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코로나도 이제 한 물 갔으니,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이빨이 빠졌든 어떻든 호랑이는 호랑이라는 것. 이빨이 있는 호랑이든 없는 호랑이든 물리면 꽤 아프다는 것.
3일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목구멍이 찢어지는 것 같은 증상에 시달렸다. 구체적으로 묘사하면 목에 모래를 쏟아넣고 강제로 가글을 시킨 것 처럼 목구멍 안쪽이 버석거렸고, 버석거림을 무마해보고자 물을 들이키면 물이 쪽쪽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난 자리를 훑고 지나가는 것 처럼 느껴졌다. 한 모금 삼키는 것도 어려웠다. 더 끔찍한 건 목구멍 통증보다도 몸살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감기에 걸린다거나 앓을 일이 생기면 몸살이 가장 먼저 찾아왔다. 열이 오르면 몸살이 같이 찾아왔다. 뼈마디가 시렸다. 가만히 누워있는데도 누가 관절 마디를 세게 쥐어서 으스러뜨리는 것 같은 끔찍한 몸살이었다. 코로나 몸살이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다. 셋째 날엔 눈을 뜨자마자 울었다. 이것보다 더 아플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비몽사몽간에 친구 J에게서 전화가 왔다. J는 원래 코로나 격리를 하기 전 부터 하루에 두어 번은 전화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친구인데, 격리를 시작하고는 종종 페이스타임을 걸어왔다. 비몽사몽한 정신이지만 J의 전화를 받았다. 다만 슬프게도 내가 꽤나 앓고 있는 중이라서 오늘의 컨디션을 묻고 괜찮냐고 묻는 J의 말에 대답하지 못한 채 계속 주룩주룩 울고 있었다는 것이다. J는 생전 내가 우는 걸 본 적이 없기에 깜짝 놀라서 많이 안좋냐고 물어왔다. 나는 꽤 비몽사몽이었고, 주룩주룩 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고개만 끄덕였다.
결국 J가 약과 쿨패치 같은 것들을 줄줄이 사들고 우리 집으로 왔다. 물론 나는 직접 볼 수가 없으니 J는 우리 집 거실에서 나와 페이스타임을 했다. 웃기고 어이없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언택트시대의 새로운 병문안 방법. J가 도착했을 즈음에는 열도 가라앉고, 약기운 덕분에 몸살도 잦아들어 살아있을만한 상태였다. 우리는 한 시간 정도 영상통화로 떠들었다. J에게는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지금도.
3일이 지난 지금 내가 코로나가 맞구나, 하고 가장 살갗에 와닿는 것은 후각과 미각이 아주 둔해졌다는 것이다. 열이 많이 났다. 첫날 밤부터 지금까지 계속 열이 올랐다가 내리는 중이다. 온도계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38도 이상이었을 것이다. 열이 올랐다가 내리고 나면 후각이 점점 둔해지는 것 같다. 후각이 둔해지는 것과 동시에 미각도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먹었던 불고기 맛이 하나도 안 났다. 그냥 짜고 맵구나, 하는 것만 느껴졌다. 그것도 약간 내가 이 불고기라는 걸 이전에 먹어본 적이 있으니 그 먹어봤었던 과거의 기억에 의존해서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냄새가 안 나는 건 기본. 코가 막혀있는 것도 아닌데 아무 냄새가 없다. 미각과 후각을 다 잃고 나니까 그제야 코로나구나, 하고 실감했다.
이전에 입원일기를 쓸 때와 지금이 전혀 다르다는 것도 느낀다. 입원일기 때는 다리가 불편한 것 외에는 아픈 부분도 없고, 크게 불편하지 않으니 다양한 걸 시도하고 다양한 노력을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크게 다르다. 전체적으로 아프지 않은 부분이 없고 언제 다시 아파질 지 모르니 내가 내내 누워있는 걸 제외하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일을 하거나 다른 것들을 병행한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정말로. 내 증상과 하루를 기록하려고 시작한 격리일기지만, 무사히 마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내 몸이 조금이라도 멀쩡한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기록해 봐야지. 2,3일차의 격리일기. 코로나는 여전히 무서우니 이빨빠진 호랑이라도 조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