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준 스튜디오
2021년 4월, 처음 플러스준 스튜디오를 찾았다. 플러스준 스튜디오가 전시장인지,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인지 가늠하지 못하던 때였다. (하지만 그 둘 모두 맞았다.) 레이어 스튜디오가 만든 또 하나의 공간으로, 60년 된 오래된 교회 건물을 리모델링했고 또 최랄라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길래 겸사겸사 가보지 않을 이유가 없던 공간이었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았던 플러스준 스튜디오는 결론적으로 그 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공간이 되었다.
플러스준 스튜디오는 총 두 채의 건물이 함께 운영된다. 가장 언덕 위의 교회 공간과 교회 공간으로 들어서기 전의 3층 건물이 서로 마당을 공유하여 연결된다. 서로 다른 높이를 가진 건물이 연결되기 위해서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고 마당의 경사로를 걸으며 교회였던 건물 안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모두 지루하지 않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 놀라웠다. 오래된 건물이 많은 건물 사이, 깔끔한 흰색의 벽과 담장 그리고 경사로는 전시장의 전형적인 공간감을 불러일으킨다.
오랜 시간 공들여 리모델링을 거쳤을 것이다. 큰 구조를 변경하지는 않았더라도, 쉬이 눈치채기 어려운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고쳤을 것이다. 붉은 벽돌 건물에 천창을 뚫고, 천창의 빛을 맞으며 2층으로 오르도록 계단을 내는 것처럼 말이다.
날이 좋은 날이면 마당은 사람들의 휴식 공간이 된다. 건물에 둘러싸여 폭 감싸인 모양으로, 온통 흰 벽이 아니라면 하늘만 보이니, 도심의 꽤 좋은 중정이 되어주었다. 벽면에 그림이나 사진이 걸리고, 쭉쭉 뻗어 올라간 조경이 다시금 그 수형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경사로를 따라 본 전시가 이루어지는 교회 공간으로 들어서면 세로로 찢어진 창문을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강렬한 햇빛의 그림자들을 볼 수 있다. 사진을 전시할 때 이러한 빛은 옳은 걸까. 잠깐의 의문은 말 그대로 잠시, 사진과 함께 공간이 이루는 풍경 안에 스며들 수밖에 없었다.
목구조로 짜인 박공지붕 아래로 흰 벽이 전시의 바탕이 된다. 자그마한 2층의 공간으로 오르면 1, 2층이 모두 뚫린 중앙 공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중앙 집중형의 공간이다. 특히 한쪽에 마련된 원형의 돌음 계단은 하나로 통합된 공간 안에서 꽤 눈에 띄는 조형성을 갖는다. 전시 관람객의 동선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촬영 때엔 또 좋은 배경으로서 활용될 것이다.
깔끔히 정리된 바닥 위로 사람들의 발걸음들이 흥미롭다. 평소와 다르게 아주 천천히, 사진과 공간을 음미하듯 걷는 그 발걸음이 사진에 다시 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사진을 작가의 의도대로 바라보기 위해서 항상 날씨에 구애받지 않은 화이트큐브 안에 전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런 편견을 한순간에 부숴버렸다. 사진은 빛을 받으며 또 다른 모습의 작품으로 재탄생되었다. 공간과 작품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면, 이런 방식이지 않을까.
최랄라 작가의 사진과 어울리는 향이 공간 전체를 채우고 있었다. 바이레도의 향이었고, 결국 그 향을 구매해 지금까지 종종 사용한다. 플러스준의 공간과 최랄라 작가의 사진이 스치듯 그 향 안에 남아있다.
얼마 전에 진수영 씨의 공연을 보러 손정기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플러스준을 오랜만에 다시 찾았다. 여전히 공간은 좋았고, 밤에 머무는 시간들도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날은 전시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시 소식이 올라온다. 이번에는 오늘의 집 전시가 이뤄진다고. 봄이니 또다시 가볼 만하겠다.
좋았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사진만 찍어둔 채로 오래도록 아무 글도 쓰지 못했다. 이제는 몇 년의 시간이 지나서, 아직도 건재한 공간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어떻게든 뭐라도 쓰겠다는 마음으로 오래된 사진들을 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