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han
윤이형 작가님은 소설 <<개인적 기억>>의 ‘작가의 말’에 이렇게 썼다.
“자기 삶의 무게만으로도 매 순간 충분히 위태롭게 휘청거리지만, 자신의 문제가 남들의 그것에 비하면 너무 흔하고 사소하며 ‘개인적’이라는 수치심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우리가 세계로부터 자꾸만 멀어지는 이유가 다름 아닌 부끄러움 때문이라는 건 슬픈 일이다. 그리고 자신과 세계 사이의 균형을 고민한다는 것은 결코 하찮거나 의미 없는 일이라 할 수 없다.”
[ 카프카의 짧은 일기들. :
오늘부터 일기를 쓸 것! 규칙적으로 쓸 것! 포기하지 말 것! 설령 아무 구원도 오지 않더라도 나는 언제라도 구원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고 싶다.]
이미 쓰고 있는 사람만이 무언가를 쓰자고, 써야 한다고 매번 다짐한다. 써본 적이 없으므로 쓰지 않는 사람은 도무지 써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 분야의 장르는 물론 일기인데, 그런 점에서 충분히 열렬히 일기 쓰기를 하는 사람이 일기로 고통받을 때, 그 고통을 다름 아닌 일기장에 남겨두었음을 확인하는 것…. 너무 재미있다.
매일을 쌓는 마음(윤혜은-오후의 소묘)
쓰는 것으로, 그리는 것으로- 남기는 일들은 좋아하는 행위 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습관화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다.
마치 카프카가 저렇게 비장하게 스스로를 다그치는 것처럼. 나도 그 일을 가끔 필요로 한다. 꾸준히 쓰자. 누가 머라고 해도 쓰자. 독려한다. 좋아해도 어떤 일은 많은 다짐이 필요하다. 사랑하지만 게을러서. 일상의 순간을 개인적인 시선으로 담아 통과시키는 일이 어느 때는 쉽지 않아서. 그리고 나의 일상과 생각이 너무나 사소하기도 해서. 멈칫하고 내팽개 치게 되기 때문이다.
일기를 쓰면서 점차로 나를 알아가고, 인정한다. (인정하게 된다는 말은 스스로를 알아가는 것 말고도 다른 사람이 정곡을 찌를 때도 ‘응~ 그렇지. 내가 그런 면이 있어.’ 하고 웃어넘기는 경지의 인정도 포함한다.) 그럼에도 아직도 잘-. 쓰는 법을 잘- 모르는 채로, 그리는 법을 잘- 모르는 채로, 스스로를 믿어주는 방법을 잘- 모르는 채로 일기를 쓰고 있다.
모모씨 그리고 씀.