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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Jan 28. 2018

침 고이는 맛있는 음식 영화 (1편)  

다이어터의 대리만족을 위해 엄선한 요리, 음식 영화  



오늘은 너다. 다이어터의 음식 영화 


내 삶에 빼 놓을 수 없는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다이어트'다. 한때 70kg까지 나갔던 터라 대학 시절 그 살들을 덜어내기 위해 어찌나 노력했던 지, 다이어트는 내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습관이 되어 버렸다. 


20kg를 감량하고도 다이어트는 현재 진행 중. 예전처럼 열정적일 순 없지만 그래도 나름의 식이조절을 할 때면 악착같이 다이어트하던 과거가 떠오른다. 당시 내 유일한 낙은 음식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근 몇 년 동안에야 인터넷 먹방이나 TV 맛집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소개 되었지만, 그렇지 못했던 지난날의 나는 영화 속 맛있는 음식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고 배고픈 순간을 참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이어터는 안다. 저녁 식사는 다이어트에 독이라는 것을. 때문에 다이어터의 밤은 길고도 길다. 가만히 누워 하늘을 보고 있자면 평소엔 잘 먹지도 않던 음식 마저 떠오른다. 그 순간을 견디기 위해 꺼내봤던 애정하는 음식 영화들의 맛있는 순간을 소개한다. 소개 하고 싶은 영화가 너무 많아 우선 세 편의 영화만 1차로 추려 보았다. 




줄리 앤 줄리아


음식 영화 중 가장 사랑해 마지 않는 영화 '줄리 앤 줄리아' 


평범한 일상을 살던 여자 줄리. 평소 존경하던 요리 연구가 줄리아의 '프렌치 요리 예술 마스터하기' 책을 따라 레시피 정복에 돌입하고, 그 기록을 블로그에 남기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영화는 요리 블로거 '줄리'와 미국인 최초로 프렌치 요리책을 영어로 출간한 요리 연구가 '줄리아 차일드'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중간 중간 등장하는 맛있는 색감의 요리들이 눈길을 끄는 영화다. 



가장 맛있게 보였던 첫 번째 요리는 '부르스게타'

부르스게타는 바게트에 각종 채소나 바질, 오일을 뿌려 먹는 이탈리아의 전채 요리인데 미국 영화 답게 줄리앤줄리아의 부르스게타는 조금 더 기름져(?) 보인다. 오일을 듬뿍 뿌려 구운듯한 바게트 위에 흘러 내릴 듯 가득 담아낸 채소의 모습이 본능적으로 기름진 음식을 탐하는 다이어터의 눈길을 끌었다. 



두 번째 음식은 '비프 부르기뇽' 

프랑스 가정식으로 소고기, 레드 와인, 채소 등을 조려 만든 요리다. 우리 나라의 갈비찜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영화 속 비프 부르기뇽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음식이다. 


줄리가 남편과의 식사에서 자신의 어린 날을 회상하는 장면이 있다. 


"8살 때 아빠의 상사가 우리집에 와서 저녁 식사를 함께 먹은 날이 있었어. 그 날은 아빠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었고, 엄마는 비프 부르기뇽을 만드셨지. 그건 그냥 비프 부르기뇽이 아니었어. 줄리아의 비프 부르기뇽이었어.

그 날 식탁에 줄리아가 함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커다랗고 큰 요정이 마치 우리 편이 된 것 처럼 말이야.

그 날 이후 모든 게 잘 되었지" 


줄리아를 향한 줄리의 존경심이 엿보이는 대사이자 '음식'으로 이어진 둘의 끈끈한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우동


슴슴하지만 뜨끈한 매력을 가진 영화 '우동'


성공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남자 코스케, 하지만 거듭된 실패 끝에 결국 자신의 작은 고향 사누키로 돌아온다. 사누키 마을은 일본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지만, 우동가게만 900곳이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우동 마을. (일본 도쿄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이 500곳 정도라고 하니 사누키의 우동 사랑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미국으로 떠나 있던 동안 눈더미처럼 불어난 빚을 갚기 위해 한 출판사에 취업 하게 된 코스케. 그 곳에서 사누키 우동에 대한 타지역 사람들의 니즈를 캐치하게 되고, 급히 우동에 관한 기획 기사를 쓰기 시작한다. 



영화 속 유일하지만 단연 돋보이는 음식, '우동' 

우동으로 시작해 우동으로 끝나는 이야기. 영화를 통해 꽤 다양한 우동의 종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러워 보였던지 평소 우동을 즐겨 먹지 않던 나도 사누키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정도다. 


그 중 가장 구미를 당겼던 것은 바로 국물 없이 즐기는 우동. 탱글하게 삶아낸 우동 면에 총총 채 썬 파를 올리고 간장 소스를 쪼르르 부어준다. 거기에 달걀까지! 쫄깃한 면발에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이 입혀진 우동은 얼마나 맛있을까? 내 스스로 처음, 우동이 먹고 싶어진 순간이었다. 



우동을 만드는 방법은 단순하다고 영화는 말한다. 물과 소금, 소적분을 넣고 잘 섞는다. 반죽은 찰기가 생길 때까지 발로 밟아준다. 그 뒤에 일정한 크기로 자른 반죽을 일정 시간 온도 변화가 적은 곳에서 휴지 시키고 다시 반죽을 밟아 면의 탄력을 더한다. 마지막으로 밀대로 고르게 펴 면의 형태로 잘라주면 우동이 되는 것이다.


만드는 방법은 단순하지만 결코 인고의 시간과 지극한 정성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음식 '우동

영화는 결코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 않지만, 겨울이면 언제나처럼 떠오르는 우동을 닮아 뜨끈하고 슴슴한 매력을 가졌다. 


뜨끈한 우동 한 그릇, 혹은 먹어 보지 못한 새로운 우동을 찾아 '우동 순례' 떠나고 싶어 지는 영화 '우동' 

추운 겨울에 꼭 어울리는 영화로 추천한다. 




아메리칸 셰프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영화는 특별 출연한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였던 영화 '아메리칸 셰프'


한 레스토랑의 주방장이었던 '칼'이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가볍고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푸드트럭의 주력 메뉴인 쿠바 샌드위치가 특히나 입맛을 당기게 했던 영화이지만 그 외에도 화려하고 맛있는 색감의 음식들이 가득한 영화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을 꼽자면 바로 '치즈 토스트'

요리사 칼이 아들의 식사를 위해 준비한 요리가 바로 토스트였다. 버터를 듬뿍 발라 노릇해진 빵에 다양한 치즈를 올려 한껏 식욕을 자극했던 전형적인 미국 스타일의 치즈 토스트였는데, 노릇하게 구운 빵과 흘러내리는 치즈를 보던 순간 이미 영화에 푹- 빠져 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토스트를 한 입 크게 베어 물때 나던 '바삭' 소리가 큰 몫을 했지 싶다.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만큼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는 맛있는 쿠바 샌드위치의 냄새가 가득하다. 

쿠바 샌드위치는 미국 플로리다지역에서 주로 먹는 샌드위치로, 이 지역에서 일하던 쿠바 노동자들이 먹기 시작하며 소개 되었다고 한다. 


양념된 고기와 치즈 등의 재료를 빵에 넣어 먹는 쿠바 샌드위치. 최고의 쿠바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더 좋은 식재료를 찾아 나서는 영화 속 에피소드가 가미되어 더 궁금한 음식, 맛보고 싶은 음식으로 기억 되었다. 



이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점 하나는 한국 음식을 반영한 퓨전 요리가 소개되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메뉴를 연구하던 칼이 고추장이나 삼겹살 같은 한국식 재료를 사용하여 요리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한식과 미국식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화려하고 먹음직스런 한 상이 완성된다. 특히 '고추장', '한식'등의 단어를 직접 언급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는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는데 그 주인공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한식을 주목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침이 고이는 맛있는 영화


음식 영화 세 편을 소개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소개하지 못한 음식 영화는 무궁무진하다. 가끔은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가 생각 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곤 하는데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음식'을 통해 행복이나 위안, 깨달음과 같은 우리의 감정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감칠맛 나는 스토리가 있었기에 영화 속 음식이 더 맛있게 보인 것은 아니었을까? 


영화 속 맛있는 음식들을 통해 대리만족하면서 다이어터의 힘겨운 저녁 시간을 견뎠지만, 동시에 영화 한 편을 보는 시간 만큼 오롯이 즐거운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침이 고이는 맛있는 영화! 맛있는 소리와 따끈한 색감이 군침 도는 영화들이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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