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주름잡는 기획자] 김광현 편집장님 인터뷰 #12
편한 구독 서비스를 마다하고, 동네서점에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구매하는 유일한 잡지가 있다. 일 년에 두 번 미용실에 벌서러(파마하러) 가는 날이면 잊지 않고 챙겨 들고 가는 나의 최애 잡지. 구독 서비스 자동 갱신 시대에 나는 호갱으로 전락했지만, 그래도 굴하지 않고 ‘발품 구독’을 들여 읽고픈 잡지. 바로 <재즈피플>이다. <재즈 피플>의 김광현 편집장님의 산뜻하고 작은 가이드 북 같은 <밥보다 재즈> 출간 소식을 인터뷰에 담았다.
음악 그것도 재즈에 대한 글을 이토록 편하고 재밌게 쓰는 분이 드물다는 생각이다. 글을 읽고 있으면, 때로는 재즈클럽 한구석에서 신비스레 무대와 연주자를 바라보는 내 모습 속으로 이내 빨려 들어간다. 책 한 권으로 1년간의 아름다운 교양과 취미를 쌓고픈 분들에게 그의 신간 <밥보다 재즈>를 추천한다.
비록 시대 탓에 서면 인터뷰를 했지만, 공을 많이 들였다. 인터뷰 지를 주고받는 동안에 일 년 내내 아껴 읽으려던 신간 <밥보다 재즈>도 훌쩍 읽어 버렸다. 지난해 훌쩍 가버린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그의 작가적 사생활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김광현 편집장 님 소개
음식은 다소 편식을 하지만 음악은 고르게 듣는 성남의 소상공인으로 2006년 월간 〈재즈피플〉을 창간해 편집장을 맡고 있다. 재즈 외에 록, 팝, 클래식까지 챙겨 듣는 중년 아닌 중견 음악 애호가로 다양한 강의와 방송으로 재즈와 대중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21세기에도 고고하게 살아남을 재즈의 미래를 확신하며 그 해답을 찾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30장의 LP에 얽힌 인생 이야기 『판판판』을 2019년에 출간했다.
“재즈”에 대해 매달 정해진 날에 잡지가 나가고, 꾸준히 책도 발간하고 계시다, 아직도 소재가 많은가.
잡지는 최신 이야기를 다뤄야 해서 국내외 소식에 귀 기울여야 하고 소재가 없다면 만들어 내는 것도 해야 할 일이다.
소재는 재즈의 스타일만큼 무궁무진하지만 기획해서 글로 담아내는 것은 언제나 힘들다.
꾸준한 글쓰기의 비결이 무엇인지, 계기가 있는가.
능력 부족하고 많은 글을 쓰지도 못한다. 잡지를 채워 주는 존경하는 필자들의 노고 덕에 매달 무사히 나온다.
잡지든 책이든 부족한 글을 쓰는 것은 재즈라는 음악을 좀 더 많은 분들이 들었으면 하는 맘이다. 맛난 음식 먹으면 가족 생각나듯.
신간 <밥보다 재즈> 정말이지 사이다 같은 그러면서도 우아한 제목이다, 어떤 내용을 담고 싶었나.
요즘은 건강상의 이유로 하루 1끼 정도는 건너뛰기도 하지만 여전히 밥은 중요하다.
다이어트를 해도 한 끼는 제대로 먹듯 하루에 한 번이라도 재즈를 듣자는 맘이다. 그러고 보니 ‘밥만큼 재즈’도 어울린다. 책에는 24곡의 재즈 스탠더드에 얽힌 이야기와 그 곡을 만든 작곡가와 작사가를 소개한다. 예나 지금이나 재즈 스탠더드는 재즈 감상의 처음과 끝이라 본다. 클래식은 작곡가와 곡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재즈는 대부분 연주자, 아티스트에 집중되어 있다.
책을 통해 일 년간 들을 수 있는 값진 플레이리스트를 받은 것 같다, 격주로 나누어 '한 달에 두 곡'이라는 시간과 사계절을 테마로 한 재즈 감상법을 제시한 이유가 있나.
우리의 감정들은 많은 부분 계절(날씨)에 좌지우지된다. 그래서 계절별로 어울리는 스탠더드 24곡을 선정하고 1달에 2곡씩 7가지(요일별) 버전을 격주로 듣다 학습계획표처럼 표를 짰다. 같은 곡 다른 연주를 요일별로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복습도 하게 된다. 공부는 복습이다. 어느덧 곁에 있는 재즈를 느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일 년에 두 번 파마하러 미용실에 갈 때, 꼭 <재즈피플>을 가지고 간다, 독자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가.
지금처럼 재즈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이어 가 주시길. 언제나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그리고 미용실에서 나올 때 <재즈피플>을 놓고 오시기 바란다. 다른 분들도 보실 수 있게. 필요하면 보내드리겠다.
공연, 페스티벌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생 공연이 있나.
작년에 돌아가신 박성연 선생님의 모든 공연. 그리고 1999년 지금은 JTBC 공개홀이 된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100개의 황금손가락’에서 피아니스트 존 루이스가 마지막으로 연주한 ‘Django’. 재즈는 아니지만 1985년 겨울, 남산 숭의음악당에서 본 ‘들국화와 김현식의 조인트’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함.
https://youtu.be/vJeUKEhElV0
재즈 이외의 곡 중이 최근 자주 듣거나, 소개하고 싶은 곡이 있는지.
70년대 음악을 좋아한다. 팝과 대중가요까지 그 시절 음악에는 독특한 정서가 담겨 있다. 레드 제프린의 모든 곡, 홀앤오츠의 ‘Sara Smile’, ‘Rich Girl’, 송창식의 ‘새는’, ‘밤눈’.
재즈는 도시와 함께 하는 것 같다, 레코드 가게가 사라지듯, 공연장은 사라져 간다, 그래도 카페는 재즈를 틀어 놓을 것 같다, 도시에서 재즈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도시나 지방(농촌)이나 꼭 재즈가 나와야 할 이유는 없다. 어떤 공간이든 배경음악이 나온다면 고르게 나왔으면 한다. 지역에 맞는 음악이 계절과 시기에 맞게 나온다면 재즈가 아니어도 좋다. 찢어진 스피커로 최신 유행가만 반복되지 않기를.
- 유명 카페에서는 종일 재즈가 흘러나온다.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당연히 기쁘다. 거기서 재즈를 접한 분들이 나중에 재즈 콘서트에 가고 앨범도 사서 듣게 된다. 꼭 도시가 아니어도 자신이 있는 곳 어딘가에 재즈가 흐르고 있으니 함께 하시길 바란다.
끝으로, 출근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면.
재즈를 들을 거라 상상하시나? 그렇지 않다. 컴퓨터와 오디오를 켜고 집에서 담아온 커피를 뜨거운 물에 섞어 마신다. 한여름에도 ‘따아’만 마시는 뜨거운 하드밥 같은 남자.
<시대를 주름잡는 기획자> 시리즈 소개
음악을 만드는 다양한 주체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인터뷰 시리즈는 서울문화재단의 <문화기획활동 긴급지원 190시간 프로젝트 (2020)>의 일환입니다.
작성: 콜라브엔소닉 (thauma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