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소영 May 29. 2024

심리학자의 자기계발 서적 비판적으로 읽기 - 원씽

내게 의미 있는 단 하나에 시간과 에너지를 최대한 집중하라


최근 일 년은 예상보다 많은 일정으로 참 바빴다. 그 와중에 호기심과 충동에 따라 이런저런 일들을 벌이기도 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면서 성장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치고 시야가 좁아졌다. 어느 시점부터 부산하기만 하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일정을 정리하고 에너지를 모으며 삶을 재정비하고 있던 와중에 모임 책으로 선정된 <원씽>을 읽게 됐다. 




핵심적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다. One Thing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내게 의미 있는 단 하나에 시간과 에너지를 최대한 집중하라'라는 것이다. 


많은 일을 다 잘 해내는 만능형 인간에 대한 환상이 있다. 간혹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본인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 역량을 고려하면 애매한 결실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수명을 끌어다 쓰거나 중요한 관계를 희생하는 일도 허다하다. 모두 다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든, 그렇게 못하고 있지만 그래야 한다고 믿든,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 이것저것 찌르며 헤매고 있든, 불안해서 여러 바구니에 계란을 담고 있든 간에 하나의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분산시키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거둘 수 있는 결과에는 한계가 있다. 적어도 큰 성공은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자기계발 서적과 이 책의 차별점이 있다면, 과학적으로 반복 검증되고 있는 인간의 주의집중력과 의지력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다른 자기계발 서적과 결을 같이 하고 있는 점은 원대한 그 하나를 발견하고 에너지를 모으면 (그걸 모르고 제대로 못해서 그렇지 그렇게만 한다면) 누구나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런 느낌을 받게 한다. 장애물을 극복해 가며 하나의 원대한 목표를 향해 인생을 바치는 영웅의 여정 내러티브를 따르기에 호소력도 짙다. (그러나 과연 모두 그렇게 성공할 수 있는지는 검증된 바 없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원씽 방식대로 해서 성공한 사례뿐만 아니라 성공하지 못한 사례, 원씽이 아닌 방식을 따랐는데 성공한 사례도 나란히 두고 비교해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아무리 본인의 역량을 효율적으로 발휘해도 능력이나 상황 등 여러 제약 조건 때문에 거둘 수 있는 성공의 한계는 있다. 과학서는 아니기에 이쯤 해두겠다. 이렇듯 한계는 있지만 <원씽>이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수많은 자기계발서 뿐만 아니라 평범한 많은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우리의 의지력 및 주의집중력 자원이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일관되게 유지하거나 커질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다. 소위 '의지의 문제'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는 마음먹기에 따라 의지력과 주의집중력을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조절할 수 있는 폭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때에 따라 더 잘 조절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여기에 대해, 그러한 "한계"를 설정하면 고정형 마인드셋이 발동되면서 자기충족적 예언처럼 (달리 생각하면 일어나지 않았을) 한계가 생겨버린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는 엄연한 생물학적 제약을 무시하는 생각이다. 인간이 노력하면 지금보다 조금 더 빨리 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트기만큼 빨라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은가?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의지력과 주의집중력에 대해서는 이러한 자세를 흔히 취한다. 무슨 상황에 놓였든 어떤 컨디션이든 간에 마음먹기에 따라 혹은 훈련을 하면 의지력과 주의집중력을 유지하거나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인간의 정신 중 '상상력'은 훨씬 더 크게 확장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식론적 한계는 있다.)


의지력과 주의집중력은 고갈되는 자원이다. 그래서 휴식이라는 충전이 필요하다(어떻게 쉬는지도 정말 중요하다.). 특히 잠은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충전원이다. 잠은 죽어서 자면 되는 게 절대 아니다. 의지력과 주의집중력을 훈련하면 전체적으로 향상될 수는 있지만 잘 먹는다고 키가 3m가 될 수 없는 것처럼 한계가 있다. 의지력을 먼저 살펴보면, 하나를 참으면 다른 것에 인내심을 발휘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일터에서 상사에게 된통 깨졌지만 이를 악물고 참고 온 날에는 항상 그런 건 아니겠지만 (아직 습관화되지 않은) 헬스장 가기를 취소하거나 말썽 피우는 자녀에게 모진 말을 하게 될 확률이 매우 커진다. 



주의집중력도 마찬가지다. 소위 멀티태스킹은 우리 주의 자원을 갉아먹는 주범이다. 멀티태스킹은 사실 없다. 정확히는, A라는 과제와 B라는 과제를 번갈아 주의를 전환하며 수행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껌을 씹으면서 걸어 다닐 수 있다. 자동화된 행동은 주의 자원의 적은 부분만을 요구하기 때문에 부담이 적고 동시에 수행하는 것처럼 시간차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껌을 씹고 있는 와중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껌 씹기를 멈춘다. 주의 자원의 대부분을 사로잡는 사태가 발생하면 다른 자동화된 행동은 멈춘다. 중요하지 않은 자잘한 일들로 자주 흐름이 끊기거나 쇼츠나 웹 뉴스를 오래 보거나 하는 식으로 잦은 주의 전환이 일어나면 주의 자원은 빠르게 고갈된다.


물론 지쳤다가도 어떤 식의 마음의 변화가 생긴 후 갑자기 의욕이 샘솟거나 무언가에 몰입하게 된 적이 있을 것이다. 간헐적으로 이러한 경험을 할수록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이론을 고수하게 된다. 그러나 확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때때로 저녁에 운동을 갈 수는 있지만 모든 일정을 수행한 저녁에는 좀처럼 '의지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자신을 닦달하면서 저녁에 운동 가기를 고수하기보다는 좀 더 수월한 오전이나 점심시간에 짧게나마 운동을 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결국 나를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무언가 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나의 과거 패턴, 성향, 바이오리듬, 컨디션 등을 파악해서 최대한 의지력과 주의집중력을 "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그렇게 계획을 짜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근 읽은 애덤 그랜트의 <히든 포텐셜>에서 이를 가리켜 임시 구조물을 놓는다는 표현을 쓴다. 교육학에서 말하는 발판(scaffolding)에 해당하는 개념에서 착안한 표현이다. 나는 의지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내담자들에게 "환경 설계'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표현해 왔다. 다 같은 말이다. (여기서 이러한 환경 설계를 환경 탓하는 것이라 여기며 이분법적으로 접근한다면 문제가 생긴다. 최대한 할 수 있는 환경 조정 후에 의지력을 발휘하려 노력하면 된다.)


이 지점에서 습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성공은 성공을 돕는 좋은 습관을 많이 쌓아 나가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무언가를 습관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평균 66일 걸리나, 과업의 종류나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나는 최소 6개월은 지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언가에 습관화가 된다는 것은 곧 그것을 행하는 데 의지력이 덜 소모됨을 뜻한다. 김연아에게 아침에 훈련할 때 어떤 마음이 드냐고 물었을 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좋은 습관이 없는 사람은 모든 것에 의지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의지력과 주의집중력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나면, 결국 모든 시간이 같지 않다는 결론이 난다. 아무 때나 아무거나 왔다 갔다 하며 마구잡이로 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에는 방해를 최소화하며(과제 전환을 최소화하는 것을 포함) 중요한 일을 해야 가장 생산성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서 무엇이 단 하나의 중요한 일이냐는 판단에 '목표의식'이 주된 역할을 한다. <원씽>에서 지속적인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단 하나의, 무엇보다 '원대하고도 구체적인' 일을 찾아 헌신하라고 한다. 삶의 목표가 작으면 생산적으로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다른 일하며 쉬는 등 본인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지 않게 될 것이다. 목표가 원대하지만 모호하면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그래서 원대하면서 구체적인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목표가 원대하면 구체적이기가 어렵다. 여기서 좀 헷갈릴 수가 있다. 차라리 치료 이론 중 하나인 수용전념치료(ACT)에서처럼 '가치(value)'와 '목표(goal)' 개념으로 구분하는 것이 낫다. 가치는 대개 크고 추상적이다.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 이런 수준으로 추상적인 게 곧 가치다. 가치는 삶의 나침반,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가치는 절대 완수할 수 없다. 어제 선한 영향력 행사했다고 오늘은 막 살아도 그 타이틀이 유지되는 게 아니다. 


가치와 달리 목표는 완수될 수 있다. 목표에 '구체성' 개념이 적용된다. 더 큰 목표는 좀 더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다. 예컨대 서울대 입학하기가 목표가 될 수 있다. 서울대에 입학하면 목표는 완수된다. (그러므로 가치가 아니다. 이를 이루고자 올인했다가 그다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몰라 혼란스러움과 공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다만 상대적으로 추상적인 목표이다. 서울대 입학하려면 1년 내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6개월 내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 달 내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일주일 내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국 오늘 하루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욱 구체화를 해야 실천 가능성이 올라간다. 당연히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 모든 시간이 다 같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인지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장 생산적인 타이밍에 하나의 목표에 올인해야 원대한 성과를 이룰 수 있다.


여느 자기계발 서적이 그렇듯, 그러면 그 하나의 무언가를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다. 초점 탐색 질문이라고 하며 몇 가지 삶의 영역에 관한 질문을 하지만, 구체적인 답은 알아서 열심히 찾아야 한다.  



인지적 한계를 인정하기에, 다른 자기계발 서적과 달리 휴식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그 점이 좋다. 휴식 시간을 먼저 확보하라는 주장도 좋다. 휴식 시간을 가장 먼저 확보하고, 단 하나의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하고, 계획할 시간을 확보하라고 한다. 특히 계획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빠뜨리지 않고 두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에 나도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워라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한다. 하나에 몰두하다 보면, 모든 것을 다 챙길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이 포기하거나 덜 신경 써야 하는 영역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정확히는 삶이 즐거우려면 일이 절대 힘들면 안 되고 그 상태를 쭉 유지해야 한다는 관점을 비판한다. 균형이 무너졌냐 아니냐보다는 균형이 무너지는 시간을 길게 가져가냐 짧게 가져가냐의 문제로 보고 '중심 잡기'를 잘 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내담자에게 진자운동이라고 표현하는 거랑 비슷하다.)


원씽을 하도 강조하니 일을 추구하고 나머지는 어쩔 수 없으니 덜 챙기라는 식으로 나올 것 같지만, 가족, 건강, 친구, 정직과 같은 개인적 삶의 영역은 균형을 잃으면 일보다 좀 더 빨리 챙기라고 말한다. 결국 일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쳐내고 효율화를 해야 하는 셈이다(누군가의 부탁에 과감히 no도 할 수 있어야 하고). 가족, 건강, 친구, 정직과 같은 개인적 삶의 영역은 일을 뒷받침하는 큰 기둥이기에 롱런하며 원대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근본을 무너뜨리면 안된다는 개념으로 나는 받아들였다. 적용하기는 참 어렵지만 말이다. 



이렇게 <원씽> 비판적 읽기를 마쳐 본다. 중요한 통찰력이 잘 담겨 있고 이를 매력적으로 잘 포장한 것 같다. 당연히 모든 자기계발 서적, 아니 모든 책이 그렇듯 삶의 절대적 진리가 담겨 있는 책은 아니고 잘 못 읽을 수 있는 부분도 많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구체적 적용은 매우 예술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로, 너무 외골수 기질이 있는 사람에게는 어떻게 독해하느냐에 따라 심리적 유연성을 저해하는 독이 되는 책이 될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