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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Mar 24. 2024

공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공간

코사이어티

쓰임과 공간의 순서는 많은 경우 쓰임이 먼저고, 그 이후 공간을 구하는 것이 다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이 필요해서 짓고, 가게가 필요해서 가게를 얻는다는 말이다. 미술품을 전시하기 위해 미술관을 만들고, 일을 할 공간이 필요하니 일터를 찾는다. 그 반대의 순서가 가능할까?



성수 안쪽 골목에 코사이어티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구경하러도 가고 전시도 보고 또 때로는 작업을 하러 들렀던 적이 있으면서도 코사이어티에 대해 글을 쓰지 못했다. 사진은 찍어왔으면서도, 무엇이 어떻다고 말을 덧대기가 어려웠다. 그것은 아마도 나 스스로 공존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정한 기능 없이 열어둔 공간이 지속될 수 있을까. 내 안의 질문이었다.



코사이어티는 이름부터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나타낸다. 일정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모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바라보고 싶어 했다. 주어진 공간에서 자유롭게 작업을 하러 방문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때로 한쪽에서 전시도 이뤄지고, 사람들은 우연히 혹은 의도하고 만나 함께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 그것은 건축이라는 업계가 품고 있는 희망 편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고, 코사이어티는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공연이 열리고, 전시가 열리고 때로는 파티가 열린다. 가능성을 열어두니 많은 순간들이 열리고 있다.



코사이어티의 공간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단순히 툭툭 떼어 낸 공간들이 나뉘어 읽힌다. 여유 있는 진입부의 마당과 박공지붕의 실내, 담장으로 막혀 있는 중정, 목구조의 지붕이 돋보이는 전시 공간. 요새 많이 생겨나고 있는 특징적인 건축 언어에 비하면 다소 단정하고 심심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그러나 단순한 것이 오래가지 않던가. 이제는 몇 년 간 이어 온 코사이어티의 단단함이 조금은 믿음직스럽게 여겨진다. 코사이어티는 또 무엇과 공존할 수 있을까?




코사이어티의 초기 사진들입니다. 현재는 여러 부분이 바뀌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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