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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디 Jul 28. 2022

아주 사적인 인터뷰 : Ep.4

녁에서 만난 사람들 : 어쩌면 적당한 거리에서

 불면의 밤이 지속되는 날씨가 시작됐다. 이렇게 날이 궂을 줄은 모르고, 오랜만의 휴무에 U를 밖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마 한 발 딛는 순간마다 비가 얼마나 더 올지,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불고 있는지를 걱정해야 될 정도로 날이 궂을 줄 알았더라면 오늘 만나지 않았을 텐데. 거의 다 왔다는 U의 연락에 잠깐 나오지 말아요. 지금 역 바깥쪽은 '폭풍우 치는 밤에'거든요. 하고 이야기했더니 알겠다고 잠시 기다리겠다고 했다. 쉬는 날의 혜화. 폭풍우 치는 마로니에 공원 옆의 간이 지붕 밑에서 U가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비가 잦아들길 기다렸다. 쏟아지는구나, 하고 중얼거리자 옆에 서 있던 덩치가 큰 남자분이 헛헛, 하고 웃으면서 그래도 비가 좀 내려야지요! 하고 호탕하게 소리쳤다. 그는 우산도 없는 것 같았는데. 머뭇거리다가 그러게요 하고 대꾸했다. 빗소리가 쏟아졌다. 그와 나 사이 공기의 밀도가 높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가 좀 더 웃었던 것도 같다.


 U는 녁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 중에 한 명인데 그는 약간 일전에 인터뷰했던 대표님, 그러니까 M을 좀 닮았다. 외적인 걸 비롯해서 습관이나 태도 같은 것들이. 눈썹이 짙은 점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맨 처음에는. 누구든 처음이 그렇듯이 U는 잔뜩 긴장해서 쭈뼛댔다. 만약 나도 일개 아르바이트생이고,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면 인사만 꾸벅 건네고 같이 쭈뼛거렸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하나뿐인 직원이니 그를 알려주고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대단하게 의무감이니 어쩌니 하지만 고작 내가 한 거라곤 인사를 건네고 일을 알려주고 약간의 농담을 해준 정도였다. 그런데 곧 인터뷰 내용에서도 말하지만 U는 덕분에 나를 편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덕분에 나도 인터뷰를 진행하며 내내 좋은 친구가 하나 더 생기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브이는 왜 하시나요? 하는 말에 허전하니까요~ 라며 브이를 보여준 U.

안녕하세요. 일단... 네 번째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U 아닙니다. 재밌어 보여서요.


그럼 인터뷰를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에, 혹시 뭐 하시는 분인지 가벼운 소개가 가능할까요?


U 저는 지금 학생, 학생이고요. 연극영화과에서 배우를... 지망? 꿈꾸고 있습니다.


배우를 꿈으로 삼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대단한 계기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U 대단한 건 정말 아닌데요. 제가 어렸을 때 중학교 2학년 즈음? 그때 한창 무한도전에서 뮤지컬 특집을 할 때였어요. 거기에 레미제라블 넘버가 나오더라고요. "One day more"라는 넘버인데 그때 노랠 처음 접하고, 들었었는데 너무 웅장하고.. 멋지더라고요.


가슴을 뛰게 하는 힘이 있죠. 뮤지컬 노래는 특히.


U 맞아요. 그래서 관심을 갖고 뮤지컬에 대한 걸 막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여기저기. 그런데 딱 처음으로 하이스쿨 뮤지컬이 한국에서 초연을 하더라고요. 블루스퀘어에서.. 그걸 맨 앞자리에서 봤었어요. 하이스쿨 뮤지컬을. 모든 장면이 굉장히 신나고, 가슴이 뛰고 말로...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있었던 것 같아요. 현장에서 느껴지는.


뮤지컬이 정말 에너지를 받기 좋은 공연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 뮤지컬 봤을 때 그랬거든요. 그래서요?


U 그 이후로 정말 무대에 서고 싶다, 하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됐죠. 막연히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진학한 고등학교에 연극부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그래서 연극부로 시작했는데, 담당하던 선생님이 지역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연극팀이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처음엔 보러 올래? 하고 물어보셨고 나중엔 같이 하자! 가 됐고요. 저랑 얼마 나이 차이가 안 나는 한 두 살 차이의 선배들이 하는 걸 보니 멋있다, 재밌겠다. 저렇게 하고 싶다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히 극단 활동을 하고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르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했고요. 사람이 좋으니 연극이 더 좋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진로도 이쪽으로 결정하게 된 것 같아요. 연기를 해야겠다! 하고요.

그럼 본인이 생각하는 직업으로서의 배우는 어떤가요?


U 솔직히.. 돈 못 버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웃음)-앞서 짧게 내가 직업으로서의 작가에 대한 견해를 짧게 이야기했다. 돈 못 버는 직업 같다고.- 저는 사회 경제적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일이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배우라는 직업은 경제적인 면에서의 활약이 불투명하거나 불분명하니까요. 임금이 적은 편이니까요. 그래서 직업이라고 해도 되는 걸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있어요. 물론 저 스스로에게.


그렇죠 아무래도 예술이라는 게(웃음) 그럼 이제 사터뷰 고정 질문 중에 하난데요, 꿈을 뭐라고 생각하세요?


U 아.. 꿈이요.-이 부분에서 사실 그는 꽤나 고민했다. 입술을 깨물었다가 미간을 좁혔다가 넓히면서. 고민하는 얼굴이 꼭 연극 같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렸다.-저는 꿈은 신기루라고 생각해요.


신기루요? 사라지는 그 신기루?


U 네. 다른 것보다는. 연극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러니까 입시로서의 연극 말고 청소년 극단에서 활동했을 때요. 제가 태어나서 뭔가를 열정적으로 하게 된 게 처음이거든요. 처음으로 정말 열정적으로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입시를 시작하면서부터 정말 큰 슬럼프에 빠졌었어요. 제가 원했던 거랑 달랐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연기와, 입시 트레이닝으로서의 연기가.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하던- 생각하던 거랑은 다르구나. 하는 깊은 생각을 하다 보니까 연기에 배신당했다! 같은 기분도 들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가셨네요 지금.


U 그렇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서 꿈을 향한 다음 스텝으로 넘어온 것 같아요.


그럼 결국 꿈이 신기루라는 건 지향하던 것과 실제 경험의 간극 때문인 건가요?


U 신기루다, 하고 이야기한 건 처음에는 내가 되게 좋아하고, 되게 사랑하는 일이야 하고 시작했는데 이게 아닌 거죠. 겪은 것처럼. 그래서 생각했어요 꿈이라는 게 정말 언제라도 변할 수 있는 거구나. 언제든지 직업으로서의 배우, 연기가 싫어질 수 있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거구나. 저는 입시를 겪기 전까지는 제가 언제까지고 이걸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겪고 보니 싫어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언제든지 바뀌고 변할 수 있어서. 사라질 수도 있고요. 그래서 신기루라고 생각했어요.


꿈은 신기루다. 그럼 U 씨는 본인이 감정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말씀하시는 것들을 들어 보면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요.


U 저는 되게 감정적인 편이에요.


무례한 평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정말 외적인 부분과 제가 봐 온 모습들은 꽤 이성적이고 차분했는데요.


U 원래 진짜 감정적인 사람들은 오히려 겉으로는 차분해 보이거나 티를 안 낸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감정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서 더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이걸 겉으로 표현하는 순간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제가 조절을 하려고 하는 거죠. 잘 어떻게든.


그럼 약간 헐크.. 같은 상태라고 생각해도 좋을까요? 항상 화가 나 있는(웃음)


U 어 맞아요. 비슷한 거 같아요. 제가 정말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던 게 연애할 때였어요. 저는 한 사람이랑 4년 동안 연애를 했었는데요. 내가 살면서 이렇게까지 격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처음 느꼈어요. 와 내가 이렇게까지 화낼 수 있고, 소리 지를 수 있고. 복합적으로 격정적으로 변할 수 있구나. 그 친구와 종종 서로 의견에 대해 언쟁을 벌였었는데 여기 혜화역에서도 싸웠던 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막 오르내리는 지하철 역 앞에서 드라마처럼. 서로 자기 의견을 어필하는 거죠. 네가 맞니, 내가 맞니 하면서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오히려 덜 감정적인 사람인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저는 감정에 솔직한 편은 아니거든요.


U 맞아요. Y 씨는 무난한 편이신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만났던 친구가 자기감정 표현에 솔직한 편이었거든요. 그때 그 친구를 만나던 저도 그랬고요.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도 아니었던 것 같고요.

그래요.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 주제랑 잘 이어지고 있네요. 그럼 사터뷰 대표 질문을 하나 더 해볼게요. 사랑, 사랑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U 아 사랑이요.-U는 이 대목에서 좀 더 고민했다. 그는 대답을 신중하게 고르는 타입이구나. 하고 잠자코 녹음기를 켜 둔 폰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언젠가는 사랑에 대한 견해가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은, 아니 분명 바뀌겠지만 지금 당장은 사랑이 수련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득도하는 것처럼.


수련이요.


U 음… 네. 최근에 누나가 결혼을 했는데요,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떠나야 하니까. 그래서 키우던 강아지를 저희 집에 맡기게 됐어요. 누나가 여행을 가면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일주일 동안 이 작은 생물이랑 난생처음으로 함께해야 하는 순간이 된 거죠. 그런데 부모님이 집을 나가고 일을 나가시고 나면 그 친구를 볼 사람이 저뿐이잖아요. 저도 너무 사랑하는 강아지니까, 정말 잘해줘야겠다 돌봐줘야겠다 했는데. 이 친구가 새벽 여섯 시만 되면 끙끙거리고 저를 깨워요. 밥을 달라는 걸까? 하고 밥을 주면 밥은 안 먹고 침대 아래쪽에서 낑낑거려요. 그럼… 올려줄까? 침대 위에 오고 싶은가? 해서 침대로 올려주면 또 내려달라고 해요. 새벽 여섯 시에 반갑지 않게 깨어서 이걸 계속 반복해야 하는 거예요. 더 자지 못해서 부글부글 앓는 마음이 막 올라오는데… 까맣고 울먹이는 그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또 저는 얘를 너무 사랑하는 거죠. 너무 사랑해요.


사랑하는 마음과 언제나 모자란 아침잠 사이에서 꽤 힘든 시간이셨겠어요.


U 네 맞아요. 그래서 느꼈어요. 사랑하는 마음은 참 어렵구나. 이게 4년간의 연애 에피소드와도 조금 이어지는데요. 사랑이라는 게 희생해야 되는 부분도 있고,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것도 있고, 짜증을 유발할 때도 있더라고요. 심지어 그 대상이 사랑의 주체인데도요. 이 마음이라는 게 점점 사람이 예민해지고 힘들어지면서 내가 이 친구-그가 말하는 주어가 강아지인지 전 애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맥상통하는 거라고 생각했다.-를 정말 사랑하긴 하지만 위에서 말한 모든 과정 덕분에 힘들어지기도 하는 거죠. 그래서 마음의 수련을 하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한번 더 참고 이 친구를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하고. 그러지 못해서 내가 너무 부족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사랑은 이해할 수 없죠. 그냥 사랑하는 거 같아요.


U 맞아요. 그래서 누나의 강아지를 돌보면서 정말 많은 걸 느꼈어요. 내가 널 이해해 보고 싶지만 내가 많이 부족한가 보다. 정말로 이 모든 것들을 다 사랑하기가 어렵다. 근데 전 애인과 헤어진 지 2년이 지나서 저는 내적으로 뭔가 스스로 조금은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친구와의 일주일을 겪어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내가 많이 부족하다. 연애를 하면 또 같은 실수를 할 수 있겠다. 하는 걸요.


사람은 스스로를 생각할 때 좀 박해지는 것 같아요. 저도 항상 제가 부족하거든요. 그렇지만 우리는 크게 변하지 않고 살아간답니다. 여태도 그랬고요. 하지만 더 나아지거나… 모난 부분이 깎일 수는 있겠죠 살면서.

어찌 됐든, 사랑에 대한 멋진 답변 감사합니다. 그럼 또 다른 고정 질문을 해 볼게요.

제 첫인상이 어떠셨을까요?


U 아 이걸 제가 사터뷰 에피소드에서 굉장히 꼼꼼히 읽었어요(웃음) 그러면서 뭐라고 대답할지를 상상을 해 봤거든요.-제 첫인상 기억하세요?- 당연히 기억하죠. 일단 제가 낯을 굉장히 가리거든요. 우물쭈물하고 낯 가리는 기간도 되게 길고요. 근데 가끔가다가 정말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이성인 분들은 정말 극히 드문데도 Y 씨가 제 긴장을 잘 풀어주셔서 그런가, 정말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요?


U 일단 거리가 중요해요. 저는 어떤 관계에 있어서든 물리적인 거리, 마음의 거리 같은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근데 Y 씨는 어떻게 보면 서로 일하는 사이인데, 불편하지 않게 알려줄 건 알려주면서 편하게 분위기를 풀어 주셨잖아요. 그래서 첫날에도 되게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 Y 씨의 이미지랑, 처음이랑은 많이 다르긴 한데(웃음) 되게 재밌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웃긴 게 아니고 재밌는.


저는 이것도 시너지가 좋아야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는 해요.


U 맞아요. 근데 Y 씨가 다른 분들이랑 일할 때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랑 일할 때는 되게 재밌는 사람이고, 다정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맨날 성격 더럽다고 장난하시지만 되게 똑 부러진 거라고 생각하고요. 또.. 닮고 싶은 부분도 있죠.

너무 제 칭찬만 듣는 것 같으니까, 슬슬 막바지 질문을 해볼까 하는데요. 개인의 확고한 취향 같은 게 있으실까요? 사람이나 옷 스타일 같은 거요.


U 있죠. 저는 항상 적당한 사람. 제가 적당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너무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사람. 그런 사람이 이상형이기도 하고요.


보통 이상형은 자기가 되고 싶은 모습인 것 같더라고요.


U 맞아요. 제가 적당한 사람이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적당히 착하고, 나쁠 줄도 알고, 조금 치사할 줄도 알고. 뭐든지 조금 더 중도를 아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고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 비슷비슷하다고 생각을 해요. 모든 면에서 적당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럴 때가 있잖아요. 보기 싫은 나의 모습을 보게 되는 때. 그런데.. 제가 좋아하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그걸 인정하고 똑바로 바라봐야 나아갈 수 있는데, 지금은 그 과정이 좀 어렵거든요. 그런데 제가 바라보는 '적당한 누군가'는 그 과정을 이겨낸 거잖아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아, 그럼 다시 사랑 관련 질문으로 돌아가서. 최근의 이별은 괜찮으셨나요?


U 저는 괜찮았어요. 제 인생에서 제가 했던 선택 중에 제일 잘한 일이라고, 지금 당장은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선택의 타이밍과 결과가 그 친구에게도 저에게도 좋은 효과를 미쳤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서로가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최근의 이별을 물어본 이유는 아까 우리가 스스로를 인정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이 이야기와의 연장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어요. 저는 헤어지고 혼자 지내면서 스스로를 인정하는 법을 배웠거든요.

저는 혼자 지내면서 외롭지 않다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외롭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그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U 외로움을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 저도 이 말에 공감하는 것 같아요. 가끔 저도 그렇거든요.


제 말이 길어지면 안 되는데(웃음) 어쨌든 인간은 다 외롭거든요. 어쨌든 외롭게 살아가는 거예요. 제 말투가 약간 미묘하지만. 인간이 항상 조금씩 외로운 이유는 결국 관속에는 혼자 들어가니까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잖아요. 그래서 종국에는 혼자가 되니까 외로움마저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가니까. 근데 어느 순간부터 외롭다고 하면 조롱의 대상이 되더라고요.


U 맞아요. 외롭다! 하면 그래, 네가 외롭구나. 하는 말이 돌아오는 게 아니고 '아 ㅋㅋ 역시 외롭지? 애인 없으니까 외롭지?' 이런 느낌. 애인이 비단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 중에 하나는 아닌데 말이에요.


저도 이 외로움에 대해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이 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혼자여도 괜찮은 날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어차피 앞으로의 날들이 계속해서 혼자 살아가야 한다면 지금 혼자여도 괜찮은 순간을 기억하자 뭐 이런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U 외로움이 주는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낄 때 스스로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사무치게 외로울 때는 산책을 하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해요. 외롭다는 상태를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동의해요. 꼭 해소할 필요는 없지만 해소해야 한다면, 좀 더 지나가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네요.

그럼 이제 정말 정말 마지막으로요, 사터뷰 오늘 후련하셨나요?


U 약간의 아쉬움도 있지만. 후련하기는 한 것 같아요. 약간의 아쉬움은 제 대답이 어떤 지 일일이 다 기억이 나진 않으니까. 그래도 아쉽지만, 후련했습니다.



 U와의 인터뷰를 정리하는 데는 꼬박 두 달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 바꾸어 말하면 꼬박 두 달 동안 간간히 그를 다시 만나면서, 그의 생각을 꼬박 두 달을 한 것이다.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인터뷰를 몇 번이고 돌려보면서 미안함보다는 우리 대체 왜 이렇게 많은 말을 했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했던 시간 내내 U가 즐거워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인터뷰를 시작할 즈음 내리던 비가 거의 그쳤고, 우리는  곳에 앉아서  시간 정도를 떠들었다.  시간의 이야기가  번에  정리되기에  달은 그리  시간은 아니었던  같다는 변명 같은 생각도  본다. 우리는 함께 물기가 말라 가는 우산을 털고 나오면서 아쉽다, 아쉽다고 이야기했고 인터뷰 말고 그냥 신나게 이야기해 보자고도 했다. 다음번에는 아무 말이나 신나게  봐요. 하고 서로 깔깔 웃었다. 각자의 삶의 영역으로 헤어지면서 우리는 내내 다음엔  하면 좋을 지에 대해 상의했다. 그리고 부디 서로의 하루도 무탈하기를 바라면서. 부디 다음번에는 목적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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