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축복받은 여행자 Jan 08. 2022

수심 10미터  1화
-  왜 물에 들어가려고 했을까

수심 10미터:  水深 혹은 愁心 10m로 들어가는 길


    2019년 나는 학창 시절에 배우고 신혼여행을 끝으로 한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던 다이빙에 대해 검색을 하고 있었다. 내가 검색했던 다이빙은 ‘스쿠버 다이빙’이 아닌 ‘프리 다이빙’이었다. SNS에서 짙푸른 수심 깊이 아무 장비도 없이 수직 하강하는 국내 아마츄어 다이버들의 모습을 보고, 몸에 찌릿한 전율을 느꼈다. 너무 좋거나 흥분되서가 아니다. 어떻게 저럴 수가라는 생각에 몸서리치며, 예전에 스쿠버 다이빙을 하려고 바다 속을 들어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아름답다는 몰디브 산호빛 바다 속을 유유히 강사를 따라 들어가다가 하얗던  물 밑바닥이 갑자기 시커먼해지는 순간, 온 몸이 굳고 머릿속이 멍해졌었다. 눈 앞에 등장한 거대하고 뿌연 덩어리를 보며 뭐지 하며 바라보았던 나는 그건 커다랗게 뭉친 작은 열대어 떼였으나 그 순간 물고기인줄 인식조차 못하였다. 밑바닥이 뚫려버린 바다 속에서 난 찬란한 산호빛 해변도, 아름답다는 열대어떼도 모두 회색빛의 석상처럼 느껴졌다. 나의 수심 체험은 마지막으로 그렇게 각인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내 눈에 나타난 검은 물탱크 같은 26미터 깊이의 다이빙 풀을 들락날락하는 다이버들은 나와는 너무도 다른 인류였다. 인기 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기 위해 연예인들이 프리 다이빙을 배워서 왔느니 하는 이야기들도 그냥 그들의 이야기였는데, 저기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취미로 저런 걸 한다는 건 정말 이웃나라 이야기보다 먼 저기 저 행성 이야기처럼 보였다. ‘나도 할 수 있을까.’ 왜 이런 마음이 갑자기 생겼을까. 이건 그냥 욕심이였다. 그렇게 찐한 경험을 해놓고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그럼에도 깊은 수심에서 자유롭고, 그것도 편안하게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그들은 마치 나보다 몇 배 더 큰 세상을 가진 사람들처럼 보였다. 공기로 숨을 쉬며 지상에서만 살아가는 같은 포유류에게 배신을 당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절대 모를 것을 자기네끼리만 알고 있다는 듯 회심에 찬 미소를 띄고, 자유롭게 수직하강하는 그들의 두 발에 낀 긴 핀이 ‘부럽지, 네가 할 수 있겠어?’라는 손사래처럼 느껴졌다.


    결국 나는 프리다이빙이란 검색어를 넣고 몇 날 며칠을 찾고 찾다가 한 프리다이빙 교육기관을 찾아냈다. ‘마인드 셋 프리다이빙 스쿨’. 나는 지금도 우리 프리 다이빙 강사님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난 이 이름 때문에 여기 온 거예요.’ 색채심리로 예술치료일을 하던 내게 이 이름은 꽤나 흥미롭게 느껴졌고, 이 이름을 지은 이유가 무얼까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나에게 물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말해주는 이름같이 느껴졌다.  나는 나의 마지막 수심에서의 경험으로 형성된 물에 대한 두려움을 직접 마주해보고, 새롭고, 긍정적인 ‘마인드 셋(mind-set)’을 다시 설정해보고 싶었다. 왜? 그 질문에 대한 첫번째 나의 답은, ‘그냥 내가 원하니까’, ‘내가 그렇게 되었으면 하니까’이다. 그래서 나는 하기로 하였다. 수강 신청서를 작성해 보내고 나는 두근두근 격하게 떨리는 마음을 끌어안고, 변화를 위해 이런 무모한 짓을 한 나에게 조용히 용기라는 시를 읊어주고 있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