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소영 Oct 27. 2022

두려움이 어떻게 우리 삶을 제한하는가

알약을 먹다가 든 단상


요즘 영양제를 나름 꼬박꼬박 챙겨 먹으려 노력하고 있다. 먹으려고 보면 한 번에 먹기에는 좀 부담스럽게 굵은 녀석들이 제법 있다. 외국에서 건너온 약들이 대체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모아서 한 번에 꿀꺽 삼킨다. 남편 동현이는 한 번에 하나씩 먹기를 고집한다.


얼마 전 이경실이 진행하는 호걸언니 유튜브 이국주, 신기루 편을 봤다. 음식을 몇 번 씹고 삼키는지에 관한 이야기 중 이국주가 국수는 양이 많아도 별로 안 씹고도 후루룩 넘기는데, 알약은 한 번에 하나씩 밖에 못 먹는다고 했다. 목구멍 근육을 누구보다도 자유자재로 움직일 것만 같은 이국주도 그러하다.



새삼 두려움이 어떻게 우리 능력을 제한하는지 생각해 보게 됐다. 처방약 같은 경우 목구멍에 걸리면 꽤 치명적이다. 목구멍에 걸릴 때의 통증도 별로지만 엄청나게 쓴기가 혀뿌리에서부터 퍼지는 것도 고역스럽다.


나도 한동안 이런 경험 때문에 알약을 먹을 때면 한 번에 한 알 씩 먹었다. 그런데 약이 많아지면 약 먹다가 물 배 차는 일이 생긴다. 하나씩 먹으려니 좀 귀찮기도 하다. 그래서 결국 한 번에 먹기에 도전하게 됐다.


물과 함께 약을 넘길 때 맛있는 음식을 받아들일 때와 같이 목구멍이 활짝 열린다고 상상한다. 물론 방심하면 약이 목구멍에 걸리기도 하고, 물이 몰아서 넘어가는 바람에 식도가  아파서 가슴을 때려야 하는 일도 생긴다. 그런 일을 거듭 반복하면서도 계속 도전한 끝에, 이제는 겁 없이 많은 약을 한 번에 털어 넣을 수 있게 되었다.


두려움은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 자체로 분명 순기능이 있는 필요한 감정이다. 그렇지만 때로는 우리 삶을 크게 제약하기도 한다.


알약을 한 번에 하나씩 먹는지, 몰아 먹는지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어떤 선택은 인생에 꽤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내가 실패하거나 상처받을까 봐 두려워 도전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웅크린 내 선택이 내 삶의 가능성을 크게 제약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려는 용기를 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곁에함께심리상담센터 대표/ 임상심리전문가 백소영

매거진의 이전글 불안정한 내가 어떻게 좀 더 안정적인 사람이 되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