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10일 구글의 공동 창립자인 래리 페이지는 구글의 모회사 격으로 Alphabet (알파벳)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두 달 후인 2015년 10월 알파벳은 창립되었고, 구글을 포함한 구글의 많은 사업들이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구글은 모두 알다시피 그 자체로 브랜드인 회사다. PC를 사용해본 누구나 한번 이상은 들어봤을 만한 기업이고, 매일 평균 35억 명의 검색엔진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인데, 이들은 왜 갑자기 모회사를 만들고 구조개편을 단행한 걸까? 그리고 현주소는 어떠할까?
잘 나가는 검색엔진 구글이 갑자기 왜 모회사를 축으로 한 구조개편을 단행했을까? 왜 구글로 대변되던 모든 것들을 알파벳의 휘하에 두게 되었을까? 이미 구글 혹은 IT 이슈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들은 이유를 알고 계시지 않을까 한다. 일반적으로 "구글"이라고 했을 때 대다수가 떠올리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바로 왼쪽의 이미지가 우리 대다수가 떠올리는 구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래리 페이지를 포함한 구글의 임원들이 알파벳을 설립하고 구조개편을 단행하고자 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진 출처: 구글)
이제 더 이상 구글 = 검색엔진이라고 칭하기엔 구글은 너무 많은 사업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에 많이 접했을 법한 사업인 무인 자동차, 구글 글라스, 픽셀(핸드폰) 등만 보더라도 "검색엔진"과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하긴 힘들다. 구글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흥미롭고 대단하지만, 이런 다양한 사업들은 "검색엔진"이라는 인식과 범위 안에서 진행하기엔 너무 다양하고 광범위했고, 어쩌면 구글 자체의 확고한 이미지를 변형시킬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하여 시행된 모회사 설립과 각 자회사의 구분으로 구글은 조금 더 명확하게 회사를 이끌고 사업의 방향을 끌어가려고 했던 것이다.
알파벳의 작명 이유에 대해 알기 전에, 먼저 Google의 네이밍 이유를 아는 게 좋을 것 같다. 구글의 설립자들은 '엄청난 규모의 검색엔진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맞추어 Googol이라고 작명하고자 했다. Googol은 10의 100 제곱을 뜻하는데, 이는 Googol이 뜻하는 엄청난 숫자처럼 엄청난 검색엔진을 만들고자 했던 의미가 담겨있다. 그런데 회사 설립 당시 이미 Googol이라는 사이트가 존재했다. 그리하여 Googol을 고의적으로 변경 표기한 것이 지금의 Google이다.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EA%B5%AC%EA%B8%80)
그렇다면 모회사를 알파벳이라고 작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PC 환경에서 접속하신 분들은 타이틀 배경에 삽입된 이미지를 보셨는지 모르겠다. 해당 이미지는 알파벳 웹사이트에서 직접 가져온 이미지인데 이런 내용이 들어가 있다. "G is for Google." 어떤 느낌인지 아셨을 거 같지만 보충하자면, 알파벳만큼 많은 사업을 그리고 각 알파벳에 대표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구글은 구조 개편을 통해 검색엔진 / 유튜브 / 앱스(지메일 등) / 안드로이드 / 맵스(지도) 등 주요 사업을 여전히 관장하고 있다. 구글은 제외하고 구글의 형제들을 살펴보자.
구글을 제외한 알파벳의 자회사 즉 구글의 형제들이다. 이중 몇 가지만 다루고자 한다.
Fiber
파이버는 구글의 광섬유 통신망/IPTV 서비스이다. 2010년을 기점으로 광섬유 공사와 1 Gbps 인터넷을 제공 하기 시작했는데,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5 mbps 인 미국 전역에서 곳곳에서 파이버를 향해 환호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망 구축 비용과 시간으로 인하여 구글은 한계를 느꼈고, 2016년 서비스 지역 확장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인원도 부분적으로 감축시킨 상태이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구글은 웹 패스(무선 인터넷 제공 업자)를 인수하고, 유선에서 무선으로 사업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Calico
노화의 비밀을 알아내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고자 설립된 바이오 기업이다. 칼리코의 설립 아이디어를 낸 GV(구글 벤처스)의 前CEO인 빌 매리스는 돈 보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하며, 사람이 500세 이상 사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구글은 조금은 황당해 보이는 이 사업에 다른 기업과 함께 15억 달러를 투자했다. 간간이 들리는 소식으로는 칼리코가 두더지쥐와 효모 등의 생물을 통해 실험을 진행 중이며, 암에 걸리지 않는 두더지쥐에게서 장수에 필요한 물질을 찾아냈다고도 한다.
Nest
"비극적이다." "구글이 유망한 사물 인터넷 스타트업을 인수해 죽였다."
이는 구글의 네스트를 향한 세간의 평가다. 네스트는 구글에 인수되기 전에도 스마트 온도 조절기를 내세워 사람들에게 인정받던 사물 인터넷 스타트업이었다. 그런데 구글에 인수된 후 인적 규모는 매우 커졌지만 그 효과는 인수 이전보다 못한 상태이다. 심지어 고장으로 인한 불편 신고 역시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스트를 이끌었던 핵심 자원들이 트위터 등의 업체로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는데, 구글과의 마찰이 주된 이유로 평가되고 있다.
Verily
헬스케어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이다. 주 개발 프로젝트로 소형 수술 로봇과 당뇨병 모니터링을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 존슨&존슨과 암세포 추적이 가능한 나노입자에 관한 연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GV & Capital G
구글의 두 투자회사다. 구글 벤처스(GV)는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주로 생명과학/농업/로봇 등의 영역에서 투자한다. 구글 캐피털은 장기적 기술 트렌드에 주로 투자한다. 최근에는 비밀리에 곧 기업공개를 앞둔 스냅챗에 투자했다고 한다.
X
구글 X, 최근 구글이 가장 공들이고 있는 프로젝트 담당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익히 들었을 무인 자동차와 구글 글라스가 X의 사업에 포함된다. 그런데 최근 X의 주요 직원들이 구글에서 지급하는 높은 급여로 인해 충분한 자본을 바탕으로 회사를 벗어나 창업 활동에 매진한고 있다는 웃픈 얘기도 나오고 있다.
Sidewalk
도시가 직면한 주요 과제(도시 개혁)를 해결하고자 설립된 회사이다. 생활 비용 감소, 에너지 사용 감소를 위한 기술, 교통 등의 효율 등을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한다.
8개의 자회사가 각 사업의 다양한 목적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면 알파벳의 주 수익원인 구글을 제외한 나머지가 벌어들인 수익과 손익은 어떻게 될까?
구글을 제외한 알파벳의 기타 사업을 통한 16년 4분기 영업 이익은 2.62억 달러이며, 영업 손실은 10.88억 달러다. 15년 같은 분기(영업 이익 1.50억 달러, 영업 손실 12.13억 달러)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필요한 만큼의 성장 속도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16년 알파벳이 구글을 제외하고 거두어들인 총 영업 이익은 8.09억 달러로 집계되며, 주 수익원은 Nest, Fiber 그리고 Verily이다.
참고로 구글은 작년 한 해 44억 달러 (16년 총수익의 7%) 가량을 '기타 사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기타 사업 중 주 수익원으로 꼽히는 Nest, Fiber, Verily조차 만족스러운 성과와 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온갖 잡음까지 새어나가는데, 왜 여전히 새로운 사업을 찾고 투자하고 지원하는 것일까? 돈과 시간과 이것을 바탕으로 한 인력이 넘쳐나서 인가? 그럴 수도 있다. 충분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입장에서 더 나은 세상 그리고 더 나은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할 수도 있지만, 알파벳의 이런 직선적인 행보에 대한 이유는 구글이 고수해온 사내 규칙을 통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구글이 사원들에게 부여한 규칙이다.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겠지만, 바로 업무시간의 20%를 기존 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조를 위해 사용하라는 규칙이다. 구글은 이런 시스템을 통해 업무의 틀을 벗어나고, 새로운 사업의 근간이 될 아이디어의 탄생을 바라며, 그리고 이런 규칙이 조직으로서의 프로젝트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진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언뜻 듣기에 시간 때우기 좋을 것 같고, 어떤 이들에겐 압박이 된다고 생각하여 비 효율적이라 여길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20%의 시간이라고 하면 5일 근무 중 하루를 통째로 사용하게 된다는 의미인데, 매주 이렇게 쌓이는 시간의 누적은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구글의 직원들은 정해진 업무 시간을 할애하여 이 시스템을 여전히 유지해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을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Gmail, Google News, AdSense 등이 있다.
(논외로 3M 역시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그것을 통해 탄생한 제품이 '포스트잇'이다.)
'자원을 할애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창조하고 발전시킨다.' 어쩌면 구글이 알파벳을 모회사로 만들고, 이를 축으로 여러 자회사를 거느린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한다. 구글은 직원의 시간을 할애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알파벳은 구글의 수익을 이용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은 의구심이 들고 제대로 된 아웃풋이 나오지 않고 핵심 직원들이 이탈하는 등의 많은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지만, 사람의 편의를 개선하고자 하는 프로젝트들 이기 때문에 그리고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구글이기 때문에 아직은 기대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한다.
원문기사: http://www.tmtpost.com/25671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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