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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씨 Jan 02. 2024

어제와 오늘.(마지막과 시작의 날에.)

소소한(sosohan)



달까지 가듯 걸어가야지.


24년의 첫째 날.

늘 그래왔듯, 어제를 지나 오늘을 맞았고 빨간색으로 표시된 날이면 대체로 그랬듯 아침을 먹고 동네 카페를 찾았다.

새해엔 떡국이 특별히 의미가 있어지니까, 아침을 먹으면서 나이를 또 하나 삼켜먹고 따뜻한 커피와 케이크 한 조각을 받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종종 혼자 생각해 왔던 것이지만, 1월 1일 오전은 ‘추운 겨울 날씨’와 ‘따뜻한 커피’가 잘 어울리는 날이다. 그리고 지금 막. 간단한 식사 조리법에, 김치만 있어도 든든한 떡국도 1일 아침에 퍽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튼.

하루도 빠짐없이 어제를 보내고 오늘을 맞아 왔지만. ‘새해의 오늘’은 ‘새해의 떡국’이 그렇듯. 앞으로 보낼 365일, 전체가 담긴 듯 하니, 새해의 시작인 ‘오늘’에는 올 해를 <무엇으로, 어떤 말로, 어떤 마음으로>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오늘의 각오는 다른 날의 각오와 다르게 뼈에 깊이 새겨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날이다. 실로 며칠만 지나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지만, 여러모로 의미와 기분을 찾아야 하는 날인 것도 같으니까.

오늘은 그런 날이다. 계획이나 마음가짐을 과도하게 먹어봐도 괜찮은 날.)


그래서 또 적어보건대.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비울 것은 비우며 가고 싶은 마음은 커지나.

아직도 바라는 것이 많다.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아서 그럴 테지만.

할머니가 되어도 나는 늘 나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이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서도 언제고 잘 익어가는 것을 바라는 사람이면 좋겠고, 좋은 문장을 발견하며, 써가며 살아가는 사람이면 좋겠다.



김연수 작가님의 이 문장이 올해의 시작에도 어김없이 나를 위로하고 있다.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
달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만 있다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달까지 걸어가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

매우 좋아하는 이 문장을 작년에 이어 마지막과 시작의 선상에서 다시 끄적여본다.



그래도 살아가는 동안. 조금 더 잘 익어가려,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쓰는 날이 계속되면 좋겠다


- 스스로를 믿어주고 중심을 잘 가지고 가는 것.

- 귀를 열고 주변의 소리를 듣고 마음을 듣는 것.

- 비우고 털어내며 갈 줄 아는 것.


비우고 싶어도 아직은 다 비우지 못하는 나는, 또 달까지 걸어갈 준비를 하며 챙길 것들을 적어본다.

달까지 가듯 걸어가야지.


모모씨 그리고 씀. ( records_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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