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군자마을, 병산서원 그리고 추억여행
사실 우리가 숙박한 곳은 안동 군자마을이라는 곳이다. 오천유적지라고도 불리는데 안동댐을 건설하면서 수몰된 지역의 한옥 마을을 옮겨 놓은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규수방이라는 곳에 묶었는데 정말 오랜만의 한옥스테이이기도 했고 또 장마철이라 밤새 비가 엄청 와서 사실 좀 무섭기도 했다. 아파트에만 살다가 한옥 1층에서 비가 바께스로 쏟아붓는 소리를 밤새 들으니 푹 자지 못 한 것 같다. 아무튼 다음날 아침에 군자 마을 구경을 했다.
꽤 멋진 공간들이 있었는데 좀 안타까운 점은 현재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초도 무성하게 자라고..
그래도 문간에 피어있는 배롱나무가 참 예뻤다.
참 신기한 것이 밤새 비가 그렇게 많이 왔는데 아침이 되니 거짓말처럼 날이 맑게 개이고 오히려 햇빛이 따가운 여름 하늘이 되었다. 아침에는 몸이 찌뿌둥하니 학가산 온천이라는 곳에 갔는데 엄청 크고 시설도 엄청 좋은 곳이었다.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추억여행을 시작했다.
먼저 어렸을 때 가끔 가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맘모스제과점!!
사실 내가 안동에 있던 초등학교 1~2학년 때는 너무 어릴 때라 제과점의 정확한 위치를 기억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38년 만에 다시 방문한 맘모스제과는.. 사실상 이름만 그대로 쓰고 있다 뿐이지 인테리어도, 파는 빵도, 심지어는 위치도 여기가 맞는지 하는 생각이 드는..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아무튼 전혀 기억이 안나는 메뉴이긴 하지만 빵 맛있게 먹었고 밀크 쉐이크도 좋았다. 그래도 나오는 길에 사진 한 장.. ㅎ
다음으로 간 곳은 나의 모교인 안동 서부초등학교!! 아 여기도 마찬가지로 위치는 대강 알겠는데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생각하는 그곳이 아니었다. 내가 공부하던 곳은 운동장에서 학교 입구 쪽의 가건물 같은 곳이었는데 여기는 이미 최신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위치만 내가 다녔던 곳이지 그냥 다른 학교였다.. ㅠ
아무튼 그렇게 모교를 패스하고 내가 살던 태화동 웅부주택으로 갔다. 와 그런데 여기는 38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그대로이다!! 뒤편의 놀이터도 그대로 있고 슈퍼마켓 자리에는 여전히 마트가 있고, 안동 MBC나 군부대도 그대로 있고..
잠시 나무그늘 밑에 들어가 옛 생각에 빠져들었다..
이번에 와서 알게 됐는데 안동에는 '웅부'라는 지명이 꽤 많이 있다. 웅부공원, 웅부도서관, 웅부주택.. 무슨 뜻인지 궁금해 좀 찾아봤더니 고려시대 말기에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으로 몽진(蒙塵 : 머리에 먼지를 뒤집어씀. 임금이 난리를 만나 궁궐 밖으로 몸을 피함)하게 되었는데 이때 공민왕이 '안동웅부'라는 현판을 썼다고 한다. 이런 사실도 38년 만에 알게 되었네.. ㅎㅎ
아무튼 그렇게 잠시 추억에 빠져있다가 우리는 마지막 일정으로 하회마을, 병산서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니 안동역이 아주 멋있게 새로 지어져 있었다. 나중에 기차 타고 안동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동시내에서 하회마을까지는 꽤 걸렸다. 날씨가 아주 쾌청하여 멀리까지 보였고 하회마을 들어서는 길에서는 너른 평야와 낙동강이 보여 눈이 시원했다. 하회마을 입구에서 병산서원 표지판이 먼저 보여 병산서원부터 가기로 했다. 그런데 와 길이.. ㅋ 얼마 전까지 비포장도로였나 본데 지금도 군데군데 포장하기는 했지만 좁고 험한 길이었다. 병산서원은 어렸을 때 와본 적이 없는데 왜 안 왔는지 알 것 같았다.
병산서원 입구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는데 날씨가 엄청 더웠다. 그런데 한 무리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우리가 간 날이 월요일이었는데 재미있는 점이 안동에는 내국인 관광객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훨씬 많았다. 안동 하회마을 등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외국인들은 많이 오는데 내국인 관광객들에게 현재는 인기가 없는 지역인 듯했다.
병산서원 여기저기에 식수해 놓은 나무가 많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아버지 부쉬 부부가 방문하여 식수해 놓은 나무도 있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회마을에 왔던 것은 기억을 하는데 이런 시골까지 전 미국 대통령 부부가 왔었구나 생각하니 신기하기도 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작은 연못이 있는데 장마철이고 전날밤에 비가 엄청 와서 연못이 온통 흙탕물이었다.
아무튼 병산서원은 아무래도 만대루에서 바라본 풍경이 으뜸일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들어가 수가 없게 되어있었다.. ㅠ 유홍준 선생님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도 하신 말씀인데, 옛 문화재 건물 등에 들어가는 것이 맞는지 못 들어가게 하고 보존하는 것이 맞는지? 내 생각에는 보호할 수 있는 선은 지키되 들어가고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병산서원은 만대루에 앉아 옛 선현들도 여기에 이렇게 앉아 풍경도 보고 바람도 맞으며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등등등 그들의 일상과 기분을 나도 한번 느껴보는 것이 중요한데 아예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물론 문화재를 보호할 수 있도록 바닥에 뭘 깔거나 아니면 살짝 데크라도 설치하거나 하여 문화재가 상하지 않게 조치도 하며 체험해 볼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 이것은 마치 들어가서 체험해 보라고 만들어 놓은 설치미술작품을 밖에서만 구경하게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 것 같다. 아무튼 만대루는 아니지만 병산서원 본당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도 참 좋았다.
병산서원을 나와서 오른쪽 편으로는 하회마을로 이어지는 도보길이 있었다.
다음에는 이 쪽 길로 걸어서 하회마을에 가보리라 다짐을 했다. 인근 민가에는 항아리도 많이 있었다.
병산서원 나오는 길에는 이름 모를 꽃들도 많이 피어있었다.
병산서원을 나와서 하회마을로 갔다. 그리고 밥을 먹었는데 재미있는 점은 나 어렸을 적만 해도 안동에서 안동찜닭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 전국적으로 안동찜닭이 유행을 하여 나도 그때 안동찜닭을 처음 알게 되었다. 혹시 누가 안동찜닭의 근본에 대해서 아신다면 한번 알려주시면 좋겠다.
그리하여 하회마을 입구에서 안동찜닭과 자반고등어 세트를 먹었다.
그런데 뭐 많은 관광지 음식이 그렇겠지만 찜닭은 너무 달고 짰고 고등어는 엄청 큰 것이 확실히 국산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우리는 배불리 밥을 먹고 하회마을을 둘러보려 했으나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하회마을은 다음 기회에 가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안동여행을 통해 느꼈던 것은 38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의 나와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된 지금의 나.. 그전 주에 교회에서 다음 주가 맥추감사주일이라고 2023년 상반기에 감사한 일이 무엇이 있었나 생각해 보라고 했었는데, 나는 안동 여행을 통하여 38년 전의 나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그동안 별 다른 큰일 없이 현재까지 무사히 지내온 것이 참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