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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Jan 06. 2024

나의 글을 더 많이 써야지

새해의 다짐

2023년은 바깥을 바라보는 해였다. 한 달에 한 번씩 새로운 공간에 대한 글을 썼다. 정기적인 글 외에도 비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원고 청탁들이 있었다. 대부분 거절하지 않았고, 나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좋은 공간, 새로운 공간들을 찾아다녔다. 큰돈은 되지 않았지만 일을 핑계 삼아 건축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 나로선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왜 이 공간은 이렇게 설계되었을까. 이곳에서 이 공간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공간을 어떻게 소비하게 될까. 공간의 사진들을 찍으며 나는 보통 숨은 설계자의 의도와 더불어 사용자의 경험을 예측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을 썼다. 절로 박수가 나오는 훌륭한 공간들도 있었지만, 어찌 보면 쉽게 풀려 예측 가능한 공간들도 물론 있었다. 나는 대부분 다 좋다고 썼다. 나의 입장에서 단점으로 보이는 부분들도 다른 이에겐 장점으로 충분히 느껴질 만했기 때문이다. 나쁜 글을 굳이 찾아서 읽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다.




2024년이 되었다. 정기적인 마감이 돌아왔던 계약이 종료되었고, 의무가 사라진 기간에 나는 연달아 책을 왕창 읽고 있다. 2023년도의 많은 날들에 나는 독서를 할 수가 없는 상태로 있었는데, 이제야 다른 활자들을 읽을 수 있는 힘이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읽을 수 있어지니, 다시금 내 이야기를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는 오랫동안 나의 이야기를 글자로 기록하길 망설여 왔다. 뭣도 모르면서 건축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하길 즐겼던 신입사원은 가고, 이 불경기에 독립해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는 소장이 되었다. 아직 나는 건축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고, 내가 내뱉은 말이 나와 함께 일하는 친구들의 의견처럼 비칠까 조금 두려웠다. 그러니 입을 다물고 납작 엎드려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2023년은 사실 기록보다 저지른 일을 수습해 나가는 데에 집중을 했던 해였다.


새롭게 벌렸던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다시금 작년의 우리를 되돌아본다. 우리의 이야기를 조금은 나의 시선에서 기록해 봐도 되지 않을지, 작은 용기가 돋아난다. 요 며칠 이슬아 작가의 이야기를 보고 듣고 읽고 있다. 다른 창작가의 말에 위안을 얻게 된다.




며칠 전 들었던 팟캐스트에서 글짓기 수업을 하고 계시는 선생님의 말씀이 크게 와닿았다. 한국에서 자라고 한국 문화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글을 쓸 때 꼭 옳은 말을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고. 남이 읽어도 읽을 만하게,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써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이 결국 글을 쓰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말이었다. 내 안에도 그런 마음이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은 건축계를 대표하지도 않고, 작게는 나의 회사가 가지는 입장도 아니다. 오롯이 한 개인의 생각이고 느낌이고 그저 그뿐이다. 그래서 2024년엔 조금 더 나의 이야기를 적어 보려 한다. 조금 더 자주, 작더라도 의견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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