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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하이웨이 Nov 13. 2016

세븐

서른 살 데이빗 핀처의 출세작

리들리 스콧과 제임스 카메론이 메가폰을 잡은 에이리언 시리즈의 세 번 째 작품의 감독으로 연출 경력이 없었던 데이빗 핀처라는 갓 서른 살의 젊은이가 발탁되었을 때 사람들은 이 특이한 시리즈의 종말을 우려했다.    

그 누가 연출을 맡든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로체(8,511m)가 에베레스트(8,848m)의 곁에 있다고 해서 묻히는 것이 아니듯 리들리 스콧과 제임스 카메론에 이어졌다고 해서 데이빗 핀처는 사라지지 않았으며 시리즈도 명맥을 유지했다.    

이 젊은이가 리들리 스콧과 제임스 카메론에 견주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연출가임은 곧 증명되었다. ‘에이리언 3’로 세계 영화계에 확실히 도장을 찍은 데이빗 핀처는 3년 후 독특한 범죄 스릴러 한편으로 영화 팬들의 뇌리를 파고 든다.


‘세븐’(Seven, 1995)은 성서에서 언급한 일곱 가지 죄악(탐식, 탐욕, 나태, 음란, 교만, 시기, 분노)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은퇴를 일주일 앞둔 베테랑 형사 서머셋(모거 프리먼)과 신참 파트너 밀스(브래드 피트)는 기괴한 사건을 접수한다. 음식물 접시에 코를 박고 죽은 초고도 비만 사내의 사망 원인을 파헤치게 된 것이다.    

부검 결과 남자의 위는 파열되어 있었다. 둘은 타살임을 직감하고 남자의 집을 수색 중 ‘탐식’(gluttony)이라는 글자를 발견한다.    

두 사람이 이어 맡은 사건도 기괴했다. 잘 나가던 변호사가 사망했는데 1파운드의 뱃살이 잘려져 있었다. 바닥에는 죽은 남자의 피로 ‘탐욕’(greed)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고.    

연쇄살인임을 눈치 챈 서머셋은 근처 도서관에서 성서의 죄악에 관련된 도서의 반출기록을 통해 용의자의 신원을 확보한다.    

하지만 용의자는 쉽게 잡히지 않고 나태, 음란, 교만을 소재로 한 살인이 연이어 일어난다.    

하나 같이 기괴한 방법을 써서 발생한 살인. 시기와 분노의 살인을 막기 위해 서머셋과 밀스가 용의자 검거에 주력할 때 뜻밖에도 범인이 나타나 자신의 범죄를 자백하겠다고 하는데..    


재개봉 중인 ‘세븐’은 제작된 지 이십 여 년이 지난 스릴러지만 지금 봐도 성김 없이 영화의 이음새가 정교한 작품이다. 특히 마지막의 반전은 유독 반전에 중독된 우리나라 영화팬들이라면 잊지 못할 강렬한 충격을 준다.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이후 데이빗 핀처는 손대는 작품마다 팬들을 사로잡았다. ‘에이리언 3’로 융기할 때부터 리들리 스콧이나 제임스 카메론의 위성봉이 아니라 별도로 우뚝하게 솟은 독립봉이었던 셈이다.    

2016.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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