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성수
2019년 처음 성수에 아모레가 들어왔을 때 그랬다.
"아모레 성수에 새로 생긴 곳 있잖아요."
"또 성수?"
우리 귀에 익숙한 브랜드가 새로운 팝업이나 브랜드관을 낼 때면 장소는 아주 높은 확률로 성수였다. 이제 브랜드의 공간을 찾기 위해서 강남이나 신사, 홍대가 아닌 성수로 향해야 했다. 모든 것은 성수에 생기고 있었다.
성수에 밀집되어 있었던 공장들은 각종 브랜드가 리모델링해서 사용하기 아주 좋은 조건들을 충족한다. 공장은 일단 넓고, 높다. 사대문 안의 필지와는 다르게 큰 차량과 장비가 들어가야 하는 큼지막한 공간을 가지고 있어, 차량과 장비들을 걷어내고 나면 시원한 공간감을 가져다준다. 더불어 많은 제품들의 전시가 가능해지고, 사람들의 유입이 쉽게 이뤄진다.
아모레성수는 ㄷ자로 이어져 있던 공장을 다시금 사용하기로 한다. 건물로 둘러싸인 중정에는 인공적인 정원이 조성되었다. 인공적이라는 말이 옳을지 모르겠다. 산속 계곡을 똑 떼어온 것처럼 자연스러운 지형은 이곳이 마치 한 순간 서울이 아닌 것만 같으니까.
방문객은 ㄷ자의 건물 끝부분에서 입장해, ㄷ자의 건물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아모레가 보여주고 싶은 바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의도된 동선을 따라 걸으면서도 지속하여 외부의 정원을 바라보는 것은 물론, 넓은 창으로 햇빛이 내부로 유입된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했지만 낡고 해진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다.
내부의 동선에 따라 방문객의 행동을 만들어 낼 가구들은 아주 세심하게 디자인되었다. 건물과 원래 한 몸이었던 것처럼, 단단하지만 투박하지만은 않은 선반들 사이에 아모레의 제품들이 줄지어 전시되어 있다. 그뿐인가. 아모레의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메이크업실도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아모레 성수에서는 공간 속에서 브랜드의 이미지, 제품,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활용한 체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에서의 브랜딩을 망라해 보여준다.
벌써 4번의 겨울을 지났다. 심어졌던 낮고 높은 식물들은 중정에서 여전히 잘 살아남았다. 이끼를 위해 지속하여 수분을 공급할 수 있도록 땅 속 묻어놓은 스프링클러에 놀랐던 기억이 아직 선명하다. 곧 중정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 온통 초록색이 날이 멀지 않았다.
2019년 당시에 찍은 사진들입니다. 성수에 가시면 현재의 아모레 성수를 또 다르게 즐기실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