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에서 개봉 중인 ‘선생님의 일기’(The Teacher's Diary)는 보기 드문 태국의 로맨스 영화입니다.
발랄한 여선생 앤(레일라 분야삭)은 교장에게 찍혀 그만 오지의 분교로 발령을 받습니다. 오지라고 해서 우리 영화 ‘선생 김봉두’에 나오는 그런 곳을 연상하시면 안 됩니다.
앤이 발령 받은 곳은 수도도 전기도 없는 호수의 수상학교(水上學校)였기 때문입니다. 수상학라고 해서 수상 안전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학교를 연상하시면 또 안 됩니다.
수상가옥은 아시죠? 수상학교란 수상가옥에 사는 가난한 어린이들을 위한 시설입니다. 전교생이라 해봐야 고작 다섯 밖에 되지 않는.
넓디넓은 호수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떠 있는 수상학교를 지키며 살아가는 앤은 자신의 생활을 일기에 담아둡니다.
유배생활과도 같았던 일 년이 지나 앤은 남자친구가 교감으로 있는 치앙마이의 학교로 전근을 갑니다. 그런데 깜빡 잊고 일기장을 두고 떠났네요.
앤의 후임으로 수상학교 선생님으로 부임한 기간제 교사 송(비 스크릿 위셋케우)은 우연히 앤이 남기고 간 일기장을 발견하고 홀로 앤에 대한 상상을 키웁니다.
외로운 총각선생이 자기 또래의 여선생이 남기고 간 일기장을 발견했으니 얼마나 흥미 있게 읽었을까요?
다시 일 년 후 신통치 않은 평가를 받은 송은 수상학교를 떠나게 되고 그 즈음 애인하고 깨진 앤은 다시 수상학교를 자원합니다.
앤은 돌아온 학교에서 자신의 일기장을 발견하는데 송의 일기가 덧붙여져 있습니다. 송이 앤의 일기를 읽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메모해 뒀기 때문이죠.
시차를 두고 두 사람이 상대의 일기를 읽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상상의 로맨스를 키워간다는 ‘선생님의 일기’가 CGV 단독 상영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개봉 5일 만에 5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합니다.
이런 류의 영화는 보통 시공을 초월한 남녀의 로맨스를 그리면서 판타지로 흐르기 쉬운데 ‘선생님의 일기’는 평면적 시간과 공간을 유지하면서 판타지의 분위기를 냈다는 점에서 발상이 산뜻합니다.
다만 코미디물이라 이야기에 단층이 있고 ‘오버’스러운 점은 보기에 따라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패키지 여행을 통해서는 접할 수 없는 태국인들의 수상생활을 들여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가 지닌 다른 매력입니다.
2016.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