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소영 Apr 04. 2023

부의 원칙을 말하는 자기계발 인플루언들에게 빠지는 심리

이들에게 빠져드는 이유와 대처하는 자세에 관하여

요즘 경제가 참 어렵습니다. 게다가 과학기술도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내 직업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 너무 막막하고 불안하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요즘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렇게 불안한 시대에 우리 마음을 노리는 부자가 되게 해 주겠다는 자기계발 인플루언서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최근 사이비 종교에 대해서 다룬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가 많이 회자되었습니다. 이 다큐를 보고 나니, 사이비 종교 교주가 어떻게 사람들을 집단에 끌어들이고, 자신을 믿게 하며, 해당 집단에서 빠져나가기 어렵게 하는지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도 차이가 있긴 하지만, 부의 비밀을 알려주겠다는 자기계발 인플루언서들 상당수가 사이비 종교 교주들와 매우 유사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모인 끈끈한 집단 또한 사이비 종교 집단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제적 불안정성도 크고,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을 만큼의 큰돈을 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이러한 우리들의 마음을 겨냥하여 책이나 여러 교육 프로그램들을 팔고 추종자들을 이끌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우선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들이 모두 나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진심으로 타인을 돕고자, 소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그러한 진심에 일정 부분 ‘자기기만’이 섞여 있을지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이들에게서 배울 점이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말들은 상당히 귀담아들을 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문제점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안이나 성공하고 싶은 욕구 등을 이용해서 자신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자기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 자신을 따르는 멘티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성공시킨 사례가 많을수록 더욱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합니다.      

‘이 방법만 알면 되는데 몰라서’, 혹은 ‘이를 의심하거나 도중에 포기해서’ 많은 사람들이 결국 부자가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불안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이렇게 단정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를 듣게 되면 누구나 마음이 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우리 뇌에는 시간을 두고 찬찬히, 깊게 생각하는 회로가 있고(시스템 2), 직관적으로 빠르게 판단하는 회로가 있는데요(시스템1), 불안할 때는 숙고하는 회로를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간단명료하면서도 불안감을 덜어주는 정보가 매우 그럴듯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망망대해에서 목적 없이 표류하는 듯했던 삶이 어느새 뚜렷한 방향성을 가진 희망으로 가득 찬 삶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대로 실천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불안정하고 무기력했던 상태가 안정적이고 활력적인 상태로 변화됩니다. 노력하는 자신에 대해서 좋은 감정과 생각을 품을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불안감만 덜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고, 누구나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적과 정체성에 대한 욕구까지 모두 충족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자기계발 도서나 강의에 중독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잠깐 솔깃해서 그들을 따르게 되는 것을 넘어, 깊게 빠져들고 맹신하는 것에 가까운 상태가 되는 이유는 그들이 공통적으로 몇 가지 전략들을 더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생생한 성공 사례를 제시합니다.

그들의 지도를 받았다는 멘티들이 직접 생생한 성공담을 나눠줍니다. 우리가 불우이웃들과 관련한 건조한 통계학적 수치보다는 그들의 삶을 자세히 보여줄 때 실제로 후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그런데 매출이 아닌 순이익은 얼마고, 그들이 하고 있다는 사업이 얼마나 지속가능한지 등의 구체적인 정보가 생략된 경우가 꽤 많습니다. 그리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실패한 사례도 보여줘야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심지어 인플루언서 본인조차,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한 교육 사업이 수익의 많은 부분, 심지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두 번째, 자신과 자신의 이론을 매력적으로 잘 포장합니다.

평범했던, 아니 사회낙오자에 가까웠던 사람이 ‘어떻게 부의 원칙을 깨달은 자’로 거듭나게 됐는지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정말 잘합니다. 이렇게 깨닫는 과정에서 책을 수천 권 이상 읽었다는 사람들이 흔합니다. (물론 저도 책은 지식 습득의 매우 좋은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순 명료한 부의 원칙을 꽤 설득력 있게, 심지어 뇌과학, 심리학, 양자역학 등 여러 학문적 근거를 대며 설명하지만, 그 이론을 절대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무의식을 정복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내가 무의식을 정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정말 노력했는데 부자가 되지 못했다면 그 사람이 뭐라고 할까요? 그 사람의 이론이 틀리거나, 혹은 사람에 따라 그 이론이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아직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확률이 큽니다. ‘노력한다고 착각하는 것일 뿐, 무의식에 있는 무언가가 계속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고 그걸 알아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세 번째,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고 싶고 주목받고 싶은 욕구, 소속감과 유대감에 대한 욕구, 군중심리 등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에 가지는 특성들을 정말 잘 이용합니다.

자신의 이론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고 이를 실천하는 똑똑하고 현명한 당신들과 그걸 몰라 가난에 허덕이거나 부품처럼 쓰이는 몽매한 저들을 나눠 우월감을 부추깁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풀지 않는 "시크릿"을 전수해 주겠다며, 수백수천을 호가하는 특별 멤버십 제도를 흔히 운영하는데요, 그렇게 사람들을 모아 집단에 대한 소속감도 느끼게 하고 그 안에서 경쟁을 부추기기도 하는 등 자발적으로 집단과 자신에게 충성하게 만듭니다.      


물론 부자들이나 부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해당 인플루언서에게 돈과 시간, 열정을 쓰면 쓸수록, 그 사람의 견해를 반증하는 증거가 있더라도 "확증 편향", 즉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경향 때문에 그러한 정보는 걸러질 것입니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을 알아차리는 때가 오더라도 의구심을 자발적으로 억누르면서 ‘절대 그럴 리 없다’며 오히려 그 사람을 더욱 맹신하게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그동안 엄한 데 돈과 인생을 낭비했다는 사실을 직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그 사람이 객관적으로 범죄나 그에 가까운 행동을 하여 비난을 받더라도 자신의 믿음이 옳아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음해하는 것이라 여기며 앞장서서 싸우게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시대에 누군가가 ‘돈을 많이 벌게 해 주겠다’, ‘멋진 삶을 살게 해 주겠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면,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사회경제적 위기가 극심할수록 우리 마음을 이용하는 이러한 사람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패턴이 있습니다.     


결국 피할 수 없으니 이들을 알아차리고, 이들이나 이들의 이론에 너무 빠져들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을 염두에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이 방법만 제대로 알고 실천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라는 주장을 조심하세요.

1) 방법 자체가 틀렸을 수도 있고, 2) 사실은 아주 소수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으며, 3) 방법은 적절하더라도 자신의 노력보다는 다른 변수가 부자가 되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실 부자가 되는 데는 너무나도 많은 변수들이 개입이 됩니다. 부자가 된 사람들 중 상당 부분 큰 운이 따랐던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통제감과 자기 가치감에 대한 욕구 때문에 자신이 한 노력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 노력 덕분에 부자가 됐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조금 더 정확히, '노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는 기회를 알아보고 잡을 수 있었다'라고 말합니다.     


사실 운에만 맡길 수는 없으니 뭐라도 하는 것이 당연히 맞고 누구나 그 방법을 배우고자 할 것입니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그러한 노력이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대부분의 사람이 실패하더라도 나는 성공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경계하세요.

물론 안된다고 생각하면 안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를 이해하는 데 어려운 이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안될 거라는 부정적 마음 상태에서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본의 아니게 좋은 기회도 밀어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은 특별하고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기 긍정'은 판단력을 흐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방법이 잘못됐는데도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 여기거나,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인 무의식에 문제가 있다는 검증할 수 없는 말을 믿게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이들이 말하는 성공의 법칙을 성공에 이르는 여러 길 중 하나로 여기고, 다양한 이론과 사례를 접하며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세요.

특히 특정 인플루언서의 멤버십 제도에 깊이 발을 담그면 균형을 잡기 어려우니 그렇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들이 문간에 발들이기 기법, 즉 작은 요청을 동의하게 해서 더 큰 요청을 동의하게 하는 기법을 너무 잘 사용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돈과 세월을 낭비하며 그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게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다음과 같은 상태에 빠져 있거나 혹은 다음과 같은 성격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인플루언서의 영향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하시면 좋겠습니다.


위와 같은 점들을 유념하시면서 쏟아지는 부자가 되게 해 주겠다는 자기계발 관련 정보들 속에서 주체적인 태도로 정보를 선별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곁에함께심리상담센터 대표, 임상심리전문가 백소영


>>>>>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였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