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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하이웨이 Mar 25. 2021

더 컴퍼니 맨


우리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 가운데 하나가 기업의 구조조정 소식인데요, 미국의 사정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으니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설마가 사람을 잡죠. 설마 회사가 자신을 내칠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 겁니다.


  

조선회사 GTX의 잘 나가던 영업부장 바비(벤 애플렉)는 회사로부터 어느 날 자신이 정리해고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습니다. 사업부서를 통폐합했기 때문에 수천 명의 감원 대상 가운데 한 명이 된 것입니다. 고작 석 달 치의 봉급과 재취업 프로그램을 제공 받고 회사에서 쫓겨난 바비는 경영학 석사라는 학력과 대기업 부장이라는 경력을 믿고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내밀어 보지만 그를 받아주는 아무 곳도 없습니다. 비로소 차가운 현실을 인식한 바비는 결국 자존심을 굽히고 건설현장에서 십장(什長)을 하는 처남 잭(케빈)의 도움으로 막노동을 시작합니다.



‘더 컴퍼니 맨’(The Company Men, 2010, 존 웰스 감독)은 직장인 또는 전직 회사원들의 공감을 받을 만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는 바비 뿐만이 아니라 30년 동안 봉직하고도 황당하게 퇴직당한 대학생 자녀를 둘이나 둔 필(크리스 쿠퍼)의 처지와 바비의 상사로 회사의 창립 멤버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한 진(토미 리 존스)의 이야기가 겹칩니다.



회사는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 정리해고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입니다. 종업원의 목을 쳐서 남긴 돈을 주주에게 바치겠다는 말인데 이러한 이율배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얼마 전 국내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의 평균 연봉은 등기임원의 경우 삼성그룹이 24.2억원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낮은 곳은 현대중공업으로 3.3억원이라고 합니다. 롯데그룹은 7.6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신동빈 회장의 연봉은 무려 112.3억원으로 10대 그룹의 오너 가운데 가장 많다고 합니다. 참고로 국내 기업 총수 가운데 지난해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이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로 184억원이라고 합니다.



작년 한 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직장인들이 실직을 당하고 개인사업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음을 상기하면 성과급을 감안하더라도 대기업 임원들의 연봉은 일반인들과는 놀라우리만큼 괴리가 있습니다. 오너들은 이렇게 챙기고도 조금만 어려워도 감원부터 생각하는 게 현실이죠.


영화에서도 진은 동업자이자 GTX 회장이기도 한 짐에게 작년에 자네는 2,200만 달러나 챙겼지만 해고당한 직원들은 집을 잃고 가정생활이 흔들렸다고 ‘퉁박’합니다.



영화는 회사의 창립 멤버이기도 한 진 본인도 잘리자 조그마한 조선소를 설립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바비는 이 회사에 다시 취업이 되죠. 어떻게 보면 가장 현실적인 결말을 택했다고 보여집니다. 한번 고용주(employer)는 영원히 고용주, 종업원(employee)은 영원히 종업원이죠.


‘더 컴퍼니 맨’은 정리해고 당한 회사원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습니다. 필을 통해 해고 이후 가장이 처하는 비참한 현실도 일부 그려집니다만 가정불화와 인간이 파괴되는 모습을 좀 더 선명하게 부각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202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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