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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규 Oct 17. 2016

하늘 듣기

2016.10.17(월) 세시 by 월세

운이 좋게도, 하루의 시작은 "소리"로 시작된다. 

재잘거리는 산새..

아침이 시작되면, 수다스러운 산새들의 재잘거림에 간질 간질.. 귀를 비비며 잠을 깬다. 

아마도 나의 지각능력이 남들에 비해 조금 더 발달되었는지, 오감에 조금 더 민감하다.

하늘을 본다. 귀가 간질거려 귀를 비비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테라스 창을 열어 하늘을 본다. 오늘의 날씨는 스마트 폰에 의지한지 오래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 하나의 routine 이다.

하늘을 찾는 것....

아마도 이런 나의 습관적 행동은 새를 좋아하고, 발견하는 것과 일말의 관계가 있지 싶다.

새들은 원시종교에서는 종종 하늘의 전령사로 전해진다. 하늘을 날기로한 새들에게 이것은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역할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신화에서는 까마귀야 말로 진정한 신의 전령사로서 천상의 신과 인간세계를 이어 준다고 한다.

삼족오(三足烏)는 金烏(금 까마귀)로 고대 동아시아 지역에서 태양신으로 널리 숭배 받았던 전설의 새라고 한다. [출처] 신화 속에 나타난 유한한 인간의 꿈|작성자 KOFAC


운이 좋게도 내가 좋아하는 새들을 만난다.

대모산 자락에서 부터 시작되는 출근 길에는 종종 딱따구리도, 지빠귀도, 박새도. 곤줄박이, 산비둘기, 까치와 까마귀 그리고 참매 등을 본다.

삼성동 한 백화점 간판 지붕에 참매가 살고 있었다.

전면을 장식한 광고 보드 옆 구석에 둥지를 틀었는지.. 저녁 때면... 깃털 가득 바람을 싣고 둥지로 돌아간다.

봉은사 근처에 높은 곳 어디엔가도 참매가 산다.

올 봄 어느 날, 자신의 영역을 벗어난 참매 한 마리가 삼성동 하늘을 침범했을 때,

삼성동 하늘을 터전으로 여기며 살아가던 그 두마리 참매는 이를 용서치 않고,, 하늘 전쟁에 참전을 한다.

그 낯선 동족의 출현을 참아내지 못한, 하늘 전투.. 

마치, 전투기 추격전을 보는 듯하다.

같은 봄날 주변을 둘러 보면 연정을 잔뜩 품은 새들이 쑥쓰러운 몸짓을 어렵사리 보게 된다.

주변에 흔해 빠져,  사람의 시선을 잡아두지 못하는 비둘기와도, 까치들도..

사랑에 빠진 듯 한 가지에 두 마리가 부끄러운 듯 앉아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밀당도 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


인간은 하늘을 나는 새를 부러워한다.

어리석고 무모한 이카루스....

이카루스의 꿈은 이미 이루어졌을지도,,, 아직은 진행형인지도 모르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것이 그의 꿈은 아니었을 것이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나는 여진히 땅에 발을 딪고 사는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

그래도, 오늘도 전령사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하늘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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