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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선 Apr 09. 2020

몸을 연주하는 프로의 세계 ‘댄스 스포츠’ 마스터

'로라 즈마즈코비코바 & 마시모 알콜린' 프로마스터 듀오

짙은 초록색 드레스에 클레오파트라 머리를 한 로라와 마치 로마의 시저 같은 이미지의 마시모가 멋진 슈트발을 뽐내며 등장한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월드 클래스구나 하는 강렬한 포스가 느껴진다. 여왕 같은 냉랭한 카리스마 뒤에 숨겨진 천진난만한 소녀같이 밝은 모습의 로라와 이탈리아 북부 특유의 시크하고 남성적인 매력을 내뿜는 마시모. 이 듀오는 월드클래스의 아주 매혹적인 댄스스포츠 팀이다.


마시모 알콜린(Massimo Arcolin)과 로라 즈마즈코비코바(Laura Zmajkovicova) 팀은 라틴종목 세계 6위의 유명 스타 듀오다. 블랙풀 세계 챔피언 십(Black World Dance Championship)의 세미파이널리스트이기도 하다. 블랙풀 세계 챔피언 십은 댄스스포츠의 메카인 영국 랭커셔주의 해안 도시 블랙풀(Blackpool)에서 열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세미파이널이라 함은 월드컵으로 치면 마지막 2강 정도에서 뛴다는 의미이다.


<어메이징 댄스 페스티벌(Amazing Dance Festival)>의 초청공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이 듀오를 운 좋게 만난 것은 지난 여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다. 7월에 개최된 <어메이징 댄스 페스티벌>은 대한민국 댄스스포츠의 미래를 열어가는 젊은 프로 네 팀이 의기투합해 이끄는 경기와 공연으로 아마추어, 프로 선수들이 출전해 실력을 겨루는 장이었다.


월드 클래스 품격, 블랙풀 세계 챔피언십 6



"댄스 스포츠는 춤이 아닙니다. 스포츠입니다". 마시모 알콜린의 첫마디다. 물론 댄스스포츠는 춤이다. 하지만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를 생각하면 댄스스포츠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가 있다. 춤인 줄 알았더니 스포츠이고, 스포츠인 줄 알았더니 춤인 묘한 마성의 세계를.


"마시모는 이탈리아인이고 저는 슬로바키아인입니다. 우리는 5년 전부터 파트너십을 구축한 이후 마시모의 국적인 이탈리아 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모든 세계 선수권 대회가 그렇듯 출전할 때는 좀 더 알려진 국적을 쓰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그간 듀오로서 좋은 성적을 내왔다는 것은 개인플레이를 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결과를 의미한다.


개인의 연습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팀워크'라는 비밀이 그것이다. 듀오로 하는 모든 스포츠나 예술이 그렇다. 마치 외교나 결혼처럼. 그래서 챔피언이었던 팀의 동맹이 깨져 파트너가 바뀌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기량을 발휘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훨씬 역량 있는 파트너를 새로 만난다 해도 양쪽 모두 점수가 떨어지는 예가 허다하다.  


냉정한 카리스마 로라 & 이탈리안 시크 마시모


이처럼 듀오로 뛰는 스포츠에서는 여성 1등 A와 남성 1등 B가 만나 AB 듀오가 된다고 반드시 시너지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둘 사이의 케미와 에너지의 흐름 등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댄스 스포츠의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 이들의 세계에는 결혼의 배우자를 만나기보다 댄스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마시모와 로라는 8년째 홍콩에 살고 있다. "아시아권의 모든 선수가 레슨을 받으러 댄스스포츠의 메카인 영국으로 가곤 하는데, 세계적인 선수가 아시아의 허브에 있으면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중국이나 한국, 일본 선수들이 세계적인 클래스의 선수들에게 레슨을 받기 위해 여행하는 일정이나 비용이 절감됩니다. 또한 전 세계를 돌며 하는 대회나 공연을 하기에 홍콩은 더없이 좋은 도시이기도 합니다."(마시모)


홍콩에 두 사람이 운영하는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여러 스튜디오들로부터의 초청 레슨을 진행한다. 프로가 될 젊은 선수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레슨도 진행한다. 다만 여행을 많이 해야 하므로 규칙적인 단체 강좌는 지속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댄스에 열정이 있다면 그 누구라도 지도하고 싶다"라고 말하는 이들의 눈에서 한 분야의 높은 수준에 올라선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장인의 품격을 읽을 수 있었다.   



개인 역량 뛰어넘는 파트너십 구축 성공 평가


마시모는 파티 댄스를 즐기던 부모님 손에 이끌려 6살부터 댄스를 시작했고, 로라는 댄서를 꿈꾸던 어머니 손에 이끌려 8살부터 발레를 시작했다. 하지만 로라의 어머니는 그녀의 골반과 체형이 발레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댄스스포츠를 권유했다고 한다. 발레리나나 댄서가 아닌 여염집 어머니가 딸의 체형을 보고 미래의 종목을 선택하다니, 그 안목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런데 그 놀라운 의문은 곧 풀렸다. 슬로바키아인인 로라는 동유럽 국가들이 그렇듯이 지난 세기까지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8세기 초에 프랑스 궁중으로부터 발레가 도입된 이후 왕실의 후원으로 수준 높은 발레 교육이 실시된 나라가 러시아 아니던가.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고물거리는 손으로 피아노나 태권도를 배우듯이 러시아 어린이들은 걸음마를 떼면 발레를 시작한다.


게다가 르네상스와 17세기의 찬란한 궁정 문화를 꽃피우며 까다롭고도 세련된 안목을 지니게 된 유럽 관객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다 보니 러시아 발레는 고난도의 테크닉과 화려한 안무가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러시아에는 초등학교부터 기본적으로 교육과정에 댄스가 들어가 있다고 한다.


듀오 팀워크, 케미와 에너지 흐름, 호흡 중요


바로 이런 교육시스템의 우산 밑에 있던 동유럽이다 보니 이 문화권에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발레의 기법을 통해 완성된 댄스스포츠계에 러시아나 동유럽인이 두드러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게다가 추운 날씨에 적응한 강인한 체력과 체격 조건을 가진 선수들이 인구 대비 많은 것도 강점이다.


댄스 스포츠 문화는 나라마다 차이가 큰데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영국만큼 대중에게 광범위하게 알려지고 많은 사람이 즐기는 춤이다. 특히 이탈리아 북부보다도 남부 지역에 더욱 대중화돼 있다. 아마도 '라틴'적인 필이 충만한 지중해의 날씨와 지역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특이한 것은 발레를 탄생시키고 활짝 꽃 피운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댄스스포츠가 크게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의 교과목에도 댄스가 있지만 주로 사교적인 스윙 댄스나 로큰롤을 배운다. 이에 대해 마시모는 “아마도 체육교육 시스템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유치원 가듯 발레 시작하는 동유럽 댄스 교육


때문에 프랑스 젊은이들은 듀오로 추는 춤을 매우 좋아하지만 스포츠 성이 가미된 댄스스포츠보다는 사교적으로 추는 가벼운 댄스를 더 즐긴다. 마시모는 "먹고 마시는 것이 너무 풍부해서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기자)'을 외치는 프랑스인들인지라 어느 정도 수련 기간을 가져야 하는 댄스 스포츠보다는 쉽게 배우는 소셜 댄스(Social Dance)에 더 관심이 많은 게 아닐까요?" 하며 웃었다.

 

이들처럼 외모가 멋지고, 경기와 공연을 하며 세계를 여행하는 팀의 일상은 어떨까? 마치 아이돌이나 셀러브리티처럼 우리와는 살아가는 모습이 많이 다를 것 같지만 답은 의외다. "눈뜨면 스트레칭하고, 밥 먹고 레슨 하고, 밥 먹고 연습합니다."(로라) 여느 꿈나무 운동선수들과 다를 바가 없는 최정상 스포츠인들의 삶인 것이다.


한 분야의 최고 그룹에 올라간 사람들에게는 절대의 '성실함'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모든 프로 스포츠인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몸으로 하는 전문직인 만큼 '젊음'이라는 체력이 받쳐주는 한에서만 가능하며,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게다가 한 달에 경기가 2~3번 있고 남는 시간은 공연으로 차 있다 보니 일상적인 시간을 내기 어렵다고 한다.


세계적 발레리나, 댄서 탄생 당연한 역사와 문화


많은 유럽인이 2~3주의 긴 휴가를 보내는 여름 바캉스 시즌에도 이들의 연습은 계속된다. "가끔 주말을 즐기기 위해 하루, 이틀 정도 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경기나 공연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는 저희 같은 방랑객들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이 오히려 여가를 잘 보내는 일입니다."(마시모)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주말 활동은 마사지나 요가를 하며 근육을 릴랙스 해주는 것이라고.  


로라와 마시모는 매달 2~3번의 경기를 뛴다. 세계 각국에서 경기가 열리다 보니 여행을 정말 많이 한다. 시합이 없을 때는 여러 나라를 방문해 공연하고, 이후 며칠간 그곳 선수들의 레슨 스케줄을 소화하고는 다시 홍콩으로 돌아간다. 돌아가서도 하루 쉬고 또 시합이 있다. 때문에 각자의 레슨 스케줄이 달라도 매일 3~4시간은 꼭 함께 연습한다.


근육을 단련하기 위해 기계를 사용하거나 특별한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스피드가 필요한 분야이다 보니 러닝이나 점핑을 주 2~3회 정도 하며 순발력을 키운다. 근육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키우는 근육과 댄스에 사용하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이다. 발레가 댄스스포츠와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 규칙적으로 선생님을 찾아 스트레칭을 받기도 한다.




아시아 허브 홍콩서 거주하며  세계 여행


유럽과 러시아 등에서는 댄스스포츠가 주니어, 청소년들이 많이 하는 활동으로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서까지 지속한다. 반면 한국은 일부 프로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시니어들의 전유물이 돼 있다. 이는 생활양식이나 문화적인 데에 가장 큰 차이점이 있는 듯하다.


어린 시절부터 댄스에 익숙한 유럽인은 부부가 아니더라도 아무 사심(?) 없이 남녀가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평생 댄스를 접해온 사람들이 많아 80세가 돼도 대회에 나가고, 기회만 되면 광장이나 공원에서도 댄스를 즐긴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아버지와 딸이 왈츠를 추거나 사돈끼리 손을 잡고 스윙을 추는 모습(한국에서는 상상도 못 할!)이 자연스러운 이유이다.  


반면에 유교적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는 한국은 지난 세기까지 '남녀 칠 세 부동석'이라는 생각이 강해 모르는 남녀가 백주에 손을 잡고 춤춘다는 것은 아주 해괴망측한 일로 터부시 됐다. '흥'이라면 세계 일등을 외치는 우리 민족임에도 댄스는 춤바람이나 카바레 문화 속에서 점점 음성화 된 형태로 성장해왔다.


한국, 유럽 댄스스포츠 도입 ‘프로엘리트 강국


일본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 댄스스포츠도 제대로 된 춤사위보다는 남녀가 잡고 추는데 치중하는 춤으로 변질된다. 90년대부터 비로소 제대로 된 유럽의 댄스스포츠가 도입되고, 단체를 조직해 선수를 양성하고, 대학에 학과가 생기면서 어릴 때부터 교육받은 <프로 엘리트>가 양성되기 시작한다.


경기 심사 방식도 문제가 많았던 합산 방식에서 국제경기 대회에서 적용하는 공정한 스케이팅 시스템(Skating System)을 도입하면서 이후로는 한국이 아시아의 댄스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물론 여전히 한국의 댄스스포츠 문화는 아직 걸음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시모와 로라의 향후 계획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세계 챔피언’이라는 골을 향해 가는 것". 수년간 세계 챔피언으로 활약하다 최근 은퇴한 리카르도 코치(Riccardo Cocchi)와 율리아 자고리우첸코(Yulia Zagoryuchenko) 프로마스터 팀을 넘어서고 싶으냐 물었더니, 이들은 동시에 "당연히!" 라 말하며 활짝 웃는다. 리카르도와 율리아는 2010년부터 은퇴하기까지 월드 챔피언을 줄곧 유지해 온 막강한 미국 팀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국적은 미국이지만 리카르도는 이탈리아, 율리아는 러시아 출신의 선수이다.

 

 


행복과 건강 ‘종합 선물세트’로 주목받다


일반인 애호가들이 댄스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마시모와 로라처럼 멋지게 빛나는 세계적 스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마치 은반 위에 김연아가 있듯이 말이다. 이런 스타들은 엄청난 팬들을 거느리며 댄스스포츠 종목을 대중화시키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스포츠처럼 아는 만큼 몸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의외로 인간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는 면도 있다. 또 기구나 기계 같은 무생물과 오랜 시간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운동이 아니라 따뜻한 체온이 흐르는 인간의 기를 느끼며 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 여기에 음악과 감성의 표현은 덤으로 따라온다.


디지털 시대의 극적인 변화와 버추얼 라이프에 대한 관심과 동시에 건강한 삶과 '몸'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적인 면에서 시각적으로 민감한 밀레니얼 & G세대가 사회의 주류로 떠오른 이유도 있고, 유례없이 젊어진 시니어들의 몸과 건강에 대한 열정도 뜨겁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기대수명이 100세를 넘어가며 덤으로 사는 노년이 아닌, 즐겁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목표가 된 것이다.


젊고 건강한 꽃중년 베이비부머 환상 취미?


여기에 현재 한국은 베이비부머 시대의 은퇴가 본격화됐다. 은퇴 후의 기나긴(?) 삶에 대한 목표를 다시 세우고 어떻게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가가 모두의 관심사다. 이런 열망이 몸을 가꾸는 필라테스나 요가를 넘어 플라잉 요가나 우리에게 생소했던 폴 댄싱(봉춤), 머슬마니아의 세계까지 다양하게 열기를 더한다. 이런 면에서 댄스와 스포츠를 접목한 <댄스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한참 진행형인 지금, 과거의 은퇴가 노년의 입구였다면 국내 베이비 부머들은 고등교육을 받아 지적 수준이 높고 '노년'이라 하기에는 너무 젊고 건강한 '꽃중년'이다. 문제는 일생 너무 열심히 일하며 살아와 딱히 취미라 할 것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이 바로 댄스스포츠이다.


루틴(Routine : 안무의 순서)을 외우기 위해 머리를 써야 하고, 관절과 근육을 쓴다. 게다가 유산소 운동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주 작정하고 배우게 되면 유연성과 민첩성을 기르고, 또 올바른 파트너십을 통한 인간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 환상 아닌가.



*TIP                    


댄스스포츠, 라틴아메리카의 관능+ 유럽 귀족문화


현재 댄스스포츠는 큰 카테고리로 라틴아메리카에서 유래한 라틴댄스와 유럽에서 유래한 모던 댄스로 나뉜다. 이 중 라틴댄스는 룸바, 차차, 자이브, 삼바, 파소도블레 5 종목이고, 모던댄스는 왈츠나 탱고, 폭스트롯, 퀵스텝, 비엔나 왈츠 5 종목이다. 각 종목의 태생의 반은 라틴 아메리카이고 반은 유럽이지만 영국을 중심으로 발레와 스포츠 전문가가 그 테크닉을 인체공학적으로 정교하게 종합하고 룰을 만들었다는 것은 일맥상통하며 척추와 코어를 기본으로 하는 베이식 역시 모두 같다.  


라틴댄스는 말 그대로 유럽이 아메리카를 식민지로 두던 시대에 사탕수수 농장으로 잡혀 온 아프리카의 흑인들과 백인사회가 뒤엉킨 가운데 만들어진 춤이다. 말하자면 아프리카의 영혼에 라틴아메리카의 육신, 여기에 유럽적인 심미안과 테크닉이 탑재된 셈이다. 여성과 남성 사이의 관능적인 유혹과 즐거움, 헤어짐, 슬픔, 재회 등이 음악을 통해 스토리로 표현되는 이 춤에서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둘 다 강하고 선명하게 드러난다.


인간이 쓸 수 있는 관절과 근육을 춤에서 최대치로 사용하고, 인체공학적인 뒤틀림을 조각같이 아름답게 표현한다. 모든 정교한 스포츠와 춤이 그렇듯이 댄스스포츠는 온몸의 척추를 곧추세우고 코어를 중심으로 움직임을 극대화해가는 운동이다. 여기에 남아메리카의 흑인들로부터 유래된 정열과 섹시함에 영국에서 정리했다는 귀족적인 정통성까지 모든 것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인 것이다.  



*사진 촬영 ; 이정우 Photographer


*인터뷰어 민혜련 작가 프로필


이 인터뷰는 민혜련 작가의 진행, 기사 작성과 민은선의 큐레이팅이 코워크 된 작업입니다. 두 사람은 자매입니다(민 작가도 함께 촬영된 맨 앞의 사진 참조)


민혜련 작가는 ‘르네상스적인 인간’을 인생의 모토로 삼고 살아가는 프랑스 문화예술 전문가. 성신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캉(Caen) 대학에서 불문학 박사를 수료하면서 10여 년간 파리지엔의 삶을 살았다.


와인과 프랑스 요리에 매료돼 귀국 후에 대중화된 국내 첫 프랑스 요리 전문점 ‘작은 프랑스(La Petite France)’를 창업해 프랑스의 맛을 널리 알렸다. 이 시절 와인의 매력에 심취해 생물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와인의 발효공정'에 관한 논문을 썼다. 대학과 기업체에서 와인 및 유럽 문화뿐 아니라 과학사를 강의하면서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르네상스의 의미였다.


이후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몇 바퀴나 돌면서 유럽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르네상스적인 인간’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종합해 자신의 전공분야에 깊이를 더하는 T형 인간이야말로 르네상스적인 보편인이라고 생각하는 인물.


현재 기획사 엘리욘느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는 '일생에 한 번은 파리를 만나라' '파리 예술 기행' '이탈리아 남부 기행' '관능의 맛 파리' '프랑스 요리의 역사' '와인 양조학(공저)' '한 번쯤 파리지엥처럼' 등이 있으며 '알기 쉬운 와인 테스팅' '와인 디바의 와인 이야기' '이브 생-로랑' 외 다수의 도서를 번역했다.


최근에는 타로를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화제의 신간 ’타로스퀘어’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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