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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인 Apr 18. 2019

Real-Time Curse: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2014년, 31세에 10조 기업을 만들어낸 엘리자베스 홈즈(Elizabeth Holmes)는 TED에 등장해 자신의 아이디어가 성공신화가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 혁신적인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기존 혈액검사를 위해서는 많은 양의 피가 필요하고, 큰 기계를 이용해 복잡한 과정의 분석을 거쳐 오랜 시간 후에야 받아볼 수 있다. 심지어 비싸다. 바늘의 고통 없이, 다량의 피를 뽑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수백 가지 혈액검사를 빠르게 볼 수 있다면 개인의 건강, 나아가 인류의 안녕을 위한 초월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 확실했다.


전 세계는 홈즈의 회사 "테라노스(Theranos)"가 이러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테라노스(Theranos)*


2003년, 스탠퍼드 자퇴생인 홈즈가 건강 관련 기술 스타트업인 테라노스를 시작했을 때 그의 나이는 만 19세였다.


소량의 피로  수백여 가지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기술과 디바이스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며, 테라노스는 창립 후 10여 년간 10조 원가량($9 billion dollars)의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테라노스 창립자이자 CEO였던 홈즈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졌다. 저명한 잡지인 Forbes, Bloomberg, Icn., Fortune 등 의 표지를 장식하고, TED 등 각종 미디어에 등장하는 등 테라노스의 성장은 멈출 것 같지 않았다. 


FORBES COLLECTION/CONTOUR BY GETTY IMAGES


그러나 2015년, 홈즈가 주장해온 기술개발은 이루어진 적이 없었고, 검사과정도 기존 혈액검사를 활용하는 등 그동안 테라노스가 주장해오던 것이 모두 거짓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8년 9월, 테라노스는 사업을 종료했다.


현재 홈즈와, 함께 테라노스를 운영했던 '써니(Ramesh "Sunny" Balwani)'는 사기 공동모의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다.


*테라노스(Theranos): 치료의 의미인 theraphy와 진단의 의미를 가진 diagnosis를 조합


테라노스 스캔들 타임라인   


2003년 Theranos 창립 (초기 창립 시 명칭 "Real-Time Cures")


2004년 약 7백만 달러(약 80억 원) 투자 받음, 3천만 달러(약 340억) 대 가치 회사로 성장


2007년 약 2억 달러(약 2천3백억 원) 대 가치의 회사로 성장


2010년 약 4천5백만 달러(약 450억 원)로 자산 증가, 10억 달러(1조 원) 가치 회사로 성장


2013년 비밀스러운 연구 및 투자 과정을 거친 후 테라노스 공식 론칭

미 대형 슈퍼마켓 체인 월그린(Walgreens)과 파트너십 공개

Source: Wall Street Journal


2014년 테라노스 90억 달러(10조 원) 대 가치 회사로 성장

테라노스, 기술력 보안을 이유로 기술 증명 거부

홈즈, 테라노스 50% 지분으로 5조 원대 자산가 됨

홈즈, 2014 TEDMED 출연 (현재 TED는 영상을 웹페이지에서 삭제한 상태)

2014 TEDMED


2015년 테라노스 기술에 대한 의문 제기 시작

펜실베이니아주 최대 건강보험회사에서 테라노스를 혈액검사로 인정

7월, 테라노스의 단순포진 진단이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 받음 (테라노스의 유일한 FDA 승인 항목)

7월, 미 부통령 조 바이든(Joe Biden) 테라노스 방문

Photo: Connor Radnovich, The Chronicle

10월, 월스트리트저널(WSJ), 테라노스 기술과 디바이스 거짓임을 밝히는 기사 발간 / FDA 수사 시작

11월, 슈퍼마켓 체인 Safeway와 400억 원가량의 계약 파기

12월, WSJ, 테라노스의 테스트 결과 조작, 회사 운영 문제 제기


2016년 테라노스 대상 각종 조사 시작

Centers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CMS) 테라노스 혈액검사에 대한 문제제기

월그린 ‘테라노스 웰니스 센터’ 운영 중단 및 보류


2017년 CMS 페널티로 테라노스 2년간 혈액검사 금지 및 3만 달러(약 3천5백만 원) 벌금


2018년 테라노스 법적 처벌 시작

3월, 미국증권거래위원회(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테라노스 사기로 처벌 (홈즈, 테라노스 CEO 자격 박탈, 지분 반납, 공공기업 10년간 관리직 금지)

6월, 홈즈와 써니 사기 및 공모 11건으로 기소

9월, 테라노스 운영 종료




*이하 글은 개인적인 소견임을 밝힙니다.


테라노스 = 코리안 소울?


미국 벤처의 중심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테라노스 기업은 놀라울 만큼 다수의 국내 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닮아있었다. 다음은 책과 다큐멘터리, 기사와 영상 등에 나타나 있는 테라노스 기업의 분위기와 운영상황에 대한 특성을 요약한 것이다.

                      

#1. 인맥 없이 불가능했던 테라노스의 시작


홈즈의 재산이 충분하여 테라노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기보다, 유명인사들에게 투자를 받은 것이 테라노스의 출발에 큰 힘이 되었다. 초기 투자자를 모집할 당시 홈즈는 가족-친척 인맥을 총동원하여 친분이 있는 유명인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자본을 마련했고, 2,3차 투자를 이어갔다.


테라노스 초기 투자자에는 전 미 국무부 장관 Henry Kissinger, 교육부 장관 Betsy DeVos, 전 21세기 폭스사 회장 겸 CEO인 미국 미디어 분야 자산가 Rupert Murdoch과 같이 유명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후에도 유명인사들, 특히 고위공무원이나 알려진 사업가들이 줄지어 투자자로 합류하고 이사회로 참여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홈즈의 스타트업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사업가 집안의 자제였던 홈즈가 아니었다면 이러한 시작이 가능한 일이었을까? 실질적인 기술과 그의 활용이 투자의 기반이 되었던 타 실리콘밸리의 사업들과는 달리 인적자원을 활용한 테라노스의 출발은 인맥과 자본을 갖추어야 기업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국내 상황과 유사한 것으로 보였다.


#2. 사장 마음대로, 홈즈 마음대로


경영학적인 배경지식은 없지만 '창립자'와 'CEO'가 종종 분리되어있는 경우를 접하면서 CEO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생겼다. 창립자가 가진 사상과 미션인 '이상'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의 운영과 현실성을 살피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CEO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테라노스에서 홈즈는 창립자이자 CEO였다. '이상'과 '현실'의 조율이 없이 '이상'만을 좇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경영과 관리에 대해 반발하는 직원은 모두 해고 대상이었기 때문에 이를 막을 수도 없었다.


또한, 홈즈가 본인이 원하는 대로 기업을 만들 수 있었던 데는 비판력과 전문성이 부족한 이사회의 문제도 있었다. 홈즈를 평소에 손녀처럼 생각하고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던 인물이 이사로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은 감정적인 관계가 비판력을 방해했을 수 있다. 그리고 헬스케어 분야, 특히나 그 기술의 정확도가 매우 중요한 혈액검사와 관련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이나 화학 등에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부재한 것도 문제였다. 결과에 대한 자체적인 검증 등 문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해결할 명확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사회도 홈즈가 거짓으로 기업을 운영하도록 하는데 일조했다고 하겠다.


#3. 공과 사 구분 못함


테라노스 설립 후 홈즈에게는 휴일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테라노스가 홈즈였던 것이다.


테라노스가 본인이라고 생각하는 창립자에게 테라노스의 모든 것은 본인의 것이었다. 테라노스의 자본과 직원, 직원의 아이디어, 직원의 특허, 직원의 시간 등 테라노스와 연관된 모든 것 말이다. 실제로 홈즈는 기업의 돈을 개인의 돈처럼 운용했고, 많은 테라노스 직원들이 발간한 논문이나 특허에는 홈즈 개인 이름이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홈즈는 친분이 있거나 가족인 경우 전문성과 관련 없이 고용하기도 했다. 


써니는 과거 IT업계에서 재직했지만, 건강기술과 관련된 테라노스에서 최고운영자(COO)로 일했으며, 홈즈의 동생도 특별한 전문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테라노스에서 근무할 수 있었다. 심지어 동생의 친구들까지 고용해 소위 패거리가 형성되기도 했다.


#4. 업무시간·실적·충성 강요


써니는 테라노스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출근 및 퇴근시간을 일일이 확인하며 업무에 들이는 시간을 체크했다고 한다. 직원들의 업무시간을 늘리기 위해 아침, 점심, 저녁을 회사 측에서 준비하기도 했다. 테라노스는 밤낮없이, 휴일 없이 일하는 홈즈와 같은 사람을 선호했다. 근무시간이 바로 일의 효율이자 충성심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실적만을 중시하는 문화 또한 팽배했다. 기술팀에서 홈즈가 원하는 결과를 내놓지 않는 경우, 홈즈는 별개의 기술팀을 꾸려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경쟁구도에서는 홈즈가 원하는 답을 하는 경우에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테라노스의 완벽한 미션과 비전에 비해 테라노스의 상품은 기술적으로,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홈즈는 '불가능'이라는 말을 인정하지 않았고 타협하지 않았으며, YES를 말하지 않는 전문가들을 투명인간 취급을 하거나 해고하기 일쑤였다. 거짓 결과를 내는 상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도 해고당하는 것이 다반사였으며, 직원들은 동료들에게 인사도 남기지 못하고 비밀보장 서류에 서명을 하고 떠나야 했다.


결국 남는 직원들은 YES만을 말하는 직원들이거나, 이러한 상황을 잘 모르는 젊고 경력이 짧은 직원들이었다. 이마저도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갔고, 테라노스는 회전문처럼 직원들이 오고 갔다.


#5. 사람을 소모품 취급하는 것


그러나 홈즈는 걱정이 없어 보였다. 아마도 그들이 아니어도 새로운 사람으로 채우면 된다고 생각했으리라. 자신이 만들어낸 이 기업은 고귀한 목적으로 세상을 구할 것이라서 자신을 위해 일해줄 사람은 아마 차고 넘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아무리 오래 함께 일했어도, 기업에 기여한 바가 커도 테라노스는 회사를 떠나는 퇴사자, 해고자들이 비밀유지를 하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하기만 했다.


테라노스에 2005년부터 합류해 기술개발팀 총괄로 근무했던 생화학자 이안 깁슨(Ian Gibbons)은, 지속되는 테라노스의 경영문제와 기술적 한계, 거짓 결과에 대한 괴로움 등을 겪다가 테라노스 특허 관련 법적 문제에 휘말리자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2013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테라노스의 초기 멤버나 다름없었고, 10년 가까이 기업과 함께했지만 그의 사망 이후 테라노스에서는 그 어떤 애도의 표현도 없었다. 단지 그가 소유했던 회사 소유 노트북과 관련 자료를 회사로 보내달라는 요청만이 있었을 뿐이다.


fake it to make it


과학계 첫 발명가-사업가의 이상적 모델은 아마 에디슨(Thomas Edison) 일 것이다. 그런 그에게도 사기로 끝날뻔했던 발명 일화가 있다. 


전구를 발명했지만 여기에는 지속성의 문제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필라멘트가 녹아버려 빛을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에디슨은 '녹지 않는 필라멘트'를 발명했다고 하며 투자를 받았지만, 투자를 받는 시점에는 그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다고 한다. 소송까지 갈 위험에 처했지만, 극적으로 기술이 개발되어 결과적으로는 발명도 투자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만약 에디슨이 기술개발에 실패했다면, 그도 희대의 사기꾼으로 남았을까?


만약 홈즈가 기술개발에 성공했다면, 그도 세기의 발명을 이룬 역사적으로 칭송받는 사람이 되었을까?


실제로 많은 경우에 기업들은 투자를 받기 위해 어느 정도의 결과의 과장을 포함한다고 한다. '만들어내려면 속여야 한다(fake it to make it)'는 것이다. 예상되는 결과를 긍정적으로만 포장해서 내놓기도 하고, 우려되는 사항들을 숨기기도 하고, 진행 상황을 실제 진행 상황보다 진전이 된 것처럼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자들에게 투자가치가 없는 모습으로 다가간다는 것이다.


결과가 거짓으로 이루어졌지만, 홈즈는 투자를 위해 결과를 명확히 내보일 필요가 없었다. 결과를 보여줄 필요도 없이, 투자자에게 홈즈의 발명과 기업은 투자가치가 충분했다.


유명인사들은 홈즈의 전인류적인 비전에 매료됐고, '이렇게 좋은 일이라면 당연히 가능할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유명인사들의 움직임은 모두가 이 사기극이 진실이라고 믿게 했다. 미디어도 이에 일조했다. 테라노스의 기술에 대해 충분히 의심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이러한 기업에 투자를 안할리 만무했다.


Clinton Global Initiative (September 29, 2015), invited to a White House state dinner, JP Yim/Getty


이 정도 상황이 되면 진실을 말해도 통하지 않게 된다.


레이건과 닉슨 정권 전 국무부장관 조지 슐츠(George Shultz)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테라노스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었다. 홈즈의 가족과 친분이 있었던 슐츠 가족은 홈즈가 어렸을 때 그의 생일파티를 해줄 정도로 가까웠다. 2013년, 조지 슐츠의 손자인 타일러 슐츠(Tyler Shultz)가 테라노스에 합류했다.


홈즈와 테라노스의 열정과 목표에 반해 테라노스에 입사했던 타일러는 테라노스에서 근무하면서 기업의 경영문제, 기술문제, 기술력을 속이는 문제 등 다수의 문제를 발견했고 조지 슐츠에게 이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 시점 이미 조지 슐츠는 홈즈가 쌓아온 견고한 거짓말을 더 믿고 있었고, 당시 타일러의 시도는 실패로 끝나게 된다. 


타일러의 지적은 테라노스의 사상과 미션에 대한 비판이 아닌 기술에 대한 비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지 슐츠는 기술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재검토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물론 이를 검토를 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번번이 홈즈의 변명에 넘어가기 일쑤였다). 견고한 거짓말이 가지는 힘이 얼마나 큰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엘리자베스 홈즈 (Elizabeth Holmes)
By Ethan Pines/The Forbes Collection.


#1. 외향적/대외적 특징


'차세대 스티브 잡스(The Next Steve Jobs)'라고 불리던 홈즈는 실제로 잡스를 존경하고 그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싶어 했다. 검정 터틀넥을 입고 케일 주스를 마시는 모방을 하기도 했고, 애플 디자이너를 고용하기도 하는 등 우상인 잡스의 모습을 닮고 싶어 한 것은 틀림없다.


잡스의 인상적인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후 많은 기업들이 이와 유사한 형태로 제품을 론칭하곤 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것을 잡스의 시그니쳐(signature)로 여긴다.


홈즈에게도 시그니처가 있었다. 


낮은 목소리, 상대를 꿰뚫는듯한 깜빡이지 않는 눈, 계획적인 단어 선택 등이 그것이다. 이 모든 것은 그의 설득력과 연결되어 있다. 테라노스가 거짓 결과를 가지고도 10조 원대 기업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언제나 확신에 차 있었다.


홈즈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의해 강제로 경영권을 박탈당하기 전, 테라노스 이사회에서도 홈즈의 경영권을 박탈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결정된 상황에서 홈즈는 이사회와의 2시간의 대화 끝에 CEO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일화는 그의 설득력을 증명한다.


그가 설득력 있는 인물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2. 정신적 특징


심리학 비전문가가 보아도 홈즈에게는 몇 가지 눈에 띄는 심리학적 특성이 있다.


우선 목적지향적인 동시에 왜곡된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악랄한 CEO라 할지라도 기본적인 윤리적 수준을 지키는 성질을 가졌다면 홈즈는 부패한 경영자였을 수 있으나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거짓으로라도 목적을 이루어내려고 한 것을 보았을 때, 홈즈는 기본적인 윤리의식조차 갖추지 못한 듯하다.


또한, 일반적인 공감능력, 죄책감이나 죄의식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홈즈가 이러한 기술을 개발한 데는 바늘에 대한 공포가 1차적인 이유였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저렴하고 보편적인 혈액검사가 있었다면 암으로 돌아가신 삼촌의 증상을 일찍이 확인하고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을 강조하며 테라노스 기술의 시작의 이유를 전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홈즈는 공포나 슬픔을 억누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감정을 억누르는 모습인지 혹은 없는 감정을 만들어내는 모습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또한 여러 정보에 따르면 홈즈는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삼촌과 특별한 친분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이후 생활하는 모습 등을 살펴보아도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느낀다기보다는 이 또한 하나의 설득 게임 정도로 여기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차분하고 즐거워 보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원에서의 홈즈, January 14, 2019 in San Jose, California.Justin SullivanGetty Images


#3. 관계와 현재


홈즈는 함께 테라노스를 경영했던 써니와 연인관계였으나 테라노스의 폐업 이전에 관계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 출생으로 홈즈보다 19살이 많았던 써니는 테라노스가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지속적으로 직원들이 불만을 표출하자 해결자의 역할로 나섰던 듯하다. 


현재는 써니와 홈즈 둘 다 사기 등의 혐의를 부정하고 있으나, 어느 순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테라노스에서의 홈즈와 써니, Homles and Sunny @ Theranos, Source: Wall Street Journal


현재 홈즈는 재판에 출석하면서 8살 연하의 호텔 사업 후계자 빌리 에반스(Billy Evans)와 약혼해 부유한 생활을 영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홈즈와 약혼자 에반스 (반려견 발토), Holems and Evans with Balto (the dog)


테라노스 사태의 피해자


어찌 보면 테라노스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태에서는 투자자들만이 피해자가 아니다. 투자자는 한 번의 투자가 실패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테라노스 사태에서의 피해자는 더욱 다각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1. 테라노스의 직원들, 그 가족들


테라노스는 전성기에 8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다. 아마도 직원들은 인류를 위한 혈액검사 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한 미션에 함께한다는 자부심으로 역량을 발휘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한계에 부딪혔고 자진 퇴사를 결정하거나 해고를 당했다. 


지속적으로 거짓 실험 결과를 강요하는 것은 정직한 기술자, 학자에게 영혼을 파는 정도의 비윤리적인 행위이고 폭력이다. 또한, 이러한 거짓에 대하여 비밀엄수를 강제하고, 이를 근거로 직원과 전 직원, 가족까지 위협한 것은 확실한 피해이다.


무엇보다 테라노스에 근무했다는 것 자체가 경력에 흠이 되어 어려움을 겪는 것이 테라노스에 재직했던 많은 이들에게 오랜 시간 피해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2.  유명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 손상


미디어와 저널 또한 홈즈와 테라노스의 사기에 속은 것이지만, 당시 명확한 검증 없이 내용을 보도했다는 것만으로도 신뢰도를 잃기도 했다. 특히 TED의 경우 콘텐츠가 각 분야의 전문성을 내세웠던 만큼 그에 대한 실망도 함께 커지면서, 다른 콘텐츠의 신뢰에 대한 의심까지 겪고 있다.


기자의 윤리성 또한 손상됐다. 관련한 내용을 인터뷰하고 보도했던 기자들 중에는 본인의 보도 자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 실제로 테라노스 테스트를 받은 환자들


테라노스는 검증되지 않은 기술로 월그린과 협약해 애리조나주에 건강센터를 설치해 혈액검사를 수행했다. 그러나 '바늘 없는 채혈'을 약속했던 테라노스는 결국 기존의 방식으로 채혈을 해 이미 개발된 혈액검사 기기를 사용해 테라노스 기기의 결과인 것처럼 속이고 환자들에게 제공했다.


테라노스의 기기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져 없는 질병을 있다고 결론내기도 하고, 있는 질병을 없다고 보고하기도 하는 등 혼란을 가중시켰다.


결국 테라노스는 테스트 비용 등 보상을 진행했지만, 이에 소비한 시간과 잘못된 검사 결과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Real-Time Curse

  

보편적이고 저렴한 혈액검사의 기술을 기대했던, 홈즈가 실리콘밸리의 여성 기술인 CEO로서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주길 바랐던 개인으로서 이번 사기극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국내에서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지만, 이러한 사태가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미리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초기 테라노스의 기업명은 "Real-Time Cures"였다. 굳이 번역하자면 "실시간 치료"정도인데, 창립 초반 오타로 인해 직원들 월급에 기업 명칭이 몇 번 정도 "Real-Time Curse(실시간 저주)"로 나간 적이 있다고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Real-Time Curse"는 테라노스에서 근무했던 많은 이들이 느꼈을 기분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오타였기 때문에 곧 고쳐졌고 이후 기업 명칭을 테라노스로 바꿨지만, '실시간 저주'는 테라노스가 운영되는 동안 지속되고 있던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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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 10조원 기업은 왜 백지가 되었을까 - 실리콘 밸리 최대 사기극, Theranos (아이튠즈 팟캐스트팟빵네이버 오디오클립)


참고 자료


기사 및 웹페이지


도서: Carreyrou, J. (2019). Bad blood. Larousse.


영상: The Inventor: Out for Blood in Silicon Valley (2019) | Official Clip | HBO

HBO Documentary "The Inventor"


영상: 2014 TEDMED Elizabeth Holmes (부분)

MedCity News가 일부 추출해,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엘리자베스 홈즈의 TEDMED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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