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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May 29. 2018

더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좋아_영화 스탠바이 웬디

Please Stand by.



스팍은 컴컴한 심연을 바라 보다가 발견했다.

그건 바로, '창문'이었다.



전반적 발달장애를 가진 소녀 웬디는 사랑해 마지 않는 스타트랙의 시나리오 공모 소식을 듣게 된다. 다음주 화요일, 오후 다섯시까지 늦지 말고 도착할 것. 하지만 우편을 보내야했던 바로 그 날, 웬디는 언니와 다투고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그리고 우편으로 보내서는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것을 알고 낙심한다. 하지만 그 순간 웬디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 직접 가면 된다.


(어떻게?)

버스 타고!

(버스 가격은 얼마일까?)

동네 버스랑 같겠지. 똑같은 버스니까!  





Don’t stand by, Please go.

전반적 발달장애, 즉 자폐증을 가진 소녀 웬디는 어린 시절 어머니, 언니와 살았지만 어머니의 죽음과 언니의 결혼 이후 보호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매일 같은 시간 일어나 정해진 색깔의 옷을 입고 같은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가는 웬디. 매번 다른 악센트로 ‘시나본 드셔보세요’를 외치는 그녀는 자폐증 안에서 스스로 독립하기 위한 룰을 익혀 가는 중이다.


하지만 그 룰을 지킬 수 없는 순간 또한 있다. 이를테면 언니와 다퉜을 때다. 보호 시설을 떠나 언니와 같이 살고 싶지만 언니는 웬디를 믿지 못한다. 언니는 웬디가 어린 자식에게 헤를 끼칠까 두렵다. 언니와 함께 살고 싶어 답답한 보호 시설에서 독립을 위한 룰을 익혀가던 웬디이지만 이렇게 언니로부터 거부 받는 날엔 그녀의 인내도 산산조각난다.  


자신을 학대하며 울부짖는 웬디. 그런 순간이 오면 모든 사람은 웬디에게 이렇게 말한다.


Please, stand by

(기다려- 웬디)


눈물로 하루를 보낸 웬디는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언니에게 보란 듯, 홀로 보호 시설을 떠난다.

LA, 화요일 오후 다섯시까지 늦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정성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스타트랙 시나리오를 제 시간에 LA 파라마운트에 접수시키기 위해서.  





다수와 소수

웬디는 수많은 퇴고를 거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녀의 길다면 긴 여정 중 시나리오의 많은 대사가 등장하는데 그 중 어느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시나리오의 제목을 듣는 순간, 그간 들었던 많은 대사가 잊혀지는 느낌이랄까. 


시나리오의 제목은 ‘다수와 소수’다.


뜬금없이 내 어릴적 이야기를 하자면 초등학생 때 우리반에 전학 온 한 남자애가 생각난다. 하는 행동이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자폐증을 가진 아이라고 했다. 딱히 그 아이에게 관심을 둔 적도 없었다. 그냥 나랑은, 아니 우리와는 다른 아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무슨 자격으로 누군가를 구분짓는단 말인가.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다르다며 나는 그 아이를 우리 안에 한 명쯤 존재하는 다른 아이, 즉 소수의 아이라고 결론 지었다. 하지만 다른 시선에서 보자면 이런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소수의 어리석은 사람일 수 있을텐데.


웬디의 시나리오 제목이 '다수와 소수'라는 것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는 대목이다. 웬디의 언니는 웬디를 사랑했지만 내면의 무절제함을 두려워했다. 웬디를 보호하던 스코티는 웬디의 가능성을 믿는다고 이야기 했지만 그녀의 정성이 담긴 시나리오에는 깊은 관심이 없었다.


웬디를 향한 그들의 가지 치는 시선들이 웬디의 시나리오, '다수와 소수'를 만든 것이다.


웬디가 쓴 시나리오에 이런 말이 있다.

"스팍은 컴컴한 심연을 바라보다가 발견했다. 그건 바로, 창문이었다."


익숙한 것에 물들어, 혹은 아무런 의심 없이 오만한 탓에 스스로를 다수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놓치고 있는 것.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자신의 시선을 가진 사람 만이 볼 수 있는 소수를 위한 빛에 대하여 웬디는 이야기하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다행히, 웬디의 사람들은 진심으로 웬디를 사랑했다. 주변인들의 걱정과 격려와 함께 자신만의 우주에서 모험하는 웬디의 여정은 꽤 유쾌하고 따뜻했다.


다코타패닝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던가? 싶었고, 상영관엔 웃음 또한 가득했다.

LA파라마운트의 직원 중에 정말 저런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지는 영화였다.

오랜만에 '참 잘 봤다-' 싶은 영화였다.





*브런치 무비패스로 관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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