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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 변호사 Nov 27. 2020

그런데, 정말로 '판사 사찰'일까

불법 사찰을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1. 사찰 관련 리딩케이스


우선 재판 요지를 통해 '사찰'의 정의를 직접적으로 판시한 판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국군보안사령부가 군과 관련된 첩보 수집, 특정한 군사법원 관할 범죄의 수사 등 법령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평소의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집회·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 망원 활용, 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한 사건(96다42789 판결)에서,


대법원은 △법령에 규정된 직무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평소의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집회·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 망원 활용, 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하였다면, 이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원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2. 불법적인 정보수집의 판단기준


위 판례대로라면, 대법원은 △정보수집 활동이 정보수집 주체의 직무 범위에 포함되는지 △정보 수집의 목적이 정당한지 △정보 수집의 방법이 정당한지 여부를 '불법적인 정보수집'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이번 사건에 적용하면 1) 구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범위에 주요 사건 재판장의 성향 분석 등이 포함되는지 2) 해당 문건의 '세평' 부분에서 '16년도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 포함' 문구 관련 정보 입수 과정에서 불법적 방법이 포함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3) 일회성이었는지 여부도 추가 쟁점이다.


1) 관련


지난 2월 해당 문건을 작성한 수사정보2담당관의 직무분장은 구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30359호, 2020. 1. 28., 일부개정된 것) 제3조의4(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등의 설치와 그 분장사무) 제3항 및 구 대검찰청 사무분장 규정(대검찰청훈령 제251호, 2019. 5. 24., 일부개정된 것) 제9조에 규정돼 있다.


△부정부패사건·경제질서저해사건,  대공·선거·노동·외사 등 공공수사사건과 관련된 정보와 자료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사항 △그 밖에 중요 수사정보와 자료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수사정보정책관을 보좌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결국 직무분장에 적시된 '사건 관련 정보와 자료'에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가 핵심으로 보인다. 


이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수사정보담당관실의 이전 명칭이 '범죄정보기획관실'이었고 그 정보수집의 범위가 점차 줄어들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정보담당관실이 수집할 수 있는 업무는 '범죄 관련 정보'에 국한되고, 재판장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업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또 문언상으로 '수사정보'에 공소유지 관련 정보가 '당연히' 포함된다고 해석하기는 개인적으로 어려워 보인다(오히려 공판검사들을 관리하는 공판송무부에서 이같은 정보를 수집, 관리했다면 논란이 없었을 수도).


또 서울고검 공판업무 매뉴얼에 '재판부 성향 파악을 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부분이 있고, 직무 범위 안에 속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수사정보담당관실이 해당 공판업무 매뉴얼을 직접 사용하는 부서인지는 의문이 있다.


2) 관련


현재로서는 사법농단 당시 압수수색된 '물의야기 법관 리스트'가 공유됐다는 증빙이 없어 압수수색 결과를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 대검 감찰부가 수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대검에서 유일하게 수사가 가능한 부서다). 이 부분은 검찰총장의 지시가 불법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핵심적인 부분인데, 반대로 이 점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검찰청법상 임기가 정해진 검찰총장에 대해 즉각적으로 직무를 배제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나아가 그 징계 수위가 해임에 이를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3) 관련


문서의 작성을 지시한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를 작성한 수사정보2담당관은 일회성 작성이라고 못을 박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 관행적인 문건 작성 행위가 있었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3. 기타


-법무부는 어제 풀을 통해 언론을 베꼈든 사람한테 물었든 그 문건 전부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다소 무리수가 아닌가 싶다. 법령에 정해진 직무 범위 외의 행위를 했다는 것이 곧바로 불법행위가 된다고 볼 수 있는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나아가 불법적인 방식을 행사했다는 것도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하는데, '세평' 부분을 제외하면 전부 언론 내지 법조인대관을 통해 베껴 쓸 수 있는 부분이어서 핵심은 '세평'의 부정적 부분을 수집한 방법이 아닌가 싶다(2)부분). 만약 수사팀의 자료가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 무분별하게 나돌았다면 모르겠는데, 이를 입증하기 어려워 법무부가 통째로 불법 문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이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수사정보담당관실 자료에서 어떤 자료가 나오느냐에 따라 달렸는데, 여기서 도덕적 치명타를 가하는 프레임이 나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문건과 같은 조악한 문건을 가지고 판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거나 할 수 있다고 보기엔 어려워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에 등장하는 판사 블랙리스트와는 다소 궤를 달리하는데, 당시 법원행정처는 인사권을 가지고 고권적 위치에서 정책에 반대하는 판사들에게 실제로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로 정보를 수집했다. 반면 검사는 피고인과 대립된 이당사자일 뿐 판사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입장이고,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구조라는 차이가 있다.


-물론 민간 사경제주체가 이같은 정보 수집을 하는 것과 세금이 투입된 검찰청이 조직적으로 정보수집을 하는 데는분명한 차이가 있고, 부적절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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