장이 보고서를 보고받자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만 기술되어 있다(윤 총장의 성향상 아무 생각없이 '도움이 될지 모르니 반부패부에 갖다줘라' 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해당 물의야기 법관 자료를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활용한 것은 맞는지, 만약 수사 자료가 사용됐다면 어떤 경위에서 어느 범위로 사용된 것인지, 그 과정에서 윤 총장이 관여했는지, 이는 나중에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20201125 오전 11:43 추가


어제 추 장관이 발표한 내용 중 물의야기 법관 해당 여부가 대검 보고서에 어떻게 얼마나 언급되었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나, 만약 수사팀에서 유출된 구체적 자료를 보고 쓴 것이 아니고 전언을 전한 정도에 불과하다면 '판사들의 개인정보 및 성향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징계사유도 되기 어렵다. 입증책임은 법무부에 있으니, 결국 법무부가 그 보고서를 공개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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